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마지막 사진에서는 지금 이 청년이 가리키고 있는 요한 무덤을 나타내는 대리석판을 보여 드렸었다.
대리석을 다루는 솜씨 하나는 거의 신기에 가깝다.
요한의 무덤 석판을 보고 난 뒤 우리들은 계속해서 성요한 교회의 다른 장소를 둘러 보았다.
무엇처럼 보이는가? 혹시 세례를 주던 장소가 아닐까? 그렇다. 여기는 세례를 주던 방이다. 이렇게 그리스도교가 번성했던 터키에는 이제 기독교인들을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다.
여기 셀추크에도 기독교인들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나마 종교의 자유를 약간 준다는 터키가 이 지경이니 다른 회교 국가들에서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회교 국가내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받는 박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교회에 대한 공공연한 방화가 벌어지는 실정이다. 그래도 그들은 평화를 이야기하고 선교를 이야기한다. 회교 국가들이 말하는 선교의 자유는 타종교 국가에 대한 이슬람교의 자유로운 선교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리스도교인들의 이슬람에 대한 자유로운 선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그건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한다. 터키 내의 선교사들도 비밀리에나 활동이 가능하다. 선교사 신분이 노출되면 외국인들은 추방 당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자국인들은 죽음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성 요한교회 너머엔 성채가 이런 식으로 확실하게 보인다.
땡볕 아래에 유도화가 꽃을 피웠다. 너무 뜨겁다. 그러길래 호텔 주인도 에베소 유적지 탐방은 해어스름에 가볼 것을 권해왔다.
유적지 한가운데에 전성기때의 교회 모형을 전시해 두어서 이해하기가 편했다.
터키 남부엔 안티오크라는 도시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안디옥이다. 그리스도교인들이라는 말이 제일 먼저 사용된 유서깊은 도시인데 몇년전 그 도시를 방문했을때 거기에서 서울의 대형 교회인 K교회에서 세운 교회를 보았다.
당시로서는 그 교회가 아마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유일한 교회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말하는 교회란 개신교 교회를 말한다. 그리스 정교회는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교회 인가 조건은 까다로웠다고 들었다. 교회의 존재는 인정해주지만 예배와 설교는 안된다는 조건으로 교회를 복원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다. 현재 터키에서는 회교 원리주의에 대한 지지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
나중에 혹시라도 터키의 EU 가입이 공식적으로 거절당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리스도교인들의 터키 내 성지 순례도 불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나친 걱정일까?
워낙 뜨거워서 모두 다 그늘로 들어가 버린다. 일부러 선글래스를 끼는게 아니다. 너무 햇볕이 강렬하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는 것이 훨씬 버티기가 쉽기 때문이다.
셀추크 마을도 붉은 색 지붕이 주류를 이루는 마을이다. 혼란스럽지 않아서 단정하다는 느낌이 든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상당히 많이 온다. 당연히 거의가 다 그리스도교인들이다.
여기 이 동네가 건조하긴 건조한 모양이다. 선인장이 유적지 한 구석에 버젓이 자리잡고 살아가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판에는 풍요로움이 넘쳐 보인다.
다시 시내로 나온 우리들은 호텔 주인의 배려로 그양반이 제공해준 미니 버스를 타고 단체로 에베소 유적지를 찾아간 것이다.
에베소 유적지의 입구는 두군데이다. 누가의 무덤쪽으로도 입구가 있고 뽕나무 가로수길로 유명한 간선도로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도 입구가 있다. 우리는 걸어서 셀추크로 돌아오기로 마음 먹었으므로 누가의 무덤이 있는 쪽 매표소를 이용하기로 했다.
누가가 누구인가? 그의 직업은 의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분은 바울 선생과 함께 소아시아와 유럽 곳곳을 누비고 다녔던 대단한 양반이다. 그가 남긴 기록이 바로 성경속의 누가복음이다.
그런 분의 무덤이 그냥 방치되어 있는 것이다. 무덤에 대한 안내는 사진 속의 글을 보는 것이 빠르다.
누가의 무덤은 거의 폐허로 남아있다. 이를 너무 안타깝게 생각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한글 안내판을 세워두었다. 에베소 유적지 경내에 있지 않고 도로가에 그냥 방치되어 있으므로 조금 신경을 써서 찾아야 할 것이다.
누가의 무덤을 둘러본 후 우리들은 에베소 유적지 입장권을 사기 위해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겼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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