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아트 센터로 가는 길에 중국 음식점을 지나쳤다.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집념은 여기꺼지 뻗어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국립 예술 센터엔 젊은이들이 바글거렸다. 일자리가 없는 것일까? 하릴없이 무료함을 달래던 그들은 우리들 동양인들을 아주 신기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광장 지하는 매장인 것 같았다. 별로 뚜렸한 상품은 없는 것 같았지만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엔 괴기스러운 조각품이 자리잡았고.....
여기도 아가씨들은 예쁘다. 젊음은 그 자체가 싱그럽고 좋은 것이다.
분수대인것 같은데 한쪽에만 물이 나오고 있었으니..... 관리 부실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벤치에 조금 앉아쉬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 다리가 이상해진 것 같다. 너무 아프다. 절뚝거리면서 걷느라고 죽을 고생을 했다.
공원 속에 마련해둔 작은 정원의 나무들은 전지작업을 안해서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보면 괜히 내가 찝찝해진다.
이 조각품이 나타내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립 예술 센터 부근의 건물들이다. 건물은 크고 웅장하지만 소프트 웨어가 부실한 것 같았다. 그래도 난 불가리아에 서서히 정이 들기 시작했다.
절뚝거리며 간신히 호텔까지 돌아온 나는 발코니에 앉아 석양을 구경하기로 했다. 호텔 앞 도로 너머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디자인 감각을 상실한 이런 차들이 굴러다니는 거리가 재미있다.
ㄱ부장과 총각은 카메라 가게에 다녀오겠다면서 나갔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 한참동안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9시경에 돌아왔는데 경찰을 만나 조서를 쓸뻔 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간이 오그라 들었다. 이야기인즉 이렇다. 카메라 가게에 가서 렌즈를 구경하고 있는데 흰옷을 깔끔하게 빼입은 어떤 여자가 아이들 셋을 데리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옆에 얼찐거리고 있던 그들이 나가고 난 뒤에 보니 가게 바닥에 놓아둔 총각의 배낭이 사라지고 없더라는 것이다.
주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경찰이 오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꾸미자는 것을 도난 신고서에 그냥 사인만 해주고 왔다고 한다. 주인이 나서서 적극 해명을 하고 사건이 커지지 않도록 무마를 한 모양이다.
여자는 집시였을 것이다. 아이들은 바람잡이였고..... 동양인들이 카메라 가게에 들어서니 밖에서 보고 노리고 들어왔을 것이다. 여자가 물건을 사는 척하며 바람을 잡았고 그틈에 아이들이 작은 배낭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 것이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여자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 배낭은 빈 것이었던 것이다. 귀중품은 모두 호텔에 놓아두었고 여권과 지갑은 비상용 복대 속에 꽁꽁 숨겨져 있었으므로 빈 배낭을 집어간 것이었지만 기분은 잡친 셈이다. 덕분에 정이 조금 들려던 이 나라의 이미지가 완전 조각나서 무너지고 만 셈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일은 누구나 한두번씩 다 당하는 법이다 . 그러므로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사람이 안다친 것이 천만다행이고 귀중품을 잃지 않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불가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런 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헛다리 짚은 불가리아 아줌마~~~ 잘 먹고 잘 사시기 바랍니다. 이젠 그런 짓 하지 말고 사시기 바랍니다."
기분이 꿀꿀한 저녁이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난 뒤 나는 거기에 찬물을 받아서 발을 담그고 있어야 했다. 발 뒤꿈치가 너무 부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에도 해는 떴고 거리는 평온했다. 오늘은 드디어 터키로 떠나는 것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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