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 헤매기 14 - 이스탄불

by 깜쌤 2006. 4. 17.

8월 15일 광복절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 광복절 기념식이라도 거행해야 진정한 애국자겠지만 애국심이 부족한 우리들은 광복절이라는 사실만 확인하고 각자 개인 임무 수행에 들어간다.

 

일단 아침을 찾아먹고는 공항에 다녀와야 한다. 내일이면 이스탄불 국제 공항에 경주에서 오는 성지 순례 팀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리 가서 공항시스템을 확인해보고 이발이라도 해두어야 한다. 낯선 나라에서 만나는 교회 사람들이므로 조금은 깔끔하게 보여야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런데 오늘 일출은 영 아니올시다이다. 시덥잖게 해가 떴는데 우중충한 날씨여서 분위기가 영 꽝이었다. 어제처럼 차려준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서야 한다. 오늘은 호텔도 옮겨야 한다.  

 

 

어제 보스포러스 해협 가는 길에 시르케치 역 부근에 새로운 호텔을 봐 두었다. 방 두개를 50달러에 빌렸으니 일인당 12에서 13달러 수준이다.

 

시트 깨끗하고 욕실 있고 조용하고 다 좋다. 밤빌리아 호텔보다 훨씬 좋은데 가격은 더 싸니 하여튼 호텔은 발품을 팔수록 싸고 좋은 값에 구할 수 있다.

 

 

우리 방에서 본 이스탄불 시가지 지붕들 모습이다. 자세히 보면 동네 곳곳에 작은 모스크들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샘군과 함께 트램을 타고 공항에 갔다. 일단 트램을 타고 악사라이역까지 간 뒤 거기에서는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고 공항까지 가는 것이다. 공항 지하역에서는 지상 출국장으로 곧장 연결이 되어 있으므로 아주 편하다.

 

사진은 공항 지하철 역에서 출국장으로 올라가는 곳의 모습이다. 출국장과 입국장의 위치를 확인해 둔 뒤 다시 이번에는 이스탄불 장거리 버스 터미널에 간다. 내일 밤에는 에베소(에페수스) 유적지로 유명한 셀추크까지 야간 이동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성지순례팀은 죽을 고생을 하게 생겼다. 첫날 도착하지마자 낮시간을 걸어서 보낸 뒤 밤에는 장거리 야간 이동을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집에서 부터 여기 이스탄불까지 오려면 꼬박 하루 종일이 걸려야 한다.

 

아마 이 시간쯤에는 벌써 경주를 출발하여 비행장에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있으리라. 그들은 인천에서 출발하고 우리는 이스탄불 공항에 미리와서 사전 점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토가르로 갔다. 에센레르 방향은 공향 쪽이고 악사라이 방향은 구시가지, 그러니까 우리가 묵고 있는 시내쪽을 의미한다.

 

 

편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다 같은 모양이다. 모두 다 에스컬레이터로 몰려든다.

 

 

오토가르의 메트로 입구이다. 어느 나라든지 보통 지하철은 영어의 M자로 표시하는 것 같다. 물론 안 그런 나라도 있다. 터키는 사진에서 보는 것 같은 표시를 해 두었다.

 

 

이젠 버스 회사를 찾아 나선다. 이 나라는 참 재미있는 나라다. 장거리 버스 회사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어서 버스 시스템만은 대단하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있다. 모든 버스 회사가 다 자기 나름대로의 매표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터미널 사방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버스회사 사무실이 좌악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바로 아래 사진처럼 되어 있다. 크고 작은 버스 회사들, 거짓말 안보태서 한 이백여개 정도가 오토가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내가 경주에서 서울을 간다고 할 경우 우리나라 같으면 직행버스회사에 관계없이 일단 매표소에서 표를 산다. 그런 뒤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아무 버스나 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ㄱ회사든 ㄴ회사든 나에게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고 우리는 버스만 타면 된다.

 

나중에 버스 회사에서는 표를 받아서 버스회사 자기들끼리 수익을 나누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직행버스 시스템은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여기 장거리 버스 회사는 회사마다 매표창구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 팔 자기 흔들기" 원칙에 아주 충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에베소로 가는 버스표를 구하려면 버스회사 매표소마다 다 둘러뵈야 한다. 안둘러봐도 되긴 된다. 달라는대로 돈을 주고 그 회사 버스 출발시간에 맞추어 버스를 타면 되니까..... 그럴 경우 내 입맛에 맞는 차를 구할 수 없다는 약점이 생긴다.

 

내일 우리는 저녁에 이스탄불을 출발하여 에베소에는 아침에 도착하고 싶은 것이다. 잠은 버스 속에서 잔다. 즉 이동하며 자는 것이다. 호텔비와 이동 시간 절약을 위해서이다.

 

터키는 큰 나라이다. 우리나라 남북한 합한 것의 3배 반이나 되는 면적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우리 남한만 가지고 비교한다면 약 8배정도의 크기를 가진 나라이므로 이동 거리가 상당한 것이다.

 

배낭여행자들은 보통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고 버스 안에서 잠을 잔다. 장거리 이동을 할때는 그게 현명하다. 기차 시스템은 크게 발달하지 않은 나라이므로 버스 이동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한샘군과 나는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다.

 

"셀추크를 가려고 합니다. 버스표 판매회사를 알고 싶은데요."

"2번, 55번, 105번 회사에서 표를 팔 것입니다."

 

그러다면 다 된 일이다. 버스 회사별로 간판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으므로 찾아가면 된다.      

 

 

55번 회사는 그 유명한 메트로 회사이다. 버스도 많고 노선도 다양한 일류회사로 소문이 나있다. 버스회사는 클수록 좋다. 버스도 좋고 연결망도 좋으므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장거리 버스 이동에는 무엇보다 버스가 좋아야 한다. 그래야 편안하게 잘 수 있는 것이다.

