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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 파묵칼레 2

by 깜쌤 2006. 5. 9.

저번에 보여드린 사진보다 더 크게 해서 찍어보았다. 달리는 기차에서 찍은 사진이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지만 이와 같은 경치는 그 예가 드물다. 지구위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적으므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 사천성 험한 산골짜기에 파묵칼레를 능가하는 엄청난 경치가 숨어 있다. 구채구 옆에 있는 황룡이라는 곳이다. 약간 닮은 곳으로는 운남성 려강(리지앙)에서 옥룡설산 가는 길에 백수대라는 곳이 조금 닮았을 것이다.

 

 

 

 

하얗게 보이는 저 언덕 위에 로마시대의 거대한 도시 히에라볼리(=히에라폴리스)가 있는 것이다. 폴리스가 도시국가를 의미한다는 것은 다 아시겠지만 여기 이름이 히에라폴리스라는 말이지 이 곳이 하나의 도시국가를 이루었다는 말은 아니다.

 

저 하얀 언덕 위의 산 속에서 온천이 솟아 오른다. 칼슘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온천물이 땅위를 흐르면서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오랜 세월 동안 석회처럼 쌓여서 흰 언덕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멀리서 보면 하얗게만 보여도 가까이 가면 하얀 논바닥들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파묵칼레는 그런 곳이다. 다른 지방에서 버스를 타고 접근해도 되는데 에베소 방면에서 접근을 하면 한 이십킬로미터 밖에서도 이 언덕이 보일 정도이다.

 

파묵칼레는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한번은 에베소 방면에서 버스로 들어오면서 보았고 한반은 카파도키아 벙면에서 접근을 했었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골짜기 건너편에서 보는 것이다. 다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접근해보야겠다. 가능한 일은 아닌줄 알지만 혹시 아는가? 살다보면 그런 날이 올지....

 

 

터키 중부의 고원지대를 예전부터 아나톨리아라고 불러왔다. 아나톨리아 지방에는 신기하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기묘한 지형들이 많다,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변경 정도에 해당되는 여기가 지금부터 이천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물이 귀한 곳이다.

 

터키 지도를 놓고 보면 거대한 호수가 많이 보인다. 예상외로 터키에는 관개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이 메마른 땅에도 물이 넘쳐 흘렀다. 실제로 파묵칼레 벌판을 걸어본 경험에 의하면 벌판 군데군데로 거대한 농수로들이 있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유유히 헤엄을 치는 자라를 보기도 했다.

 

 

 

흰 성처럼 보이는 절벽밑에 자리잡은 마을이 파묵칼레 마을이다. 거기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작은 마을이지만 온천이 있고 호텔이 있고 여관들이 즐비한 것이다.

 

 

파묵칼레를 지나친 기차는 그대로 달려서 데니즐리 역에 도착했다. 데니즐리는 인구가 약 25만 정도되는도시이다. 그래도 이 부근에서는 크다고 소문난 도시이다.

 

여기에서 파묵칼레까지는 약 2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이다. 그러므로 많은여행자들은 일단 데니즐리까지 와서 파묵칼레를 찾아가는 것이지만 에베소에서 버스를 탈 경우 파묵칼레로 직접 들어가기도 한다.

 

데니즐리에 도착하니 오후 2시 40분경이 되었다. 셀추크에서 11시가 되어서 출발했으니 약 두시간 반이 걸린 셈이다. 일행의 인원수를 점검하고 기차역에 내렸더니 파묵칼레에 있는 외즈튀르크 호텔에서나왔다는 총각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셀추크의 에베소 인 호텔의 알리 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그의 성의가 고마웠지만 우린 오늘 밤에 카파도키아의 괴레메로 이동하는 장거리 야간버스를 타야하는 것이다. 파묵칼레에 머무르지 않을 예정라는 말로 총각을 떼어 놓은 뒤 버스 정류장을 찾아갔다.

 

오늘 밤에 출발하려면 장거리 야간 버스표를 미리 사두어야 한다. 미리 사두지 않을 경우 출발시간 바로 전에 표를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린 열한명이나 되는 큰 팀이다. 만약 버스표가 한장만 부족해도 못 움직이고 붙들려있어야 하므로 반드시 미리 표를 사야 하는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셀추크로 올때 사용했던 메트로 버스회사는 데니즐리에서 괴레메 가는 노선에는 버스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므로 다른 버스 회사를 찾아야 했는데 그 노선에 운행하는 회사는 얼마되지 않았다. 그 중에서 조금 큰 회사로 소문난 네브투르 회사를 찾아갔는데 저녁 8시 정각과 밤 9시 반에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밤 9시 반에 가는 차는 이미 표가 거의 다 팔리고 조금 남았다고 한다.

 

내가 9시 반차에 미련을 나타내자 8시 차와 9시반 차 두대에 나누어 타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왔다. 그런 것은 안된다고 한마디로 거절했다. 만약 사고라도 나서 갈라지거나 헤어져버리면 찾을 길이 없으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한 차에 타야했다.

 

그러니 별 수 없이 8시 차표를 구해야 했다. 미리 돈을 주면 차를 놓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돈은 나중에 지불하기로 하고 일단 예약부터 해두었다.

 

그러나 이 사람들과의 예약은 믿을 수가 없으므로 예약증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자기들 회사 차표 용지 뒷면에 예약된 좌석 번호를 적어주는 것인데 이 메모 하나가 우리를 곤경에서 구해주는 구세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표를 교섭하는 동안 한샘군이 나가서  파묵칼레행 돌무시 시간표를 알아보고 왔다.  3시반 출발이고 요금은 2리라란다. 그렇다면 이제 시간이 다 된 것이다. 돌무쉬를 타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당연히 배낭은 네브투르 회사 사무실에 맡겨두었다.

 

우리 물건이 분실될 경우를 대비하여 사진을 찍어두는 것은 기본에 속한다. 디지털 카메라의 위력은 이런데서 나타난다. 돌무시를 탔다. 이름 그대로 지방의 짧은 노선 사이를 움직이는 소형버스인데 험한 오지 노선에서는 장거리 버스를 대신하기도 했다.

 

우리 팀이 올라타버리자 좌석이 만원이 되었고 이내 돌무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파묵칼레를 향하여 가는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