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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20 - 에베소 1

by 깜쌤 2006. 4. 24.

 

저녁 9시 반에 출발한 장거리 버스는 보스포러스 해협에 걸린 두번째 다리인 파티교를 건너서 달렸다. 우리 자리는 모두 버스 뒤쪽으로 배치되어 있었는데 앞자리는 정류소를 들를때마다 채워진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자 남자 승무원이 물, 콜라 등의 음료수와 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회교국가이므로 여성 승무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거리 버스는 기사도 보통 두명이 탄다. 밤새도록 달리는 것이므로 교대로 운전하기 때문이다.

 

 

  

보통 버스는 벤츠 회사 제품이다. 그러니 쿠션도 좋고 안락하다. 적어도 비행기 이코노미 클래스보다도 더 편하다고 보시면 된다. 우리가 탄 버스만 해도 뒤에는 바퀴가 두쌍이 달린 대형버스인 것이다.

 

나는 서서히 졸기 시작했다. 어서 자야한다. 안자면 나만 괴로워진다. 오늘 도착한 성지순례팀은 강행군의 연속이다. 어제 아침에 경주에서 출발하여 한밤중에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늘 아침에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다시 하루종일 시달렸다.

 

그런 후 다시 장거리 야간버스를 타는 것이다. 배낭여행이라는게 보통 이런 것이다. 편안한 잠자리는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그러니 고생을 말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돈이 들어가야 할 경우를 모두 몸으로 떼워야 하는 것이므로 이 정도는 각오하고 다녀야 한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침 6시경이 되었다. 어제 밤에 버스는 버스가 들어가는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이스탄불에서 아시아 쪽으로 넘어온 뒤 거리 단축을 위해 배 속으로 들어가서 지름길을 가는 것이다.

 

 

에베소는 셀추크라는 작은 도시 부근에 있는 유적지다. 셀추크라면 잘 모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에게사모스 섬 맞은 편 도시인 쿠사다시 부근에 있다고 해야 대화가 쉽다.

 

사모스 섬이라면 이솝의 고향이고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고향이기도 하다. 사모스 섬에서 두시간 정도 통통배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면 쿠사다시 항구가 나온다. 쿠사다시에서 셀추크는 한시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10여년 전에는 사모스 섬에서 배를 타고 쿠사다시로 넘어갔었다. 결국 에베소는 지중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유적지인 것이다. 물론 2000여년 전에는 에베소가 항구도시였었다.   

 

 

8시가 가까워서 버스는 에베소 산성 부근의 정류소에 와서 30분간의 휴식을 취했던 것이다. 경치가 낯이 익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서 에베소 부근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을 할수가 없었다.

 

모두 푸석푸석한 얼굴로 잠을 깼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에 물을 묻히는 정도로 세수를 끝냈다. 우리가 타고온 메트로 회사 소속의 장거리 버스가 보인다.

 

 

팀 멤버들 건강이 좋아보여서 조금 안심이 된다. 젊어서 그런지 얼굴에는 모두 생기가 돌았다. 이제 거의 다 온 것이라고 한다. 오늘도 하루 일정이 길게 생겼다.

 

버스를 타고 10여분 정도 달리자 눈에 익은 셀추크 시가지가 나타났다. 여기도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다.

 

 

 

왼쪽편으로 에베소 시타델(=山城)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다 온 것이다. 우리를 셀추크 버스 터미널에 떨어뜨려 놓은 메트로 회사 버스는 다시 휑하게 길을 떠나고 만다.

 

 

버스 터미널에 모여 잠시 감사 기도를 드린 후 호텔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로마에서부터 호흡을 맞춘 한샘군과 내가 여관을 찾으러 나섰다. 그래도 한샘군의 영어 실력이 가장 좋으므로 함께 다니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터미널 부근의 호텔에 가보았지만 주인의 태도가 영 시덥지 않았다. '묵을려면 묵고 말려면 말어'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므로 곧 돌아서 나오고 말았다. 아마 시드니 호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는데 우리 앞에 삐끼가 한사람 나타났다.

 

"여보셔유~~ 아자씨들~~ 이 부근에 참한 호텔이 하나 있지라유. 제가 하는 건데유, 한번 가보시려우? 안묵어도 좋아유. 개업한지도 얼마 안되는디유 방값도 디따 싸고 좋구먼유. 제 봉고차를 타고 한번 가보시면 되어유."

