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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28 - 에베소 9

by 깜쌤 2006. 5. 4.

 

셀수스 도서관(=켈수스 도서관)을 떠나 이 사진의 오른쪽 방향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간다. 도서관 정면에 자리잡은 4개의 여신상과 3개의 출입문 모습이 뚜렸하다. 오른쪽 벽이 아우구스투스 문이라고 했었다.

 

길게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이제 서서히 저녁 분위기가 되어가는가 보다. 해거름에 구경하는 것이 낫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직은 볕이 뜨겁다.  

 

 

 

이 길은 신성한 길 혹은 대리석의 길 불린다. 대리석으로 바닥이 온통 치장되어 있으므로 대리석의 길이라 불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리라. 이천년전의 도로가 이만하면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왼쪽을 보면 기둥이 늘어서 있다. 기둥 너머가 바로 아고라였다. 에페소 상업활동의 본부였던 셈이다. 기둥이 있는 곳은 예전엔 가게터가 아니면 상업용 업무공간이었을 것으로 전해진다.

 

도로의 오른쪽은 개인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는데 그 중에서도 몸을 파는 여성들이 많았길래 예전부터 매음굴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이 거리를 걸을때 도로바닥을 잘 살펴보면 어디쯤엔가 인간의 발을 새겨 놓은 장소가 보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고 있으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도로 끝에는 대극장이 자리잡고 있다.   

 

 

그 유명한 발이다. 이 발 보다 크기가 작은 청소년들은 매음굴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런 것으로 보아도 여기 에베소가 환락의 도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발 옆의 그림은 여자이다.

 

 

 

대리석의 길에서 도서관과 아고라 터를 본 모습이다. 환락가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고 시장 옆이 도서관이라니 더욱 더 이상하다.

 

 

세월이 흘러 도시가 사라진 지금 아고라 터엔 잡초가 무성하고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사람살이도 이와 같으리라.

 

 

여기 소나무들은 그늘이 짙다. 나무들 모습도 우산 같은데다가 그늘이 짙으니 소나무가 소나무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에베소는 로마 제국 안에서도 큰 도시에 들어갔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수도였던 로마와 오늘날 터키 남부의 시리아 국경 부근에 자리잡은 안디옥,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소아시아 지중해 연변의 에베소가 4대 거대도시였다니 이 도시의 위명을 알 수 있지 싶다.

 

전성기때 인구가 25만에서 30만 사이였을 것으로 보는 학자들이 있다는데 이천년전에 30만이 사는 도시라면 당시로서는 정말 큰 도시였음이 틀림없다. 우리나라 삼국 시대 역사가 막 열리기 시작하던 때가 아니던가?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서라벌 부근에서 여섯 촌장의 합의하에 신라가 나라를 시작할 때 경주 인근의 인구 총수가 많으면 3만, 적으면 한 오륙천 명 수준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니 그런 사실과 비교해볼 때 에베소가 얼마나 번창하고 큰 도시였던 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이 극장의 수용 인원이 약 24,000명 정도라고 한다. 로마인들은 도시 거주 인구의 10분의 1을 수용하는 극장을 짓는 것이 기본이었다고 하는데 이천년전에 이런 대극장이 만들어졌고 우리 눈앞에 그 증거가 떠억 버티고 서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대극장은 뒤에 자리잡은 피온 산을 교묘하게 깎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피온 산에는 그리스 시대에 만든 산성이 남아있다는데 올라가보지를 못했으니 유감이다. 에베소 대극장의 건축과정을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예전에는 여기에 헬라인들이 만든 극장이 있었다. 서기 41년에 즉위한 클라우디우스 황제때 로마인들이 더욱 더 증축한 뒤 다시 서기 96년에 황제의 자리에 오른 트라야누스 황제때 개축하여 이런 어마어마한 극장을 만들어 둔 것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제일 상단 꼭대기층의 좌석 위가 산비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우리 팀을 제일 상단 좌석까지 꼭 올라가보록 권했다. 날이 뜨거워서 올라 가지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권해서 올라가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을 해보였다. 내가 이야기를 해서 내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아닌지를 확인해 본 것이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따지고 보면 대성공이라고 할 것도 없다. 과학적인 원리에 의해 소리가 잘 들리도록 설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극장은 3단으로 되어 있고 각 층은 22열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쪽을 보고 있도록 지어졌다.

 

여기 좌석에 앉아 서쪽을 보면 항구에서 들어오는 길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처음 에베소 항구로 들어서면 이 극장의 위용이 대단했었을 것이다.   

 

 

좌석 바닥은 돌을 깔았고 통로 계단도 잘 다음어진 돌로 단장을 했다. 기록에 의하면 좌석 밑으로 구리관이나 토관을 깔아 소리가 위로 잘 전달되도록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이들의 과학적 실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임을 알 수 있다.

 

 

 

극장 상단 좌석에 앉아 아래를 보면 공연장이 저 밑에 보이고 무대를 가린 벽인 스케네가 뒤쪽에 버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라틴어 스케네(scene)에서 영어의 scene이 나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말이다.

 

반원형 무대와 무대 뒤를 가진 스케네의 크기를 자세히 살펴보시기 바란다. 스케네 뒤로 에베소 항구에서 극장으로 들어오는 거대한 아르카디아 (=아르카디우스, 아르자디아나)도로가 일직선으로 뻗어있음이 보일 것이다.

