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밸리에도 길목에 많은 동굴이 있다. 인공적으로 판 것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많이 있다. 끝이 빤히 보이므로 그냥 재미로 통과했다.
모두 즐거워한다. 지금까지 가 본 동굴 중에는 라오스의 방비엥에서 만나본 동굴이 제일 크고 무서웠다. 거긴 기본 정보도 없었고 규모도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석회암 지대였으므로 모르긴 몰라도 아마 길이도 엄청났으리라.
열대지방의 정글 속 절벽에 자리잡은 동굴인데다가 간이 작은 나이므로 입구만 둘러보고 나왔다. 하지만 여기는 다르다. 환하고 작고 길이가 짧으니까 그냥 막 나가는 것이다.
하나를 통과하면 또하나가 나온다.
몇개씩 연달아 붙어있으므로 장난을 치는 것도 재미있다. 앞에 가다가 갑자기 비명지르기, 놀란척하며 홱 돌아서기, 괜히 공포에 질려서 덜덜 떨어보기 등 재미있는 일은 만들면 된다.
동굴지대를 통과하고 나면 이젠 다시 밝은 골짜기가 눈앞에 환하게 펼쳐진다.
나는 이런 길이 좋다. 약간의 철학적인 의미가 깃들인 이런 길들을 걸으면서 뭔가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파피 우리네 인생살이가 하나의 길떠나기가 아니던가?
그러다가 우리들은 야생 포도나무를 만났다. 이 정도는 아예 나무다.
사람이 나무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포도나무인 것이다.
야생 포도에서 따먹은 포도맛도 괜찮았다.
더위에 시달린 우리들은 쉬어가기로 했다. 이런 휴식만큼 달콤한 쉬어감도 드물지 싶다.
절벽엔 인간이 거주했던 흔적이 뚜렸했다. 저 위 십자가 모양의 흔적은 교회였을까?
이런 곳에서 수련을 하면 잘 되지 싶다.
길섶엔 바싹 마른 야생화들이 자욱하다.
그러다가 옥수수 밭을 만났다. 분위기가 우리나라 시골밭과 비슷하다.
햇볕에 늘어진 호박잎이 정겹기만 했다. 갑자기 밥위에 찐 호박잎에 된장을 넣어 쌈 싸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음식을 못먹은지가 거의 한달이 되어간다.
거기다가 고추밭까지......
이 메마른 대지 위의 길바닥에 물기가 보였다.
이렇게 모든 것이 누렇게 말라붙어버렸는데 말이다.
인생이라는게 길떠나기 아니던가?
아무리 봐도 기묘한 곳이다. 화이트 밸리! 여기만 해도 환상의 세계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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