 

버스 회사를 찾아가서 이번에는 흥정을 해야 했다. 정가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흥정하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이젠 버스요금이 상당히 정착된 것 같지만 버스 회사간의 노선 경쟁이 치열할수록 가격은 내려 가는 것이 시장의 원리가 아니던가?

 

창구에 가서 알아본 결과 저녁 6시에도 있는데 이 버스는 돌아가는 모양이다. 메트로 회사의 경우 출발시각은 이렇다. 2005년 여름 기준이므로 착오없기 바란다.

 

19:30, 21:30, 23:30, 00:15

 

다른 회사도 쑤셔보았지만 여기가 제일 유리한 것 같다. 정가는 35터키리라이다. 우리는 11명이서 표가 많이 필요하다고 햇더니 그래도 할인은 1리라 정도만 가능하다고 한다. 창구 여직원도 자기 마음대로는 결정할수 없다면서 상급자인 매니저를 소개해 주었다.

 

밀고 당기고를 거듭한 끝에 내일 밤 9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쓰기로 했다. 요금은 34리라였다. 17일 아침 8시 30분에 도착한다니까 11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좌석번호도 미리 메모를 해달라고 했다.

 

이 사람들은 말을 잘 바꾸므로 무엇이든지 메모를 하고 증거를 남겨두어야 한다. 요금은 1인당 26달러 정도다. 유로로 환산하면 21유로 정도이니 크게 비싼 것도 아니고 싼 가격도 아니다. 예전에는 요금 할인율이 높았었는데 이젠 거의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발권은 내일 오전에 와서 하기로 했다. 너무 늦게 지불하기로 하면 곤란하다. 우리가 예약을 취소할 경우 버스 회사는 회사대로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약속은 잘 지켜야 한다.

 

더구나 표가 한 두장이 아니고 11장이나 되므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출발바로전에 취소를 해버리면 버스가 손님없이 텅 빈채로 달려야하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에 발권을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내일 이동 수단은 확보해 두엇으니 이젠 통닭을 사러 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우리를 기다릴 우리 일행을 먹여 살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회교 국가에서는 돼지고기가 금기 중의 금기사항으로 되어 있다.

 

삼겹살을 지글지글 구워서 김치를 곁들여 씹어 삼킨 뒤 애호박 송송 썰어넣은 구수한 된장찌개로 밥을 먹으면 딱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한인식당을 찾아가야 한다.

 

경험상으로는 한인식당이 비싸다. 비싼 것이 당연한 것이다. 재료를 한국에서 구해 오거나 아니면 현지시장에서 구해야 하는데 우리 입맛에 맛는 배추나 양념 구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는 일이다.

 

바베큐 통닭 한마리가 약 6리라니까 한 4500원 정도 되는가보다. 와, 싸다. 문제는 맛이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반값 정도가 아닌가? 그래 사는 김에 두마리 사자. 그래야 일인당 반마리라도 돌아올 것 이 아닌가?

 

 

가게 주인은 무엇이 그렇게 신이 나는지 늘상 흥얼거리며 산다. 좋다. 두마리 사서 비닐 봉지에 넣고는 다시 메트로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지하철 종점인 악사라이 역을 나오자 데모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궁금하다. 이유도 궁금한데 이런 행렬은 처음보므로 구경해야 한다.

 

 

모여든 사람들은 크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텔레비젼 카메라도 있는 것으로 보아 좀 민감한 문제를 가지고 시위하는 것 같았다.

 

 

구경났다. 구경났어.

 

 

데모에 참가한 여성들의 옷차림으로 봐서 조금은 진보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다.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터키 여성들이여. 힘을 내시라.

 

 

지하철 입구나 트램 승강장에는 이런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다. 코인을 넣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터키의 시가지를 달리는 트램은 신형으로 교체되었다. 색깔도 산뜻하고 깔끔하다.

 

 

연결부분은 이런 식이다. 완전히 다른 차량이므로 일행이 떨어져 버리면 내릴 때 곤란해진다. 그러므로 어지간하면 한 차량에 같이 타는 것이 좋다.

 

 

시내에 들어온 우리들은 배낭을 매고 새 호텔로 짐을 옮겼다.

 

"밤빌리아 호텔 사장님 및 종업원 일동, 그리고 전속 삐끼 양반! 고맙소! 이틀간 잘 묵었소이다. 다음에 한국 오면 나도 그런 방에 한번 안내하리다. 당해보시기 바라오."

 

우린 오늘은 자유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혼자서 이발하러 갔다. 터키에서 이발을 하기는 이번에 두번째이다.  

 

 

이발소 내부의 모습이다. 우리나라 이발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발소 모습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머리를 깎고 면도를 했다. 기분이 유쾌, 상쾌. 깔끔해진다.

 

 

혼자 어슬렁거리며 다니다가 예쁜 여자 아이를 보았다. 어머니께 양해를 구하고 찍었다.

 

"알러뷰~~"

 

 

터키 깃발이 휘날리는 곳이 바로 지하저수조 입구이다. 저긴 다음에 가 볼 것이다.

 

 

 

 

 

여긴 익숙한 풍경이 아니던가? 분수대에 물이 솟구쳐 올랐다.

 

 

 

 

 

 

 

푸욱 푹 쉰 하루였다. 하지만 보람찬 하루였던 것도 사실이다. 피시방에 가서 우리 성지 순례팀 카페에 남겨진 글을 보고 확인해 두었다. 모두 무사히 잘 출발한 모양이다.

 

이 시간쯤이면 모두 비행기 속에 있으리라. 싱가포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두바이를 거쳐 온다니 지금쯤은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지 싶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