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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29 - 에베소 10

by 깜쌤 2006. 5. 6.

 

대극장에서 노래를 불러 앵콜까지 요청 받은 우리들은 걸어서 북쪽 입구를 통해 빠져 나왔다. 이럴땐 입구가 출구가 된 셈이다. 쉽게 말을 하자면 이렇다.

 

에베소에 입장하는 곳은 두군데가 되는데 우리들처럼 동쪽 문으로 들어갔다가 북쪽문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그렇게 구경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돌아오는 길도 쉬워진다. 이유는 조금 있으면 다 알게 된다.  

 

 

이쪽으로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사람들도 훨씬 더 많아 복닥거리는 것이다. 터키 장사꾼들은 우리를 보고 아예 손바닥으로 박자까지 맞추어가며 한국말로 놀려댔다.

 

"어이, 빨리 빨리~~"

 

그래서 나도 한마디 해 주었다.

 

"어서, 속히, 퍼뜩, 싸게싸게, 신속하게, 급히, 서둘러서..."

" ? "

"빨리 빨리라는 말 외에도 이런 말이 있소이다. 한국말은 대단한 말이오. 이해 되셨오?"

 

장사꾼이 띵한 표정을 지어왔다. 평소의 나처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더 돌아본다. 대극장이 우리를 보고 배웅하는 것 같다. 황혼이 지기 시작했다.

 

 

 

걸어나오는 길에도 양쪽으로 유적지들이 즐비하다. 다 보려면 한도 끝도 없으므로 이젠 무시하고 그냥 걸어 나온다.

 

 

도로에 그늘이 덮히기 시작했다. 출구에서 에베소 시내까지는 약 3킬로미터 거리이므로 걸을만하다. 나는 이 거리를 일부러 걷게 했다. 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잠시 편한 대신 나중에 아무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팀 멤버들에게 걷게 한 것이다.

 

 

도로에서 보면 아까 우리가 한낮에 방문했던 성 요한 교회와 셀추크 시내가 저만큼에 보인다. 그러니 크게 먼 거리도 아닌 것이다. 사진의 가장 왼쪽 큰 나무가 있는 곳 쯤에 아르테미스 신전터가 있다. 시간이 되면 한번 들어가 봐야 하지만 지금은 글쎄다......

 

 

 

에베소 유적지에서 나오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엄청나게 큰 가로수 숲길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동으로 만나지는 것이다. 그럼 여기에서 퀴즈 문제를 내어보자. 직업이 분필가루 장사이다보니 그저 시간만 나면 문제내기에 바쁘다. 자, 그럼 문제 나간다.

 

 

위의 사진과 아래의 글을 잘 보고 읽고, 정답을 잘 골라 찍어 보시오.

 

 ♠ 이 거리 양쪽에 심어진 거대한 나무들은 어떤 종류일까요?

 

   1) 소나무

   2) 수양버들

   3) 마로니에

   4) 팽나무

   5) 사과나무

 

 

정답을 찍으셨는가? 그럼 이제 답을 발표한다.

 

 

"에, 아그들아! 너그들 답을 봉께 나가 참말로 미치고 환장하것다이. 1번 소나무 찍은 거시기들은 뭐하는 아그들이냐? 너그들 모두 소냐? 카우옥스 불(bull)냐? 요것이 워찌 소나무로 보이냐? 소나무 잎이 뾰족한 것도 모르것냐?"

 

 

"그라고 2번 찍은 알라들은 마 잘 보거래이. 여어까지(=여기까지) 수양대군이 원정 왔다 카드나? 알렉산더 대왕하고 수양대군이 같이 만나가 여까지 원정와서 심군 나무가? 일마들아, 수양버들은 주로 물가에 심는기라.

 

여어가(=여기가) 어떤 곳이고? 잘바라. 지금까지 깜쌤이 보여준 사진 쪼가리하고 글을 보마 땡볕이 어쩌고 저쩌고 안카드나? 일마야, 아드보카트 감독도 이런 문제는 억수로 수월케 맞춘데이..... " 

 

 

"3번 찍은 학생들은 여기가 프랑스 파리라고 생각합니까? 여긴 터키입니다. 터키에요. 샹젤리제 거리가 아닌 것입니다."