 

도로 좌우에는 거대한 기둥들이 도열해 있어 화려한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특이하게도 이 도로는 야광을 발하는 재료들로 만들어져 밤에도 빛을 발했다고 하니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짐작이 안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는 도로의 모습이 더욱 더 명확하게 나타나도록 사진을 찍어 보았다. 앞으로 펼쳐진 저 도로가 아르카디우스 도로(=항구 도로)이다.  이 길을 개축한 로마황제 아르카디우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길이는 약 500미터, 폭은 11미터 정도인데 길 양쪽으로는 모자이크가 바닥을 장식한 가운데 아름다운 기둥들이 줄을 지어 연결되었고 주랑 뒤로는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로마와 안티오크(=안디옥) 그리고 여기 에베소만이 밤에 빛을 붐는 야광성 도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 대극장은 오늘날에도 한번씩 사용한다. 음악회를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극장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상당히 의미가 깊은 곳이다. 여기에서 사도 바울이 수난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쯤에서 성경 본문을 옮겨와 보자. 성경 사도행전 19장에 나오는 소동이다. [19장 21절 -20장 1절]

 

 

21  이 일이 다 된 후 바울이 마게도냐(마케도니아)와 아가야로 다녀서 예루살렘에 가기를 경영하여 가로되 내가 거기 갔다가 후에 로마도 보아야 하리라 하고


22  자기를 돕는 사람 중에서 디모데에라스도 두 사람을 마게도냐로 보내고 자기는 아시아에 얼마간 더 있으니라


23  그 때쯤 되어 이 도(道)로 인하여 적지 않은 소동이 있었으니


24  즉 데메드리오(=데메트리오스)라 하는 어떤 은장색이 아데미(아르테미스)의 은감실을 만들어 직공들로 적지 않은 벌이를 하게 하더니


25  그가 그 직공들과 이러한 영업하는 자들을 모아 이르되 여러분도 알거니와 우리의 유족한 생활이 이 업에 있는데


26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아시아 전부를 통하여 허다한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


27  우리의 이 영업만 천하여질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큰 여신 아데미(=아르테미스)의 전각도 경홀히 여김이 되고 온 아시아와 천하가 위하는 그의 위엄도 떨어질까 하노라 하더라


28  저희가 이 말을 듣고 분이 가득하여 외쳐 가로되 크다 에베소(=에페수스, 에페스) 사람의 아데미여 하니


29  온 성이 요란하여 바울과 같이 다니는 마게도냐 사람 가이오(=가이우스)와 아리스다고(아리스타르쿠스)를 잡아가지고 일제히 연극장으로 달려들어 가는지라


30  바울이 백성 가운데로 들어가고자 하나 제자들이 말리고


31  또 아시아 관원 중에 바울의 친구 된 어떤 이들이 그에게 통지하여 연극장(=지금 우리가 보는 이 대극장) 에 들어가지 말라 권하더라


32  사람들이 외쳐 혹은 이 말을 혹은 저 말을 하니 모인 무리가 분란하여 태반이나 어찌하여 모였는지 알지 못하더라


33  유대인들이 무리 가운데서 알렉산더를 권하여 앞으로 밀어내니 알렉산더가 손짓하며 백성에게 발명하려 하나


34  저희는 그가 유대인인 줄 알고 다 한 소리로 외쳐 가로되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 하기를 두 시 동안이나 하더니


35  서기장이 무리를 안돈시키고 이르되 에베소 사람들아 에베소 성이 큰 아데미와 및 쓰스(=제우스)에게서 내려온 우상의 전각지기가 된 줄 을 누가 알지 못하겠느냐


36  이 일이 그렇지 않다 할 수 없으니 너희가 가만히 있어서 무엇이든지 경솔히 아니하여야 하리라


37  전각의 물건을 도적질하지도 아니하였고 우리 여신을 훼방하지도 아니한 이 사람들을 너희가 잡아 왔으니


38  만일 데메드리오와 및 그와 함께 있는 직공들이 누구에게 송사할 것이 있거든 재판 날도 있고 총독들도 있으니 피차 고소할 것이요


39  만일 그 외에 무엇을 원하거든 정식으로 민회에서 결단할지라


40  오늘 아무 까닭도 없는 이 일에 우리가 소요의 사건으로 책망 받을 위험이 있고 우리가 이 불법 집회에 관하여 보고할 재료가 없다 하고


41  이에 그 모임을 흩어지게 하니라

 

 

20장 1  소요가 그치매 바울이 제자들을 불러 권한 후에 작별하고 떠나 마게도냐로 가니라.

 

 

 

극장 옆면의 출입구 구실을 하는 문들의 크기를 한번 잘 보시기 바란다. 사진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의 크기와 비교해보면 이 극장의 규모가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극장에서 나온 우리들은 아르카디아 도로를 잠시 걸어 보았다. 당시의 영화가 이젠 다 꿈인 것만 같다.

 

 

이 길을 따라가면 고대의 에베소 항구가 나올 것이다.

 

 

다시 한번 돌아서서 대극장을 본다.

 

 

 

 

 

 

더 이상 할말이 없어진 우리들은 바울 선생의 고난을 생각하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다.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실없게도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역사에 취했기 때문이었을까?

 

"어허허허허허허~~~"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가서 우리들은 또 다른 입구를 출구삼아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 길 부근에도 유적지가 좌악 깔렸지만 이젠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 자세히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