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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3

by 깜쌤 2006. 5. 9.

 

 

전쟁에 승리한

장군의 번쩍이는 훈장 뒤엔

자식 잃은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이 스며들어 있음을 너는 아니?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번 떼부자의 번들거리는 얼굴 속엔

빠듯한 살림에도 너희들 위해 돈 쓸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한숨이 녹아들어 있음을 너는 아니?

 

 

 

 

 

 

 

어깨 건들거리며

큰걸음으로 거리를 누비는

그 사람들 발자국마다

약한자의 서글픔이 눈물 방울되어

맺혀 있음을 너는 아니?

 

 

 

 

 

 

지금은 말라 비틀어진 억새 줄기 하나에도

보름달이 떴던 밤,

아침해가 돋았던 날의 소중한 추억들이

녹아들어 있음을 너는 아니?

 

 

 

 

 

사과꽃 하나하나마다

나비가 먹고 벌이 먹어야 할 먹거리가

숨겨져 있음을 너는 아니?

너에게는 그게 그냥 단순한 꽃 한송이로만 보이니?

 

 

 

 

 

민들레 씨앗이 그냥 생겨난 것으로 보이니?

뿌리가 땅속으로 뻗어가는 것이 우연으로 보이니?

내가 밟는 땅 속 물이

어떻게 스며든 것인지 너는 아니?

 

 

 

 

 

 

 

이 담배 싹들이

그냥 줄맞춰 돋아난 것으로 아니?

허리 휜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쟁기를 끌고 이랑을 만들어

너에게 쥐어줄 세뱃돈을 묻었음을 너는 아니?

바램과 간절함을 묻었음을 너는 아니?

 

 

   

 

 

 

오늘 네가 가진 시간이

그렇게 우습게,

그렇게 가볍게,

그리도 무게없이 느껴지니?

 

 

 

 

 

나도 예전에는 그런 것을 모르고 살았단다.

어렸던 날에는 잘 생각 못하고 살았단다.

생각도 안하고 살았단다.

정말 예전엔 미쳐 모르고 살았단다.

 

 

 

 

 

많은 시간들을 물 위로 흘러 보낸 뒤에서야

그런 것들을 조금,

아주 조금만 깨달았단다.

너무 늦은 시간에.....

정말 너무 늦은 시간에......

 

 

 

 

 

 

그리운 이름이 있니?

소중한 이름이 있니?

가슴속에 새겨둔 이름이 있니?

세상 모든 것들에게는 이름이 있단다.

너는 사람에게만 이름이 있다고 생각하니?

 

 

 

 

 

넌 흘러간 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것을 본적이 있니?

넌 가버린 시간이

다시 거슬러 돌아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니?

 

 

 

 

 

너무 늦어 가슴이 먹먹해지기 전에

더 많이 깨닫고 살아야하지 않겠니?

빨리 알아차려야 하지 않겠니?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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