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초등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터키를 헤맨다 1

by 깜쌤 2006. 3. 27.

8월 13일 토요일, 유럽에 도착한지 20일째다. 오늘은 드디어 터키로 이동하는 날이다. 터키로 가야만 이스탄불에서 성지 순례를 오는 또 다른 우리 팀과 만날 수 있으므로 더 이상 터키 입국을 미룰 형편이 안되었던 것이다.

 

호텔에서 소피아 중앙역까지 걸어온 우리들은 곧바로 어제 봐 둔 여행사로 가지 않고 다시 한번 더 버스 터미널에 들러서 버스 시간표를 조사해 보았다. 가장 빠른 차는 12시에 출발이다.

 

역앞에서는 11시에 버스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므로 도착시간을 한시간이라도 당기기 위해 어쩔수 없이 11시 출발 버스표를 사기로 했다.   

 

 

국제 버스여서 그런지 버스표를 살때는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매표원 아가씨는 차표에다가 이름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뒤 비행기표처럼 생긴 표넣는 봉투에 넣어서 준다.

 

에어 코나 회사에서 표를 구했는데 일인당 17유로이다. 사실 그 정도 같으면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니다. 제일 위에 보이는 버스가 우리가 타고 간 버스이다.

 

버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다시 한번 더 여권을 요구했는데 이번에는 여권을 보고 확인한 뒤 영수증을 끊어주었다. 표를 사고 남은 잔돈을 다 긁어모아 피자 몇조각을 사서 먹었다. 이렇게라도 아침겸 점심을 떼워두어야 한다. 버스는 정확하게 11시에 출발했다. 대형 버스여서 승차감 하나는 멋지다.

 

 

국경도시인 스벨린그라드까지는 4시간 정도가 걸렸다. 처음에는 고속도로를 잘 달려나갔는데 중간쯤 가서는 일반 국도로 내려선다.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를 달리지만 차량 통행이 뜸하니 그런대로 속도를 내어 달렸다.

 

도로 양쪽으로는 부드러운 언덕이 계속되었다. 평원으로 이루어진 곳이니 농사짓는 밭이나 목장, 혹은 해바라기 밭이 자주 나타났다. 한번씩은 제법 그럴듯한 도시의 버스 터미널에 들르기도 했다. 버스 터미널에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나라의 대중교통 수단도 크게 발달하지는 못한 것 같다.

 

  

붉은 지붕을 가진 마을들이 차창가로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달리기를 거의 4시간이나 한 끝에 드디어 국경마을에 도착했다. 터키나 그리스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검은 꼬리털을 가진 학들이 지붕 위 굴뚝에 보금자리를 튼 집이 많았다.

 

 

국경에서는 일단 여권을 가지고 내렸다. 짐칸에 넣어둔 배낭은 안가지고 내려도 된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확실히 유럽이란 동네는 그런 면에서 열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더운 날에 배낭까지 다 매고 통과하려면 고생이 여간 아닐텐데.....

 

출국 수속을 밟을 때는 우리가 제시한 여권을 받아서는 돌려주지 않는다. 츨입국 사무소를 지나 걸어가서는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가서 대기하면 기사가  한꺼번에 다 가지고 와서 버스 안에서 이름을 불러가며 나누어 주는 식이다.

 

아주 특이한 방법이다. 다만 불가리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일이 확인하는 모양이다. 이럴때 여권을 받으면 출국 스탬프가 확실하게 찍혀있는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안그러면 상대편 국가에 입국 할때 범법자로 걸려드는 수가 생긴다.

 

출국 수속이 끝나면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아주 조금 간 뒤 터키 입국 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그러면 우리가 타고온 버스는 짐을 싣고는 저쪽 터키 영토 속에 들어가서 기다리는 것이다. 이젠 터키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는 여권을 주니까 여권 인적사항 기록면 전체를 스캔해버리는 방법을 쓴다. 별별 방법이 다 있다.

 

터키는 이번이 네번째 입국이다. 한번은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배를 타고 에베소 부근의 쿠사다시로 입국했었고 한번은 이스탄불에서, 또 한번은 이란에서 입국을 했다. 이번에는 불가리아에서 입국을 하는 것이니 네번째 입국이 되는 셈이다. 다음에는 그루지아 공화국에서 입국을 해볼 생각이다.

 

 

버스가 서 있는 이쪽이 터키 영토이고 자동차들이 통과하는 건물 저쪽이 불가리아 영토이다. 두 나라 사이의 물동량이 꽤 되는 모양이다. 자동차들이 끊임없이 통관을 하고 있었다. 우린 언제 부산에서 출발한 우리 기차와 버스가 중국 국경과 러시아 국경을 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터키로 넘어오면 이 나라가 회교국가라는 사실을 단번에 느낄수 있다. 회교 사원의 첨탑인 미나렛이 우뚝 솟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버스는 세관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사람은 통과했지만 버스에 실린 화물은 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운전 기사가 세관 직원을 데려 왔다. 기사도 빨리 출발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 자기가 알아서 세관 직원을 모셔오는 것 같았다. 당연히 커미션이 조금 필요할 것이다.

 

 

불가리아여 안녕! 다시는 비인간적인 그런 어설픈 체제 실험은 절대로 하지 말기 바란다. 그동안 공산주의 국가들을 통과할때는 심적인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국경을 넘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버스를 운전하는 터키 기사 양반이다. 사람이 좋았다. 지그마한 체구지만 미소가 은근했다.

 

 

확실히 터키쪽은 지저분하다. 불가리아만 해도 깨끗한 편이었는데 여긴 대기실에 휴지가 가득하고 쓰레기가 날아다닌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한다. 이제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공중 도덕을 준수하는 사람들은 숫자가 적다. 뭔가 엉성하고 어설픈 느낌이 드는 것은 내 혼자만의 생각일까? 보기에 다라서는 인간적일 수도 있지만 왜 이리 어설프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버스가 출발했다. 이렇게 되면 저녁 8시는 되어야 이스탄불 오토가르(=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 밤중이 될 것이다. 오늘은 호텔을 잡느라고 고생깨나 하게 생겼다.

 

그래, 가자. 이스탄불을 향하여 가는 거다. 가 보면 해결나리라. 우리를 실은 버스는 대평원을 달리기 시작했다. 소피아에서부터 이스탄불까지는 줄기찬 평원이다. 이 정도면 대평원이라고 할만하다. 알렉산더의 군대가 동방 페르시아를 정벌하기 위해 간 길을 따라 우리도 신나게 달려 가는 것이다. 꼭 그길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