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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때리면 말을 들을까? 2

by 깜쌤 2006. 3. 24.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선생님들께서는 요즘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요즘 아이들이 확실히 예전 아이들보다는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일까요?

 

오늘날의 이라크 지방, 예전의 바빌로니아에 존재했던 고대도시 우르 출토된 점토판에도 '요즘 아이들이 확실히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은 양(洋)의 동서를 떠나 고대 근대 현대 할 것 없이 모든 시대에서 공통적인 현상 같기도 합니다. 확실히 예전 아이들보다 요즘 아이들이 별나고 버릇이 없으며 자기 중심적인 면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말을 안듣는다고 판단하는 바탕이 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 우리 교사들이 아이들보다 더 조직적이지 못하고 치밀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저는 다른 글에서 선진국은 시스템이 잘 짜여진 나라라는 사실을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학급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학급내의 시스템이 완벽하게 짜여져 있고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면 아이들이 말을 안들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급내의 아이들은 제가 수업시간에 1분만 늦게 들어와도 자기들끼리 수업활동을 해 나갑니다.  

 

 

 

그렇게 시스템을 짜둔 것입니다. 교사가 없다고 해서 좀 천한말로 개판이 되는 그런 교실이 아니라 자율 학습 시스템이 저절로 가동하도록 해 둔다는 뜻입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요? 제 경험에 의하면 3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교사가 교실에 있건 없건 관계없이 시스템이 가동하기 시작해서 수업활동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아이들을 때릴 필요가 있을까요?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아주, 정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를 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시스템이 가동해야 하는 것일까요? 앞글에서 조금 이야기를 했다시피 아침에 학교에 등교하는 순간부터 우리 교실에서는 시스템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등교해서는 가방을 정리하고 제출해야할 물건들이 교사용 책상에 놓여지기 시작하며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보기 시작합니다.

 

9시 10분이 되면 자동으로 수업이 시작되며 1교시 수업이 끝나면 우유를 마십니다. 정해진 시각에는 자동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점심시간에는 식사당번들이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식사가 끝나면 식판들이 치워지기 시작하고 교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다음 수업 준비를 합니다.

 

 

 

뭐, 대강 이런 식입니다. 수업 시작 시각이 되어도 교사가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반장 부반장들이 중심이 되어 자동으로 교사 역할을 대신하게 합니다. 책을 펴고 수업준비를 하는 어린이가 따로 있어서 수업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교과서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므로 아이들은 한 차시 분 수업 분량을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교과별로 수업 모델이 다르지만 아이들은 교사의 흉내를 내어 수업을 진행해 나갑니다. 어떨 땐 제가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화기애애하게 학습을 해 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잘못 생각하시면 자랑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겠지만 그런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거듭 밝혀 드립니다.

 

 

아이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칭찬해주며 한 인간으로서 자존심을 세워주면 아이들은 사는 맛을 느낍니다. 몇번 이야기한 사실이지만 아이들은 위협하고 누른다고 해서, 겁을 준다고 해서 말을 듣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것은 경영자들의 몫이지만 오고 싶은 교실을 만드는 것은 교사들의 몫일 겁니다. 적당한 유머감각과 수업기술, 효과적으로 짜여진 학급내 시스템, 아이들이 감복하도록 만드는 인품과 여유...... 이런 것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말을 듣게 하는 중요 요인이 아닐까요?

 

 

저희 반에서는 집에 갈때 부르는 노래도 재미있게 따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졸업식 날 단 한번만 부르는 노래까지도 미리 다 지도를 해둡니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하고 시작하는 졸업식 노래 말고 아이들 눈에 눈물이 핑 돌도록 하는 노래를 12월 경에 미리 지도를 해둔다는 말입니다.

 

 

그런 시스템과 관심이 있으면 정말 아주 특별한 아이가 아닐 경우엔 거의 다 말을 잘 듣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때릴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요?

 

 

(사진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된 아이들의 실과교과 음식만들기 실습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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