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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를 헤맨다 3

by 깜쌤 2006. 3. 30.

환전도 했으니 메트로 매표소를 찾아갔다. 토큰 하나에 1.1터키리라이다. 4명이 두번씩을 타야하니까 8개를 사고 잔돈을 받았다. 그런데 잔돈이나 토큰이나 그놈이 그놈 같아서 구별이 안된다. 어리버리한 나는 다시 매표소에 가서 토큰을 덜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아자씨, 토큰이 모자라는디유."

"아까 줬잖유?"

"원제 줘유?"

"아까유~~~"

 

그제사 자세히 보니 동전 속에 토큰이 섞여있다. 어허~~ 머쓱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저번에 왔을때도 이 자리에서 그런 실수를 했었다.

 

"저번에 왔다는 양반이 어리버리하기는...."

 

싱거운 말씀을 잘 하시는 ㄱ부장에게 한소리를 얻어 듣고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왜 이리 지하철이 복잡한지 모르겠다. 땀으로 범벅이 된다. 오토가르에서 지하철을 타고는 시내에 들어와서 악사라이 역까지 온 뒤 이번에는 트램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미 밖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이 밤에 배낭매고 호텔을 구하러 다니려니 암담해진다. 이스탄불 트램은 다음에 소개하겠다. 지금은 호텔 찾는게 급선무다. 술타나아흐메트 역에와서 내렸다. 이 역 부근이 터키 이스탄불 관광의 핵심지이므로 여기에 내려서 여관을 찾는게 편하다.

 

   

 

배낭을 매고 내렸으니 삐끼가 접근 안해올 수 없다. 젊은 신참 삐끼가 말을 걸어왔다.

 

"아자씨들, 저어기유 가면유 좋은데 있지라유....  싸고 좋아유...."

 

"야, 너 누구니? 쪼깬한 것이..... 너 어디서 함부로 영업하고 그래. 엉? 헤헤헤.... 그리고 아저씨들, 쟤말은 엉터립니다. 걔 호텔은 저기 멀리 있습니다. 절 따라 오시죠. 하루밤에 50유로지만 이틀 머물면 90유로에 해결납니다. 이스탄불에서 그 정도면 싼 가격이죠. 물론 아침 식사가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일인당 12유로나 13유로 정도면 묵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우리 돈으로 15,000원이면 하루밤을 묵을 수 있어? 거기다가 아침밥까지? 그렇다면 따라가야지. 청바지를 입고 체격이 탄탄한 노련한 작은 삐끼를 따라 갔는데 그게 바로 밤빌리아 호텔이었던 것이다.

 

호텔 입구엔 별 3개를 붙여두었는데 아마 자기 마음대로 가져다 붙였지 싶다. 예전 5공화국때 누구들처럼 마음대로 별을 갖다 붙인게 아닐까 싶다. 우리를 안내해서 데리고 간 방은 창문도 잘 안닫기는 싸구려 옥탑방인데 침대도 3개뿐이다. 베드 한개를 더 갖다 준단다. 아이고, 이 좁은 방에 베드 하나 더 갖다놓으면 완전히 우린 콩나물 시루속의 콩나물이다.

 

그래도 어쩌랴? 늦게 도착한 죄로 묵어야지. 요 삐끼녀석은 완전히 우리를 가지고 노는 녀석이다. 자기도 커미션을 먹어야겠다고 노골적으로 나오는 녀석이다. 밤빌리아 호텔 전속 삐끼인 것 같다.

 

아, 글쎄 이녀석이 아까 했던 말을 싹 바꾸어서 이틀에 100유로를 내라는 것이다. 안그러면 하루밤에 60유로를 내고 자든지 말든지 하라고 나오는게 아닌가?

 

"어이, 당신 말이야, 당신 나쁜 삐끼야~~ 그러면 안되."

 

ㄱ부장이 한마디 해주었다. 그래도 그녀석은 실실 웃음을 날린다. 요즘 아이들 말로 하면 우릴 쪼개는 것이다. 이 녀석은 리셉션에 가서 제 몫을 확실하게 챙겨가리라. 너희들이 이 밤에 어디가서 방을 구하랴 하는 배짱으로 나온다. 그렇게 해서 먹고 사는 재주가 놀랍다.     

 

 

 

사진 하나가 조금 야하다. 일부러 소개하는 것은 호텔 방 상태를 좀 봐달리는 뜻이다. 참, 호텔 하나는 고물이다. 벽지는 뜯어져 있고 선풍기도 없는 허접 구닥다리 싸구려 고물방이니 이런 차림으로 안자면 배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텔에서 불이라도 나면 우린 그야말로 대피장소도 없이 죽어야 할 판이다.

 

옆방에는 터키 부부가 들었는데 뭐 기분나쁜 일이 있는지 자기들끼리 나누는 대화인데도 언성이 높다. 옆방에서 이야기 하는 소리가 발코니를 통해 다 들리는 것이다.

 

자, 자자. 자야된다.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보니 자자(字)가 수두룩 하다.

 

"문친 짐에(=말이 나온 김에) 갱상도 문디들(문둥이들, 사람들) 사투리로 문제 하나 낸데이. 잘 생각해 바야(보아야) 하는기라. 이 글 뜻이 먼지(무엇인지) 아나?."

 

1. 가가 가?

 

2. 가가 가가?

 

3. 가가 가가가?

 

이 문제를 거뜬히 풀어낸다면 당신은 진정한 경상도 사람이다. 워낙 유명한 문장이어서 아는 분도 상당수 되지 싶다. 모르신다고?

 

 

잠이 안와서 5층 전망대에 갔더니 멋진 자리가 우릴 맞이한다. 그런데 거기 창가 멋진 좌석에 우리말을 하는 아가씨가 둘이 앉아서 어떤 코쟁이들과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상대는 터키 웨이터들 같다.

 

 한 아가씨는 일본 유학중이라고 하고 한 아가씨는 그냥 터키에 왔다는데 가만히 노는 모습을 보니 오늘 이 터키 청년들과 날밤을 지새울 모양이다. 갈때까지는 가보겠다고 작심하고 행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도주를 시켜 마시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벌써 혀가 꼬부라졌다. 나오는 영어는 "돈 워리"와 "아임 오케이"정도가 다인것 같다. 허허....참 문제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니 터키 총각들이고 유부남들이고 간에 동양아가씨들만 보면 추근덕거리는 것이다.

 

일본 아가씨들도 엄청 자유분방한 것으로 알지만 요즘은 우리 한국 여자들도 보통은 넘는 것 같다. 하긴 자기 인생을 자기가 사는데 뭐가 문제겠는가마는 나도 딸을 가진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허무하기 그지 없다.

 

돈 아깝다. 우린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선풍기도 없는 싸구려 옥탑방에 자는 신세인데 이런 아가씨들은 자기가 돈을 버는 것 같지는 않는데도 펑펑 쓰고 다니는 것이다. 돈만 쓰면 무슨 문제랴? 행동이 이런 줄을 부모는 꿈에도 모르고 살지 싶다.

 

들어가 자야겠다. 안자면 내 성질만 더러워지지 싶다. 자, 자자. 이번에 진짜 자자. 그건 그렇다손 치고 아까 낸 퀴즈의 답 정도는 알려드리고 자야겠다.   

 

 

1) 가가 가? = 그애가 가니(가고 있니)?

 

2) 가가 가가? = 그애가 그 애니?

 

3) 가가 가가가? = 그애가 가씨 성을 가진 그 아이니?

 

 

그날 밤 우린 아가씨들의 술취한 소리와 비명 소리를  잠결에 어럼풋이 들은 것 같기도 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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