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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카파도키아 6

by 깜쌤 2006. 5. 27.

우치사르 마을에서 내려온 우리들은 드디어 화이트 밸리 탐험길에 나섰던 것이다. 카파도키아 지방에는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흐랄라 계곡과 젤베, 화이트 밸리 등이 괜찮은 것 같다.

 

 

우치사르에서 괴레메 마을로 가는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오다가 외즐레르라는 보석가게를 찾으면 화이트 밸리 입구는 다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가게에서 물으면 된다고 호텔 주인인 오스만 씨가 미리 귀띔을 해준 상태이므로 길을 찾기는 쉽다.

 

보석 상점에서 왼쪽, 그러니까 포장된 도로쪽이 아닌 길로 접어들면 된다. 그런 뒤에는 직진하면 되는 것이다. 이 가게 주인은 우리에게 상세히 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몸이 피곤한 자매들은 도로를 따라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제 밤도 장거리 버스에서 보낸 것이니 극도로 피곤하지 싶기에 굳이 강요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결국 우리 남자들만 남았다. 아가씨들은 길을 따라 먼저 돌아가고.... 

 

 

 

 

여기 이 골짜기는 유난히 하얗다. 화이트 밸리는서양 여행자들이 붙여준 이름이고 터키식 표현을 따로 있다. 저 밑으로 내려가서 걸으면 된다는 것이지? 한껏 기대가 된다.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것은 쉽지만 조심해야 한다. 길이 미끄럽기 때문이다. 8월의 불볕 아래 풀들이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붓꽃 종류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런지 아니지 자신은 없다. 이렇게 물기 없는 곳에서 자랄 녀석들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화투 그림에 보면 나오는 5월 난초는 난초 그림이 아니라 붓꽃이다. 아이리스라고 부르는 녀석들 말이다. 정확한지는 모르지만 아이리스는 독일 국화라고 들었다.

 

 

 

드디어 골짜기 아래로 내려온 우리들은 걷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트래킹을 하게되면 신이 난다. 너무 즐겁기 때문이다. 내가가장 해보고 싶은 트래킹은 히말라야 앞면을 보며 15일 간 걷는다는 네팔 트래킹이고 그 다음은 페루의 우루밤바 강을 따라 걷는 트래킹이다.

 

중국 쪽에서 히말라야를 보며 걷는 길도 있다고 들었지만 불안한 티벳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현재는 중국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어떤 여행기를 보니까 페루의 마추피추까지 가는 환상의 일주일짜리 코스가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시도해 볼 것이다. 문제는 돈이고 체력이지만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시도는 해보고 죽어야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골짜기엔 야생화 되어버린 청포도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맛있다. 아직은 약간 새콤하지만 먹을 만 하다.

 

 

 

사과에다가 자두에다가...... 와우, 여기도 과일 천국이다.

 

 

 

골짜기가 점점 깊어지는 만큼 절벽도 점점 높아만 갔다.

 

 

 

분홍기가 살짝 도는 하얀 절벽과 파란 하늘..... 

 

 

 

짙푸른 하늘......  중국 내륙지방을 여행해 보신 분들은 알지만 낙양이나 정주 서안 등지로 가면 푸른 하늘 보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다. 하지만 여긴 다르다. 파랗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것이다.

 

 

 

작은 언덕이지만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매끄럽고 미끄럽고...... 거기다가 가파르고......

 

 

이런 골짜기에 미루나무가 하늘로 솟아 올랐다. 마음이 여린 나는 이런 경치만 봐도 눈가에 물기가 맺히는 사람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감성이 이렇게 예민하니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나 첼로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저리저릿해져 옴을 느낀다. 작은 것에서도 감동을 잘 느끼는 내가 마음이 순수한 것인지 지나치게 여린 것인지 구별이 안된다.

 

미루나무 몇그루에서도 가슴이 떨리는 내자신이 어떨땐 한심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이 그렇기에 허연 머리카락을 지닌 나이지만 자꾸 배낭을 매고 떠나는 모양이다.

 

 

 

배낭여행 25회를 채우면 그만할 생각이다. 은퇴할때까지 몇번을 더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25회는 채워야한다.

 

 

 

그건 그렇고......   계곡 속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풀벌레 소리 와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뿐이다. 자동차 경적 소리도 없고 문명이 만들어내는 소음은 더구나 없다.

 

 

 

시인 김광균님의 표현대로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걷는 것이다. 모두들 아름다운 경치를 사진기에 담느라 바빴다.

 

 

 

한번씩 돌아보면 우치사르 마법의 성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다. 저기 저기에 보인다. 낙타등처럼 구부린 자세로.....

 

 

 

사진가이기도 한 김부장은 양산 대용으로 우산을 쓰고 느긋하게 뒤따라 왔다.

 

 

우린 앞으로만 나갔고.....

 

 

정비석 님의 <산정무한>에 나오는 표현대로 "뒤에 두고가는 경치가 너무 아까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될까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조금씩 화이트 밸리의 상징물인 침니가 맛보기용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집중적으로 소개해 드리겠지만 화이트 밸리의 정수는 하늘로 솟아오른 침니이다.

 

 

 

과일나무의 과일은 그냥 익어서 떨어져 간다. 우리나라 시골동네 감나무에 달린 홍시들이 까치밥으로 남는 것처럼 여기도 그렇게 남아 달려 있는 것이다.

 

 

 

어떤 나무들은 주인이 잘 가꾼 흔적이 묻어있다. 이런 나무의 열매들은 손대기가 곤란하다. 손 안대는 것이 옳은 일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