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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아이들이 발표를 안한다고요? - 5

by 깜쌤 2006. 4. 13.

모둠을 만들고 있지 않을때는 아이들이 이런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학습형태죠. 대한민국 어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좌석배치입니다. 여기에서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나 꺼내 보겠습니다.

 

팔랑크스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긴 창과 방패, 그리고 단검으로 무장한 고대 그리스의 중장보병이 이루는 밀집대형을 말합니다. 로마군대도 이런 기법을 도입하여 80 여명에서 100명 단위로 중장비를 갖춘 보병들이 한개의 부대를 이루어 사각형의 밀집대형을 만든 뒤 전투 상황에 따라 100인대장이나 1000인대장 혹은 군단장의 지휘에 따라 순식간에 대형을 바꾸면서 전투를 했던 기본 대형을 말합니다.

 

갑자기 고대 서양의 군대 대형이 등장하니까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만 요즘 새로 발령받아 나오는 우수한 선생님들이나 현직에 계시는 백전노장 선생님들은 단번에 무슨 말인지 알아채실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대형을 바꾸듯이 교실 안에서도 교사의 신호에 따라 다양하게 책상 배치를 바꾸면서 모둠과 팀을 구성하는 훈련을 해두는 것이 발표력 신장에 도움이 됩니다.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면 한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교사가 보기에 제일 왼쪽에서부터 앞 뒤로 앉아 있는 줄을 편의상  가, 나, 다, 라, 마, 바 열이라고 칩시다. 이번에는 옆으로 앉아있는 줄은 앞에서부터 1, 2, 3, 4, 5, 6 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아이들마다 하나씩의 좌표가 만들어집니다.

 

처음 만난 날 아이들 이름을 모를 때는 순서쌍의 개념을 도입하여 (,1)하는 식으로 아이들을 불러봅니다. 이런 것을 할때 아이들에게 순서쌍, 혹은 좌표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좌석을 표시하는 방법을 자세히 이야기해줍니다.

 

이젠 확인을 해봅니다. 이름하여 두더지 게임을 해보는것이죠. 예전에 두더지 게임이라고 해서 두더지 비슷한 것이 구멍에서 볼록볼록 솟아오르면 뿅망치로 내리쳤던 게임이 있었습니다. 한번만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다 알아차립니다.

 

이젠 좌표를 불러봅니다. " 4"라고 교사가 부르면 그 좌석에 해당되는 아이가 재빨리 대답을 한뒤 일어섰다가 앉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번만 해보면 아이들의 이해력과 순발력을 거의 다 판단해낼 수 있습니다. 발표를 하도록 할때도 이런 좌표의 원리를 원용해서 씁니다.

 

어느 정도 발표 훈련을 받은 아이들은 서로 일어나려고 아우성입니다. 이럴때 규칙을 정해두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손작용하도록 해둔다는 것이죠. 가 열에서 발표를 하면 다음에는 나열에서 발표를 하고 그 다음에는 다 열에서 발표를 하는 식으로 차례를 정해줍니다. 이런 것도 학급 규칙으로 정해서 선포를 해두면 좋습니다.

 

 

앞뒤로 만들어진 한줄 안에서 서로 발표를 하기 위해 동시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일어서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럴땐 반드시 앞 좌석에 앉은 아이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줍니다. 앞에 앉은 아이는 뒷좌석의 상황을 볼 수 없지만 뒤에 앉은 아이들은 앞에 있는 아이의 행동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이들이 이렇게 다투어서 일어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교사가 가진 비장의 무기를 동원합니다.

 

"이번 시간에 발표를 하지 않는 아이들은 미안하지만 오늘 오후에 남아서 발표하는 연습을 하고 자신이 생기면 선생님께 와서 검사를 맡기 바란다."

