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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너희들은 좋겠다~~~

by 깜쌤 2006. 3. 25.

학기초 식사시간입니다. 자기 음식을 떠와서는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그때 제가 한마디 합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아이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좋은 소식을 기대하며 일제히 물어 옵니다.

"왜요?"    

 

 

"싸가지가 없어서....."

 

교사의 대답 한마디에 아이들은 피식 웃고 맙니다. 이때 아이들 표정을 보면 모두들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허탈해 합니다. 이 정도 선에서 대화를 끝냅니다. 교사의 입에서 싸가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흉보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다음날 식사시간에도 역시 똑 같이 한마디 합니다.

 

"너희들은 정말 좋겠다."

 

어제보다는 조금 큰 소리로 나올지도 모릅니다.

 

"왜요?"

 

어떤 아이들은 나서서 자기 입으로 앞장서서 대답을 할지도 모릅니다.

 

"싸가지가 없어서."

 

만약 아이들 입으로 '싸가지가 없어서'하고 말하면 이렇게 대답해줍니다.

 

"알긴 아네....."

 

여기까지는 정석입니다. 그런 뒤 또 아무 말없이 식사를 합니다.

 

 

 

셋째날 점심시간에 또 같은 소리를 합니다. 이젠 아이들 반응이 약간 다릅니다. 이때 교사가 한마디만 덧붙입니다.

 

"양반짓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다."

 

그리고 다시 식사를 합니다. 

 

 

 

4일째 되는 날 점심시간에 역시 또 한마디 합니다.

 

"너희들은 좋겠다."

 

이젠 아이들이 아무 말도 안할 것입니다. 만약 이상한 소리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아무 말없이 그냥 한번만 유심히 쳐다봐줍니다. 그렇게 나오면 아이들은 거의 아무 말이 없을 겁니다.

 

 

5일째 다시 한마디 더 합니다. 눈치빠른 아이가 있다면 이제 이런 이야기를 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말하는 아이가 있다면 식사를 중지시키고 그 아이를 일어서게 한 뒤 엄청나게 추켜줍니다. 이왕이면 앞으로 불러내서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면서 이야기 하면 더욱 더 효과적입니다.

 

"넌 어떻게 그렇게 양반인지 모르겠다. 네 아버지 어머니는 틀림없이 교양과 상식이 넘치는 양반이실테고 아주 가정교육을 잘 시킨 분임에 틀림없다. 집에서도 넌 식사전에 부모님께  많이 드시라고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를 잘 하는 아이일 것이다. 정말 훌륭하다." 

 

이런 식으로 엄청 칭찬해 줍니다. 혹시 교실에 얻어놓은 문제집이나 사탕이나 공책이라도 한권 있다면 선물로 줘 보십시오. 칭찬 받은 아이는 이 사실을 평생 잊어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장면을 본 다른 아이들은 그제서야 깨닫습니다.

 

 

다음날 식사시간입니다. 아이들 모두가 일제히 큰 소리로 한마디 할 것입니다.

 

"선생님, 맛있게 드세요......"

"그래, 너희들도 맛있게 먹기 바란다. 얘들아, 너희들이 식사할 때 어른께 인사하는 것을 아는데 거의 일주일이 걸렸구나. 그래도 작년 선배들 보다는 낫다. 걔들은 열흘 걸렸거든. "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흐뭇해 합니다. 이제 버릇 하나를 확실하게 뜯어고친 셈입니다. 다음부턴 식사시간마다 아이들이 맛잇게 많이 드시라고 외치기 시작합니다. 교육은 그런 것이 아닐까요? 교사가 나서서 조급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씩 스스로 깨달아 나가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