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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2

by 깜쌤 2006. 5. 7.

 

 

 

모래밭 속엔 자갈이 소복 모여드는 곳이 있어.

다리가 가녀려서 종종걸음을 치는

작은 물새는

그런 자갈 사이를 옴팍 파고 알을 낳는거야.

 

 

자갈색이랑 알이랑 구별이 안되므로

물가에 노는 아이들도 눈치를 못채는거지.

어떤 새는 철길 밑 틈바구니에도 둥지를 틀었어.

 

걔들은 기차소리도 음악으로 듣는가봐.

하기사 그땐 기차가 귀했거든.

하루 몇번 달랑 지나치는 쇠바퀴소리가

어쩌면 화음으로 들리는 가장 안전한 보금자리이기도 했을거야.

 

 

 

 

 

 

버드나무 밑엔 고기들이 모여들었어.

갈겨니가 많았고 버들치도 있었지.

징거미 새우도 나와 놀았어. 

얕은 물이 흐르는 모래를 걷다보면

발 밑에 모래무지가 밟히기도 했지.

 

큰물이 지나고 나면 은어떼가 올라왔어.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물살을 가르는  

그런 모습을 네가 상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거야.

 

동네 형들은 양쪽으로 갈라진 나무에다가 모기장을 댄

반두를 들고 은어 뒤를 쫒다가

고기떼 뒤에 재빠르게 갖다대는거야.

 

그러면 고기들이 순간적으로 돌아서는거지.

반두속으로 말야.

형들은 은어들이 내는 수박냄새가 좋았을 거야.

허리에 매단 싸리나무 초롱속에

은어를 넣기도 하고 더러는 입에 물고는

다음 고기떼를 노리기도 했어. 

 

 

 

 

 

동네 형들이 함지박에 들어가도 몸이 바로 안펴지는

왕짜 잉어를 잡기도 했어.

그녀석은 나보다도 더 컸던 것 같아.

실처럼 솟은 입수염과

10원짜리 동전보다 컸던 비늘이

짜악 줄을 섰었던거야.

 

 

동무들과 나는 버드나무 아래 작은 소에 가서

시간이라는 괴물을 잊고 놀았어.

물속에 가만 있으면 고기들이 와서

내 몸을 찝적거리기도 했어.

모래바닥에 몸을 누이면

작은 고기들이 모여 들기도 했어.

 

 

 

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도

끝이 없었어.

모래가, 강물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그땐 모르고 살았어.

어느날은 모래 따라 걷다가 걷다가 지쳐서

집에 돌아오는게 너무 힘들었던 날도 있었어.

 

 

 

 

되돌아보면 까마득한데

한편으론 어제일처럼 생생해.

너희들은 어떤 추억을 만들며 살아갈거니?

앞으론 어떻게 살아갈거니?

 

 

 

 

 

 

 

 

 

 

물가에서 자라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사막의 이슬 방울로 모진 목숨을 이어가는

나무도 있어.

이파리가 가시로 변하고

몸통은 모두 다 터서 갈라진데다가

이리저리 비틀린 삶을 살아가는 모래밭 나무도 있어.

 

 

 

 

 

 

가지만 앙상해서

제 몸 식힐 그늘도 만들지 못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온 동네 새들을 다 불러모으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을 사람 다 불러 모아

제 품에 안고 사는 나무도 있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있기도 했지.

 

 

제 몸 하나에 잔뜩 가시를 매달고

가까이 오는 새들을 찌르고

사람을 찌르는 녀석도 있어.

 

 

 

 

 

오늘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사그라져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이 있는가하면

봄에 펴서 가을까지 버티면서도

구린 냄새를 뿜고

구질구질하게 사는 녀석도 있어.

 

 

 

 

 

가버린 시절이 예쁘지 않다면

그 인생은 헛살아버린 삶일지도 몰라.

그때 굶고 살았기에

배부른 오늘이 더 소중하게 여겨지고

감사하게 여겨지는거야.

 

 

 

 

이젠 고기들도 떠나고

물새도 떠나고.....

꽃들도 이사갈 채비를 하는 것 같아.

동무들은 벌써 예전에 흩어졌어.......

다시 오지 못할 먼 곳으로 가기도 했어.

 

 

 

 

정겹던 곳이

메말라 가는 거야.

사그라져 가는 거야.

혼자 보고, 혼자 간직하기가

아까운 그곳이 희미해져 가는거야.

 

 

 

삶은 말이지

새로운 모퉁이를 도는 것 같은거야.

끝없이 물결치는 언덕을 넘는 것 같아.

솟구쳐 겹겹이 싸인 산을 넘는 것 같아.

언덕 사이에도 강이 있고

산 틈바구니에도 들이 있어.

언덕만 있고 산만 있는게 아니었어.

 

 

 

난 너희들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소중한 추억들을 겹겹이 가슴속에 쌓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가슴에 간직하고

멋진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

 

 

 

너희들은

어른이 되고 싶니?

 

난 아이가 되고 싶어.....

사라져 간 할머니를 되돌려 오고 싶고

잔주름이 자글자글 그어진 어머니가

새악시 발그스럼한 볼을 가진 엄마로 돌아오고

허리 휘어지고 손마디 굵은 아버지는

청년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래야 나도 어린 아이가 되는거지.

나 혼자만 아이가 되긴 싫어.

 

 

 

 

 

마흔 넘고

쉰이 넘어도 장가 들지 못한  동무가

혼자 사는 곳이야.

아름다운 경치와 모진 현실은 다른 것이란다.

그게 인생이란다.

 

 

 

 

그게 살아가는 길이고

길이 바로

인생이란다.

 

 

 

 

 

어리

버리

 

 

깜쌤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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