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산은 햇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보였다. 산밑으로는 수많은 골짜기들이 문어발처럼 뻗어 나갔는데 그 골짜기 하나하나가 기기묘묘한 자태를 바탕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흰색과 붉은 색이 교차로 누워버린 응회암 절벽을 바탕으로 하여 거대한 한 덩어리로 이루어진 몸통 위엔 테이블 마냥 평평한 평원이 자리잡은 그런 기묘한 산이었다.
산언저리 한쪽엔 공룡모양의 코가 붙어있었다. 누워있는 거대한 코끼리의 평평한 등짝 한쪽에 힘차게 붙어있는 코를 상상하면 틀림없으리라. 다르게 보면 공룡 모습 같기도 했다.
그 한쪽엔 공룡 코딱지 같이 붙어 있는 마을도 보였다. 그 마을은 차부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코에 해당하는 부분을 멀리서 다시 보면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뜨거운 햇살 아래 울부짖는 코뿔소 뿔처럼 보이기도 했다.
흰색과 붉은 색 산 밑으로 붉은 지붕과 흰색 벽을 지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어찌보면 산과 집들이 어우러져 풍경전체가 이루는 기묘한 모습을 조금 순하게 중화시켜 주는 듯도 했다.
저기가 차부신 마을이다. 마을에 들어가는 것은 내일로 미루리라. 성요한 교회가 자리잡은 곳이다. 그 곳은 한번쯤은 들러볼 만하다. 젤베 골짜기로 가는 길에 꼭 들러볼만한 곳이다.
화이트 밸리를 빠져나온 우리들은 도로를 따라 묵묵히 걸었다. 하루종일 땡볕아래에서 걸었으니 기진맥진해져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마을까지는 한 3킬로미터 정도 될 것이다.
성요한 교회가 있는 절벽이 더욱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가 물러났다.
도로를 넣어서 찍어본 사진이다. 이젠 대략 감이 잡히지 싶다. 마을도 제법 크다. 저 마을에서 십여년 전에 처음 터키인 친구를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는 못만나고 그냥 왔지만 다음번에는 만나봐야겠다. 4년전에는 얼굴을 대면했었다.
그는 혼자서 3일만에 한글을 깨우쳤다고 했다. 한글을 제법 잘 읽어 나갔던 친구였다. 이젠 카펫 장사꾼으로 변신해 있다.
머얼리 산밑에 보이는 마을이 아바노스이다. 아바노스, 차부신, 괴레메, 우치사르, 위르깁 같은 마을들이 이 부근에 있는 것이다.
저녁 햇살속에 마지막 영롱한 빛을 내뿜는 차부신 마을을 뒤에두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더 지기전에 석양을 보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차부신 마을에서 돌아온 우리들은 석양을 보러가기로 했다. 거의 녹초가 될 정도로 피곤했지만 석양 사진을 찍고자하는 ㄱ부장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스터 오스만에게 부탁을 했더니 그의 승용차로 석양 사진을 가장 잘 찍을 수 있는 뷰포인트에 데려다 준다고 했다. 그를 따라 간 곳은 석양을 감상하는 장소로 소문난 진다뇌뉘였다.
그러니까 괴레메에서 자동차를 타고 야외박물관 가는 방향으로 일단 간다. 야외박물관(=오픈 뮤지엄)을 지나서 조금만 가면 위르깁 마을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사진에 나오는 산쪽으로 가면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테이블처럼 평평한 저 산의 제일 오른쪽 끝자락이 된다.
일행은 피곤해서그런지 모두 쉬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안가면 항상 손해보는 법이다. 나야 사진작가 양반을 모시고 가야하니까 당연히 가야한다. View point에 서자 괴레메 마을을 비롯한 사방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석양을 보기 위해 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있었다. 관광버스까지 몰려들 정도니까 꽤 많이 알려진 장소다.
이 사람들은 차를 세워도 단정하게 일열로 세울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아무렇게나 세워두었다가 차를 돌려 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가보다.
산 밑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차부신 마을을 거쳐 젤베까지 갈 수 있다. 여기에서 차부신까지는 6.5킬로미터 정도 된다.
해가 지고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본 석양 가운데 이 정도는 그리 썩 좋은 석양은 아니었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이아 마을에서 본 석양과 필리핀의 루손 섬 로보 해안에서 본 석양이 기억에 남는다.
잠시 남은 빛이 반사되어 보여주는 골짜기 밑바닥엔 포도밭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산자락엔 안개꽃을 닮은 야생화가 밤잠을 자기 위해 웅크리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완전하게 떨어진 것이 아니므로 대지가 더 환하게 보이지만 사진상으로는 조금 검게 나온 것 같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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