 

이 정도만 이야기를 해두면 눈치가 빠른 아이들부터 일어나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때 다시 한번 더 강조해둡니다. '틀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절대로 꾸중하지 않을 것이며 발표 내용을 가지고 판단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해 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 발표할 기회를 무한정으로 주면 안됩니다. "발표할 기회는 오직 12명에게만 준다"는 식으로 나오면 이젠 발표를 하기 위한 경쟁이 붙기 시작합니다. 오후에 남지 않기 위해 경쟁이 붙는 것이죠. 사진을 잘 보면 우리 학급의 줄은 옆으로 6줄, 뒤로 6줄 정도로 짜여져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일종의 현대판 팔랑크스 대형입니다. 이런 배치는 다양한 모둠 편성이 가능합니다.

 

보통 학급에서는 옆으로 4개 분단 정도로 좌석 배치를 합니다만 저는 교실 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의미에서 뒤쪽의 물건들을 모두 다 치우고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좌석배치를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보통 교실 한칸의 넓이는 20평이 기본입니다. 그 좁은 공간 안에 아이들 36명 정도를 배치해야 하므로 여러가지로 실험을 해본 끝에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한 것이죠.

 

  

발표할 기회를 12명으로 제한 하는 것은 한줄(가,나, 다..... 줄)에 두명 정도만 기회를 준다는 말입니다. 처음에 한번 돌아가며 발표할 기회를 준 뒤 다시 한번 더 줄을 따라 기회를 주고 끊어버리면 발표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엄청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아까 교사가 말한대로 발표를 못한 아이들은 오후에 남으라고 강조해 둡니다. 그러면 발표를 못한 아이들은 표정이 시무룩해지며 어두워집니다. 발표 순서와 요령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이야기를 하고 우수한 어린이를 칭찬하고 수업을 마쳐 보십시오. 쉬는 시간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그 다음 시간 수업을 할때 다시 한번 더 발표 기회를 줍니다. 이때는 아까 시간에 발표한 아이는 제외하고 발표를 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더 많은 아이들이 발표를 하려고 나섭니다. 이런 식으로 오전 수업을 진행해보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발표를 할 것입니다.

 

끝까지 안되는 아이들이 당연히 나옵니다. 그런 아이들만 오후에 남겨서 자기들끼리 말하도록 시켜봅니다. 한번만 그런 식으로 나오면 그 다음엔 거의 모든 아이들이 입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안된다고요?

 

그래도 입을 안 여는 아이들은 성격에 이상이 있거나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거나 문제가 있는 아이들일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문제의 원인을 알아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접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한가지 이야기만 더 하고 끝내겠습니다. 모둠 학습을 할때는 모둠 별로 발표할 기회를 줍니다. 우리 학급의 경우 4명으로 이루어진 9개의 모둠이 있으므로 모둠 번호 차례대로 이야기를 하게 해봅니다. 모둠 번호는 교사가 임의대로 정해줄 수 있고 교실에 앉아있는 순서대로 붙여줄 수도 있습니다.

 

대표가 일어나서 발표를 못하는 모둠은 오후에 남는다고 해보십시오. 모둠 안에서 용기있는 아이가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학년초에 유심히 관찰해둡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이가 나중에 리더가 될 자격이 있는 아이들이므로 자주 격려를 하고 칭찬을 하고 관심을 기울여주면 수업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리더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수업모형에 따라 자유자재로 대형을 바꾼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모둠은 한번 정했다고 해서 일년 내내 같은 모습으로 가게 하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 따라 모둠을 자주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한달에 한번 정도 모둠을 새로 짜서 여러 친구와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아이들 표정이 밝아지고 발표를 잘 하게 되는 것일까요? 죄송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아직도 더 많은 기법과 지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자세히 쓰려면 끝도 없으므로 이 이야기는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한마디! 결정적인 요소가 또 남아있습니다. 그 요소는 이것입니다. 교사의 능수능란한 변신과 아이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상찬과 보상, 거기에 유머 감각이 덧붙여지면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