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나아흐메트 트램역과 시르케치 트램 역 사이에 있는 귀하네 트램역의 모습이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이스탄불 공항에 나가야 한다. 인천에서 7명의 형제 자매님들이 오시기 때문이다. 미리가서 마중을 해야한다.
아침 5시에는 저절로 눈이 떠졌다. 이렇게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의무감과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리라. 아침 6시 반에 트램을 타고 출발해서 악사라이에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7시 2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50분이 걸린 셈이다. 이런 시간 계산은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 그래야 여행일정을 마치고 출국할 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어제 저녁 시내에서 만난 삼성 커메라들이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왜인들
제품인 캐논과 경쟁을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우리가 묵는 새 호텔은 이 부근에 있다.
트램이라는게 상당히 재미있는 존재여서 그 뒤로 수많은 자동차들이 따라 다닌다. 어떨 땐 자동차가 앞서서 달리기도 한다.
공항 도착장 전광판을 보니 7시 25분에 싱가포르발 두바이 경유 싱가포르 항공사 비행기가 착륙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면 한시간 뒤에나 사람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생각했는데 30분이 지나자 자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참, 대단한 일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 약속이 이루어지고 여기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그동안 연락은 주로 인터넷 카페에서 글을 남기는 것으로 이루어졌었다.
조금 있으려니까 다른 분들도 모두 나오셔서 일곱분이 모두 무사히 도착을 했다. 그런데 제일 뒤에 카트를 끌고 나온 ㅅ자매를 보고는 나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뜰 수밖에 없었다.
현지에서 유학중인 부부에게 보내오는 짐이 상상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10상자에 200kg이 넘는 짐을 비행기에 싣고 온 것이다. 이 짐을 이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유학생 부부를 멀리 보낸 부모님께서 나에게 신신당부를 해오셨다. 성지순례를 가는 팀에게 생필품을 보낼테니 꼭 좀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므로 흔쾌히 해드리기로 약속을 했었는데 바로 바로 그 짐이 도착한 것이다.
앙카라에 사는 유학생 내외분이 나오시려는 것을 내가 막았었다.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오려면 8시간 정도가 걸리는데다가 하루 묵어야하니까 가난한 유학생 부부에게는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이어서 우리가 짐을 찾아서 부쳐주기로 한 것이었지만 막상 짐을 보니 입이 딱 벌어지고 만다.
나는 또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 많은 짐을 경주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비행기에 짐을 맡기는 그 어려움은 또 얼마나 컸으랴? 그 힘든 일을 거뜬하게 해낸 ㅅ자매가 너무 대견스럽다.
신앙심 좋은데다가 두뇌도 우수하고 영글고 행동까지 반듯하고 인물도 좋아서 어떤 복많은 남자가 모셔가는가 싶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참한 아가씨다.
모두 짐을 찾아 나왔으니 일단 전체가 다 모여 간단히 감사기도를 드리고 나서 그다음 우리들이 해야할 일을 알려드렸다.
'먼저 이 짐을 공항에서 부치도록 노력을 해보고 안될 경우엔 시내까지 짐을 가지고 간다. 어제 미리 택배회사를 조사해두고 위치파악을 끝내 두었으니 시내에 남아있는 두사람을 만나 짐을 넘겨주고 앙카라로 보낸다.
그동안 나는 몇사람을 데리고 오토가르에 가서 오늘 밤에 더나는 야간버스 표를 구해둔다. 그런뒤 시내에서 만나 이스탄불 관광길에 나선다. 오늘 하루 일정은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
공항 건물 속에 있는 PTT사무소에 가서 택배로 부치는 것이 가능한지를 물었더니 짐이 너무 크고 양이 많아서 부치기가 곤란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짐을 들고 시내까지 가야한다.
짐 속에는 김치가 들어있었는데 거기서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았다. 이거 참 큰일이다. 이 짐을 가지고 지하철을 타는 것은 중노동이다. 거기다가 냄새까지 진동한다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결국 해결책은 택시를 타는 것이다. 공항내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가서 택시 요금을 미리 알아보았다. 그래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 것이다. 경찰에게 물으면 더욱 더 효과적이다.
정상 택시 가격은 한대당 시내까지 20에서 25리라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택시 두대를 타야겠구나 싶었다. 이번에는 밖에 나가서 택시 기사들과 이야기를 해본다.
일반 택시는 25리라 정도만 주면 가지만 우리 짐을 본 기사는 단번에 큰택시가 필요하단다. 그러더니만 자기가 나가서 큰 차 택시 기사를 불러왔다. 이럴땐 터키 사람들이 아주 친절해 보인다.
택시 한대에 짐을 다 싣고 사람 넷이 타는 조건으로 30리라를 주기로 했다. 그리고는 남자 청년 셋과 어른 한분을 태워 보냈다. 남자들이 있어야 짐을 내리고 운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 기사에게는 술타나아흐메트 부근의 DHL 회사까지 가서 짐을 내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택시를 출발시켰다. 참, 땀나는 순간이다. 이젠 아가씨들과 함께 메트로를 타고 오토가르로 간다.
