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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어차피 혼자 걷기 2

by 깜쌤 2006. 5. 5.

 

 

 

 

 

 

산다는게 뭣인가 싶었기에,

아내에게는 그냥 어디 멀리 간다고만 하고

배낭을 매고 역으로 갔습니다.

 

 

 

 

 

학창 시절엔 줄기차게 기차를 탔습니다.

내가 다녔던 ㅇ시 중학교에서 제일 멀리서 다닌다고 소문났던 학생이

어리버리였습니다.

커서 나중에 알고보니 시내부근에 있었어도 나만큼 일찍 집을 나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줄기차게 보고 다녔던 산입니다.

화산(火山)이죠.

 

 

 

 

 

 

 

 

여기선 친구가 탔습니다.

그 친구와 나는 둘 다 농땡이도 많이 부렸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땐 그래도 제법 책을 보았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눈물만 납니다.

인생의 승부가 대학 하나로 결판나는게 아니었지만

인생을 보는 눈이 좁았기에 술로만 살았습니다.

 

   

 

 

 

 

 

 

이제 ㅇ시에 가까워집니다.

블로그에서 알게된 어떤 분이 앞으로 근무하시게 되는

동네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근 동네는 인연이 깊습니다.

 

 

 

저 산 아래 어드메쯤 있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30분을 줄기차게 걸어 다녔지요.

체구가 작았기에 들고다니는 가방이 나를 데리고 다니는지

내가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지 구별이 안될 정도였습니다. 

 

학기말 고사에서 처음 1등을 하고 나서부터는

이제는 은퇴하신 은사님께서 어리버리한 나를

더욱 더 귀여워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한번도 찾아뵌 적이 없으니 배은망덕하다는 말은 

나같은 인간을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여기엔 금모래, 은모래가 가득했었습니다.

 

 

 

 

고등학교는 또 저 어디메쯤 있는 학교를 다녔고요.

그러니 또 줄기차게 걸었습니다.

매일 한시간 10분씩을 걸었으니 참 많이도 걸었습니다.

시내버스 탈 돈이 없어서 버스 한번 못타고 다녔습니다.

 

 

 

 

어떤 대학의 입학 원서를 사들고 갔더니

고등학교 2학년때 담임 선생님이 거기에는 지원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렸습니다. 

 

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동생들도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마치면 갈 곳이 없어서

시립도서관을 가서 책을 보기도 하고,

그래도 갈데가 없으면 여기 와서 버텼습니다.

가끔씩은 역무원들에게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여기 이 현장에서 죽은 학생도 있었습니다.

기차에서 뛰어내리다가 말이죠......

승차권이 없어서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 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중학교땐 이 역 광장에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만

돈주고 사먹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같이 기차통학하며 다녔던 동생에게

호떡 하나 사먹이지 못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뜨뜻해집니다.

사실 사주고 싶어도 사줄 돈이 없었습니다.

 

 

 

 

 

 

 

이 부근 길거리에서 정말 우연히 아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이제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나는 머리 허연 영감쟁이가 되었고요......

 

그 분을 보낸 뒤 버스를 타고 다시 45분을 더 갔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못가본 곳이기에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저 건너편 동네에서도 친구들이 학교를 다녔습니다.

친구 하나는 부산에서 나처럼 분필가루 휘날리며 먹고 삽니다.

 

 

 

 

 

교문 옆 도로가의 구멍 가게에선

할머니가 문구를 팔았습니다.

낙타표 크레용 한갑이 그때 돈으로 10원을 했고

연필 한자루는 6학년때 까지도 3원이나 5원을 받았습니다.

 

낙타표 크레용은 도화지에 칠하면

두루루 말리면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면도용으로 쓰던 도루코 면도날에다가 플라스틱 손잡이를 달아 만든

허접스런 칼로 연필을 깎았는데 걸핏하면 날이 부러지곤 했습니다.

그러길래 아예 부엌칼로 연필을 깎는게 훨씬 편했습니다.

 

오늘 가서보니

그런 학용품이나마 팔던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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