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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13 - 이스탄불 : 고등어 케밥

by 깜쌤 2006. 4. 15.

소피 마르소를 기억하시지 싶다. 프랑스가 낳은 절세의 미녀스타 소피 마르소! 짖궂은 남정네들이 '소피 마렵소'란 이름으로 기억하던 배우 말이다.

 

브룩 쉴즈와 함께 1980년대를 주름잡은 미녀 스타인데 그녀가 007 영화에 출연하여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 않았던가? 그녀가 나온 007 영화가 바로 "THE WORLD IS NOT ENOUGH"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될때는 <007 언리미티드>라는 이름으로 상영되었다.

 

그 영화에서 소피 마르소가 애용하던 장소가 바로 이 섬이다. <007 황금의 총을 가진 사나이>에서는 태국 푸켓 섬 부근의 팡아만 못섬 앞에 있는 환상적인 작은 섬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는데 보스포러스 해협에 있는 이 크즈 쿨레시 섬도 그런 의미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궁금하신 분은 지금 당장 비디오를 빌려서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지금은 등대겸 레스토랑으로 쓰인다. '크즈'는 어린 젊은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고 쿨레는 탑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전체의 의미는 대강 짐작이 될 것이다. 12세기 경부터 건물이 있었다니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환상의 섬이다.

 

이 섬에 얽혀있는 전설 또한 아주 낭만적이어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여서 아마 다 알고 계시지 싶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럼 옛날 이야기를 한번 해보기로 한다. (지금 들으시는 분은 유료 서비스요금이 부과되오니 단단히 각오하셔야 될 것이옵니다. 어허허허허~~)

 

 

"(간들어진 미녀 음성 버젼으로)옛날 간날 롱 롱 어고우, 이름은 전해져 오지 않는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살았어요. 그런데 이 공주는 태어날 때 마녀로부터 저주를 받은 거예요. 16살을 넘기지 못하고 뱀에 물려 죽는다는 것이었지요. 

 

이 예언을 들은 왕은 너무 상심하여 뱀이 접근하기 불가능한 이 섬에 공주를 데려다 놓고 길렀어요. 애지중지하며 정성을 다해 기른 덕분이었는지 공주는 열여섯살이 거의 다 되도록 아무 탈없이 아주 아름답게 잘 자라준 것이었어요.

 

임금님은 너무나 기뻐 열여섯번째 생일이 되던 날, 저주에서 풀려난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였어요. 잔칫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 가지고 온 과일 바구니 속에서 뱀이 나와 그만 공주를 물어버려 그녀는 죽어버렸다는 거예요.

 

재미있었어요? 그러면 올 여름 배낭여행 경비도 없다는 불우 쌤돕기 운동 차원에서 25만원씩을 너그 은행 계좌번호 2006 - 04 - 12 12번으로 시비시비걸지 말고 입금하세요. 넣는 사람만 안잡아 먹을 거예요. 재미없었다고요? 그래도 이야기는 들었잖아요?"

 

 

배에서 내린 우리들은 허기를 채우기 위해 부두를 둘러보기로 했다. 부두에서 우리들은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기에 한번씩은 언급하는 홍합밥 장수를 만났다.

 

 

예전 한참 많이 사먹었던 열합 껍질에 볶음밥을 낳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둘러서서 제법 많이들 사먹는다. 우리라고 그냥 지나칠수가 없어서 기념으로 한번 맛보기로 했다. 1리라에 4개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낮에 아야 소피아 앞 PTT에서 환전을 했을때 1유로가 1.62터키리라 정도였으니 1리라는 우리돈으로 치면 약 750원 정도이다. 몇개를 사서 나누어 먹어보았다. 이젠 모두들 숙달이 되어서 알아서 척척 사먹으니 내가 엄청 편하게 생겼다. 

 

 

우리 물가와 비교하면 조금 싸다는 느낌이 들므로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홍합밥을 사먹는 것으로 보아 터키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는 모양이다.

 

 

홍합밥을 먹고 나서 조금 걸어가다가 이스탄불 명물이라는 고등어 케밥을 발견하고는 사먹자며 덤벼든다. 부두 부근에다가 난전을 차린 뒤 고등어를 굽는데 냄새가 제법 구수하다.

 

잘 구운 고등어를 중간을 가른 빵 사이에다가 척 넣고 양파와 썬 토마토 몇조각을 끼워서 주는 것이 일명 고등어 케밥인데 사먹자는 것이다. 조금 더 둘러보다가 이따가 사먹기로 했다. 우리들은 갈라타 브릿지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이 친구는 우리들 앞에서 홍합밥을 먹는 시범을 보인다. 오즘 한창 뜨는 개그맨 누구처럼 입을 크게 열고 '일구야~~"를 외치는 것 같다. 하여튼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부두엔 온갖 장사치들이 들끓는다. 가만히 보면 먹는 장사가 제일 잘 되는 것 같다. 먹는 장사가 돈 된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이 양반은 고등어 케밥 신참장사꾼인지 파리만 날리고 있다. 위생관념이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양념으로 쓰는 토마토나 양파를 덮어놓을 줄을 모른다.