 

 

"4번 찍은 학생들은 '' 당하고 싶어유우?"

 

 

(팽은 토사구팽을 말한다. 3김씨 가운데 한분이셨던 김종필씨가 써서 유명해진 말인데........ 젊은 친구들은 기억날지 모르겠다)

 

 

 

 

'그럼 정답은 당연히 5번이겠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분들이다.  

 

"5번 찍은 너들은 또 머하는 아들이고(=아이들이냐)? 사가낭기(=사과나무가) 이따구로(=이렇게) 억수로 큰거 니가 밨나(=보았니?)? 밨나? 밨나 말이다."

 

 

정답은 그 속에 없다. 나는 수업을 하면서 이런 식으로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들이 모두 황당하다는 식으로 쳐다본다. 그럴때 일장 훈시를 하는 것이다. 고장 관념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하고나서는 한번 더 물어보면 아이들 대답이 가관이다.

 

"쌔앰~~~. 이번에는 학실한 정답입니다. 6버이입니다."

"그래? 6번은 닥나무다. 미안 하지만 오늘 오후에 남아서 교실 바닥을 좀 닦기 바란다."

"아이구메.... 으아악~~"

 

 

 

참, 나무들이 굵기도 하고 크기도 하다.

 

 

 

헛소리가 길어졌다. 정답은 뽕나무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정말 뽕나무인 것이다. 이 길은 예전 시장이었던 사브리 야일라 박사가 1936년에 조성한 뽕나무 길인 것이다. 나는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땐 길바닥 가득히 검은 흔적이 좌악 깔려 있었던 것이다. 너무 궁금해서 땅에 떨어진 열매를 주워 보았는데 거짓말을 조금 보탠다면 열매 크기가 번데기가 되기 전의 누에 만했던 것이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직접 따먹어보고 나서는 할말을 잊었다. 뽕나무였던 것이다. 나는 비로소 성경에 나오는 삭개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금 징수원이었던 삭개오는 여리고 성에 살았다는 인물인데,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보기 위해 뽕나무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사람이 뽕나무에 오른다는 것이 너무 수상했다. 내가 지금까지 봐 온 뽕나무중에 사람이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 볼만한 그런 크기의 나무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에베소에 가시거든 이 길을 꼭 한번 걸어보기 바란다. 그냥 봉고차 타고 휑하게 달려오시지 말고 한 4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하여 슬금슬금 걸어보기를 권한다.

 

 

아르테미스 신전으로 들어가는 길은 잠겨져 있었다. 철문 사이로 카메라를 넣어 길이나마 찍어보고 싶었길래 한번 셔터를 눌러본 것이다.

 

 

 

호텔로 돌아오니 7시 반이나 되었다. 여름 해가 길어서 그런지 아직도 해가 조금 남아있었고 기우는 저녁 햇살을 받으며 데니즐리 행 가차가 달리고 있었다. 내일은 저런 기차를 타고 터키 내륙 지방을 향하여 떠나 갈 것이다.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에 올라가는 도중 창틀 사이로 동네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흰색 벽이 깔끔하게 다가왔다.

 

   

시가지 너머로 산이 보였다. 벌써부터 황량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무가 적으니 땅까지 메마르게 보인다.

 

 

석양 속에 성채가 보였다. 저 부근에 성 요한 교회가 있는 것이다. 우린 낮에 거길 다녀왔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도 엄청 간 날이었다.

 

  

골목에서는 엄마들이 아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어렸을 때의 모습과 흡사하다. 세상 어디나 어머니의 역할은 비슷한 모양이다.

 

 

저녁 식사는 5리라를 주고 이집 요리를 먹엇다. 닭고기가 들어간 스프에다가 쌀밥, 채소 샐러드와 빵이었는데 음식 맛이 훌륭했다. 5리라를 준 이집 음식이 나에겐 환상적인 맛으로 다가왔다. 멋있는 저녁식사였고 즐거운 이야기 시간이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