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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카파도키아 16

by 깜쌤 2006. 6. 6.

이제 곧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 뒤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왼쪽 위, 그러니까 산꼭대기 방향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산 정상은 거대한 평지였지만 내려오면 밑으로는 작은 골짜기들이 무수하게  펼쳐진다. 버드나무가 모여 있는 곳에는 물이 있다는 증거다. 성경에서 말하는 "물가에 심은(자라는) 나무"는 아마 이런 모습을 두고 말하리라.

 

 

 

나는 저 산꼭대기를 걸어서 돌아다니다가 내려온 것이다. 이젠 너무 지쳐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걸어가야할 거리가 멀기에 힘을 내어야했다.

 

 

 

이런 무수한 골짜기가 카파도키아의 경관을 이룬다.

 

 

 

어쩌면 저기도 예전에 많은 수도승들이 기도를 하고 묵상을 했으리라. 아쉽게도 이젠 그리스도교인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무슬림들만 가득한 곳이 되었다.

 

 

 

하얀 땅이다. 거기에 대비라도 하려는 듯 하늘은 파랗기만 했다.

 

 

 

극도로 건조한 날씨 속에서도 꽃은 피었다. 잎들은 가시로 변해가면서도 질긴 목숨을 부지해 나가고 있었다. 후손까지 남겨가며.....

 

 

 

포도나무가 심겨진 고랑 사이로 뭉게구름이 피어 올랐다.

 

 

 

절벽은 괴물처럼 성큼 내 앞에 다가와 있었고.....

 

 

 

 

멀리서 보면 왜 이 산이 붉게 보이는지 이제 이해가 되시리라. 흰색과 붉은 색의 조화가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붉게 비치는 저 밑으로 걷는 길은 환상 그자체이다. 카파도키아 가는 분들은 꼭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나도 처음엔 가볍게 걷는 트레킹에 대해서는 무지했었다. 경주에 오는 백인들이 남산을 그렇게 걷고 싶어하는 이유를 몰랐다. 산책문화의 부재탓도 있겠지만 걷는 것 자체를 지겨워하는 사람들은 편한 것 자체만을 요구하게 되었고,그런 시류에 편승하여 우리는 지금까지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문화에 푸욱 젖어 살아왔기 때문이지 싶다.

 

 

 

내가 사는 도시인 경주만 해도 이젠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아직도 가까운 거리조차도 차로 나들이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이젠 걷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살짝 기분 좋을뻔한" 지경에 까지 왔다.

 

  

산밑에 내려와서 보면 저 산에서 내려온다는게 왜 힘이 드는지 그 이유를 아시게 되지 싶다. 사방이 저런 식으로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다. 그러니 내려오는 길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마을에 들어오니 조용하기만 하다. 태양이 뜨거워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 보기가 어렵다. 길가 한구석엔 할례축하용 달구지가 나딩굴고 있었다.

 

 

응회암을 잘라서 만든 담벼락이 재미있다. 연한 옥색 대문과 난간이 제법 운치를 돋운다.

 

 

 

조금 더 걸어가자 마을의 중심부가 나타났다. 작은 가게도 있고 펜션도 보인다.

 

 

 

아바노스 마을이 가까워서 그럴까? 신석기시대 때부터 구워왔다는 붉은 색 나는 흙그릇들을 나무에 달아놓은 기묘한 광경이 나타난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정감이 묻어난다.

 

 

몇개는 열매가 달리는 나무에도 달아 놓았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여기 화장실은 유료이다. 저번에는 없었는데.... 그렇다면 이 마을 사람들도 드디어 관광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말이 된다. 화장실 입구엔 기념품도 가져다 놓고 팔고 있다.

 

 

 

사람좋게 보이는 이 청년은 순수한 웃음을 보내왔다.

 

 

무너져내린 교회 흔적이 죽어버린 공룡같은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었다. 저 위에 올라가면 교회의 흔적이 있다. 아름다운 프레스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은 당연하고.....

 

 

 

매점 의자에 앉아 콜라를 사마셨다. 주인겸 종업원인 청년은 아주 어설픈 영어로 이야기를 걸어왔다.

 

"난 형 밑에서 일해요. 앙카라에서 대학 다니다가 왔어요. 돈없어 학교 치웠어요. 돈벌어 또 가요."

 

 아마 돈을 모아 등록금이 만들어지면 다시 복학하고 싶다는 이야기이리라. 삶이 고단한 친구는 어디에나 가득한 모양이다.

 

 

 

그가 일하는 가게에는 골동품도 조금 보였다. 내가 콜라를 다 마셔버리자 내 병을 들고 방향을 가리켜준다. 내가 괴레메에 머물고 있다고 하자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마실 물을 담아가라는 뜻 같았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나를 끌고 수도로 데려갔다. 여기가 바로 그 수도다. 나는 빈병에 물을 가득 채웠다. 물이 차가웠다. 그것도 아주 찼다.

 

 

 

물을 마시고 콜라로 배를 채운 나는 다시 햇볕 속으로 몸을 던져야했다.

 

 

 

다시 걸어가야한다. 여기에서 괴레메 까지는 십리 정도는 될 것이다.

 

 

 

펜션도 생겼다. 다음에 가면 한번 묵어봐야할 것 같다.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비포장 도로가 펼쳐진다. 이젠 이런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마을을 벗어나자말자 공동 묘지가 나타났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