배낭여행에 처음 따라온 자매님들이어서 그런지 행동이 점잖기만 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미인들이어서 터키 남성들이 우리 일행쪽으로 고개를 돌리가며 한번씩 흘끗거렸다.
어제 예약을 해둔 메트로 회사에 가서 표를 샀다. 터키 리라를 다 털고도 모자라서 달러를 보태서 버스표를 구했다. 이젠 다시 메트로를 타고 택배회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택배회사를 찾아갔더니 택시를 타고 먼저 갔던 한샘군이 반갑게 맞아준다.
"택배요금이 너무 비싸서 아직 못보냈습니다. 앙카라까지 택배요금으로 36만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싸더라도 보내지 그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따지고 보면 36만원은 너무 큰 돈이다. 아깝다.
"그래서 안보냈는데요, 대신 그 사람들이 요금이 더 싼 택배회사 주소를 적어 주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택배회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짐은 DHL회사에 그냥 쌓아두었다. 짐을 가지고 다니면 우리만 고생하고 반쯤 죽게 되는 것이므로 양해를 구하고 택배회사를 찾아 나섰다. 주소를 보니 이 부근이다. 골목길로 들어서서 모퉁이를 돌아보았는데 안보인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아라스 카고 회사를 찾았는데 모른단다. 한참을 묻고 헤맨뒤에 다른 택배회사를 간신히 찾아서 들어갔는데 이번엔 완전히 영어가 안통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슨 대화가 안된다. 다시 나와서 찾다가 보니까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던 아라스 카고 택배회사가 밤빌리아 호텔 바로 맞은편에 있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택배회사들은 모두 밤빌리아 호텔(=팜필리아 호텔)부근에 다 몰려있었던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 부근에 다 몰려 있었다니...... 우린 그것도 모르고 살았다. 이런 기막힌 조화가 다 있는가 싶었다. 하기사 우린 하는 일이 다 잘되는 백성들이 아닌가 말이다.
아라스카고 회사에 들어갔더니 이번에는 영어가 그럭저럭 통한다. 허허 그것 참....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아주 손수레까지 끌고 나온다. DHL회사로 가서 직접 짐을 가지고 오겠다는 것이다. 얼씨구 지화자이다. 무슨 일이 이렇게 쉽게 잘 풀린다냐?
짐을 싣고 나오며 DHL 회사 직원들에게 사탕발림 연설이지만 진심으로 한마디 해드리고 왔다.
"존경하는 DHL회사 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우리 형편을 이렇게 잘 이해하시고 도와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형제의 나라 백성들이 친절하고 캡이며 짱입니다. 우린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며 이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는 우리 일행들이 일동 박수까지 보내드렸더니 그들 입이 턱밑에까지 찢어진다. 다시 아라스카고 회사에 와서 짐을 재포장했다. 이 사람들은 하나하나씩 내용물들을 다 확인해보는 사람들이다. 모처럼 영근 백성들을 만났다.
그런데 멸치액젓은 안된다고 하는 것을 ㄱ부장이 나서서 우겨서 보낼 수 있었다. 역시 이럴땐 ㄱ부장이 최고다. 일이 잘되려고 그러니까 지나가던 한사람이 들어와서 영어 통역까지 해준다.
직원들도 친절했다. 술타나아흐메트 트램 역부근 밤빌리아 호텔 맞은 편 아라스 카고 택배회사 만쉐이다. 만쉐이~~~
짐을 맡기는 동안 나마지 우리 일행들을 다 모아서 ㄱ부장을 따라 호텔에 가서 배낭을 맡겨두라고 일렀다. 그래야 오늘 하루종일 고생을 적게하는 것이다.
자매들은 그동안 한샘군이 데리고 가서 블루 모스크 부근 구경을 하라고 당부해둔다. 아!! 바쁘다. 정말 정신없다. 그렇잖아도 어리버리한 내가 더욱 더 어리버리해지고 만다. 하지만 리더는 어리버리해도 팀원들이 너무 말을 잘 들어주니 아무리 생각해도 고맙고 행복하기만 했다.
짐을 다 보내고 나니 12시가 되었다. 분실될 경우를 대비해서 디카로 짐을 하나씩 다 촬영해두고 장거리 전화를 걸어 보냈다는 전갈을 했다. 약 75,000원 정도로 해결한 것이다. DHL회사를 사용했더라면 36만원을 줄 뻔 했다.
어허허허허~~ 흐뭇하다. 이젠 블루 모스크로 가서 자매들을 만나야 한다. 가자, 블루 모스크로!!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터키 헤매기 17 - 이스탄불 (0) | 2006.04.21 |
---|---|
터키 헤매기 16 - 이스탄불 (0) | 2006.04.19 |
터키 헤매기 14 - 이스탄불 (0) | 2006.04.17 |
터키 헤매기 13 - 이스탄불 : 고등어 케밥 (0) | 2006.04.15 |
터키 헤매기 12 - 이스탄불 (0) | 2006.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