 

 

갈라타 다리 위로 올라서자 수많은 낚시군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이렇게 많은 배들이 달리는 이런 바다에 무슨 고기가 산다는 것일까 싶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제법 많은 고기를 낚은 사람들도 수두룩뻑뻑했다.

 

 

낚시꾼 속에는 데이트족들도 끼어 들었다. 이 커플은 제법 분위기가 살았다.

 

 

골든 혼 저 안으로도 수많은 배들이 통행하고 있었다.

 

 

다리 위에서 보는 아야 소피아의 모습이 제법 참하다.

 

 

이 사람들은 부자간일까? 아예 윗통까지 훌러덩 벗고 본격적으로 낚시 대열에 참가했다. 들낚시는 거의 없고 모두가 다 릴을 사용하고 있었다.

 

 

선착장에는 호객꾼들이 설치고 있으리라. 하얀모자 영감님 삐끼 그룹도 잘 계시지 싶다.

 

 

 

다리 양 끝 밑으로는 레스토랑들이 자리를 잡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비싼 편이므로 어쩌다 한번 이용할 수는 있어도 자주 갈 곳은 못되는 것 같다.

 

 

 

다리 밑으로 내려간 우리들은 극심한 호객꾼과 웨이터들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식사는 다음에 하기로 한 뒤 각자 음료수만 한병 달랑 사마시고 나오기로 했다. 테이블보 깔고 글래스를 가져다 주는데 콜라 한병을 시켰으니  웨이터가 우리를 곱게 봐줄리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들 비위 맞추러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데 콜라 한병을 3리라 씩이나 받는다. 우리돈 2200원이다. 으으~~ 비싸다.

 

 

잠시 다리밑에서 우리 다리를 쉬게했던 우리들은 다시 부두로 나왔다. 이젠 아까 못사먹었던 고등어 케밥을 사먹을 차례다. 이젠 고등어 케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셨을 것이다.

 

 

"고추도 넣어드릴깝쇼? 되게 매울텐데....."

"여보쇼, 우린 한국인이오, 기딴거 신경쓰지 마시고 있는대로 다 넣으쇼."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와 플라스틱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고등어 케밥을 먹는다. 이게 오늘 저녁인 것이다. 아이고, 불쌍한 팔자들이다. 갯내음은 또다른 반찬이다.

 

 

내 금전 출밥부를 보니 고등어 케밥을 사먹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나는 안사먹은 모양이다. 저번에 먹었었는데 조금 니글니글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양파를 넣어준다. 이걸 잡수실때는 생선뼈를 조심해야한다.

 

터키사람들이 고등어뼈까지도 알뜰살뜰하게 다 발라서 구워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낯선 나라에서 목에 생선가시라도 걸리면 큰고생하게 된다. 

 

 

내 기억으로는 이 사람들이 고등어 케밥의 원조다. 1998년에 처음 왔을 때 이사람들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능숙한 솜씨로 고등어를 굽고 빵에다가 끼우고 팔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대형 배들이 한번씩 지나가면 파도 때문에 극심하게 흔들리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서서 굽고 끼우고 썰고 하는 모습이 신기에 가까웠다.

 

  

올해 초 실종되었다던 한국 청년은 이 골든 혼에서 시체로 발견된 모양이다.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대개의 경우 현금을 노린 살인사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육교위에서 본 골든 혼의 모습이다. 저 위쪽으로 갈라타 브릿지가 보인다. 바다 건너편이 탁심지구이고 이쪽 구시가지의 부두는 사람과 자동차들이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는 곳이다.

 

 

오늘도 페리는 사람과 자동차를 부지런히 실어나르고 있지 싶다.

 

 

장사치들은 온갖 음식을 팔것이고 청운의 꿈을 품은 시골 청년들은 대도시로 꾸역꾸역 밀려들 것이다.

 

 

석양을 받은 톱카피 궁전의 건물군들이 제법 아름답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야 소피아는 더욱 더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어둠이 내리면서 밤빌리아 호텔이 있는 거리엔 이방인들이 카페겸 레스토랑으로 하나씩 모여들었다.

 

 

웨이터들은 가벼운 웃음을 날리며 테이블 사이를 누볐다 이슬람 율법상 여성들이 남의 남자에 대한 시중을 들지 못하므로 웨이터는 거의 다 남성들 몫이다. 유럽의 어지간한 지방은 거의 다 남성들이 이런 일에 종사하는 듯 했다.

 

 

블루 모스크 위로도 어둠이 살짝 깃들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가 서서히 끝나가는 것이리라.

 

 

블루 모스크 앞 노천 의자엔 어둠이 덮히면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조금 있으면 갖가지 조명을 비추고 효과음을 넣어가며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블루 모스크의 위용과 가치, 역사에 대해 침을 튀기며 선전할 것이고 수많은 터키인 관광객들은 가슴벅찬 자존심을 심중에 새기며 각자 자기들 잠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