 

 

그래서 속는 셈치고 한번 가보기로 했다. 나와 한샘군이 선발대로 나서서 가보았다. 철길가에 있는 여관인데 그런대로 좋았다. 일인당 13리라로 묵도록 하겠다고 나온다. 그렇다면 일인당 10,000원 정도인 것이다.

 

     

"에베소 인"이라..... 곧이 곧대로 해석하여 여인숙이라고 하면 곤란하다. 엄연한 호텔인 것이다. 홀리데이 인 같은 그런 식의 이름인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의 영어가 아주 유창하여 도리어 내가 알아듣기가 어렵다.

 

 

리셉션에는 터키식 응접실을 갖추었다. 고급은 아니지만 배낭여행자들이 하루 묵기엔 딱 알맞은 호텔이다. 그래 묵자.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은 알리라는 이름을 가진 터키인이고 여주인은 캐나다 출신이다. 샤니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분이셨다. 그러니까 영어가 그렇게도 유창하지..... 

 

 

정원엔 야외 식사가 가능하도록 테이블을 배치해 두었다.

 

 

 

바로 오는쪽으로 파묵칼레 방면으로 가는 기찻길이 놓여져 있는 것이다.

 

 

기차가 자주 달리는 것도 아니어서 하루 머물기로 했다. 내일은 파묵칼레로 가는 것이니까 오늘 하루의 불편함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칸나가 반갑게 맞아준다. 바로 오른쪽으로 정원이 있다.

 

 

야외 응접실엔 물담배 파이프도 놓여있었다. 이란의 이스파한에서 본 바로 그런 파이프다. 

 

 

 

다시 봉고를 타고 터미널로 돌아온 우리는 배낭을 매고 우리 떼거리를 모시고 이 호텔로 돌아온 것이다. 일단 방배정을 했다. 두사람 씩 방을 배정하고 나는 팀장이라고 독실을 쓰기로 했다.

 

 

어제부터 너무 고생을 했으므로 잠시 쉴 시간을 주기로 했다. 12시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그동안 나는 셀추크 기차역에 가서 파묵칼레행 기차 시간표를 알아오기로 했다. 팀장은 이럴때 힘든다. 남들이 다 쉴 때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러 다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 팀 멤버들이 고생을 적게 하는 것이다. 이 분들은 나를 믿고 여기가지 오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사고없이 무사히 경주까지 모시고 가야하는 것이 내 의무이다. 이럴땐 의무감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혼자서 슬슬 걸어서 셀추크 기차역에 가보기로 했다. 해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니까 머리 뿌리까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기 더위는 살인적이다. 

 

 

 

기차길 옆에는 로터리가 나타난다. 저 건축물이 이 여관을 찾는 이정표가 된다.

 

 

철길 가에 자리잡은 이런 집들은 우리나라 건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와만 해도 너무 닮았다는 느낌이 오는 것이다.

 

 

역구내 철로엔 잡초가 가득하다. 이 사람들은 풀도 안뽑고 사는 모양이다. 뽑을 필요가 어디있을까? 어차피 인샬라(알라신 뜻대로....)인데.....

 

 

안전 불감증인지는 모르지만 기차역 구내엔 누구나 다 쉽게 드나들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나도 익숙하게 철길을 건너다니는 것이다.

 

 

셀추크 역이다. 역 사무실에 가서 시간표를 알아보기로 했다. 뭐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기차 시간표가 벽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데니즐리 급행 열차가 10시 37분 출발로 되어 있구나..... 파묵칼레 인근의 대도시가 데니즐리이니 이젠 다 알아낸 것이나 다름없다.

 

 

"기차역 역무원들과 사진 한번 찍어야지."

 

 여기 분위기는 한가해서 좋다. 그래, 바로 이 맛으로 여행하는 것이다. 느슨한 분위기,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러길래 자꾸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다.

 

 

 

셀추크 역 앞 광장엔 옛날 건축물 파편들이 세월을 안고 졸고 있었다. 나른한 한낮이었다. 유적의 모습으로 보아서는 수도교의 흔적이지 싶다. 이젠 유럽 백로들의 둥지가 곳곳에 자리잡았다. 이런 정경은 지중해 연안 특유의 풍경이지 싶다.

 

 

기둥 위 둥지 위엔 세월이 조용히 머물러 있었고.......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