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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청소는 이벤트다 1

by 깜쌤 2006. 3. 18.

보통 학급에서는 청소때문에 난리를 칩니다. 심지어 화장실 청소는 벌 정도로 생각해서 교과서 내용속에도 벌칙으로 화장실 청소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요즘 도시학교에서는 외부인에게 용역을 주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글쎄요, 꼭 그렇게 하는 것이 선진학교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청소라는 것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청소는 우리가 사는 공간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청소를 위해 교육이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 되므로 본말(本末)이 전도된 느낌이 들어서 씁쓸해집니다. 우리 반에서 청소를 정하는 요령을 잠시 소개해 보겠습니다.

 

 

<글씨가 조금 그렇지요? 미안합니다. 어떻게 글씨를 날려 쓴 사진밖에 없네요. 보통때는 잘 쓰는 글씨인데..... >

 

뒷면을 활용할 수 있는 종이를 4등분했습니다. 칼로 단정하게 잘라야 하지만 이런 종이는 자를 사용해서 잘라 씁니다. 종이 한장 한장마다 청소 종류를 세밀하게 씁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션 TV 뒤 공간 물건 정리" 하는 식이죠. 아주 세분해서 씁니다.

 

우리반 아이들이 37명이니까 보통 청소 종류가 30개 정도 나옵니다. 교실 공간과 물건을 지정해서 세밀히 나누어서 기록해 둡니다. 이때 어려운 일과 쉬운일, 청소량의 많고 적음을 잘 판단해서 적습니다.

 

나는 이 종이 한장을 가지고 2년을 썼습니다. 위에 소개한 사진의 내용을 보시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쓴 숫자는 달(月)을 의미합니다. 청소가 한번 정해지면 일년씩 하는 것이 아니고 한달씩 합니다. 그러므로 매달 월말에는 반드시 바꿔준다는 뜻입니다.

 

 

이젠 식사할때 나오는 요령대로 차례로 나와서 청소내용이 적힌 종이를 한장씩 가져가게 합니다. 청소 내용은 자기 스스로가 선택한 운명에 맡긴다는 듯이죠. 제일 앞에 앉은 아이의 책상위에 종이를 뒤집어두고 아무 것이나 가져가게 합니다. 그러면 뒤에 온 아이들은 선택권이 줄어들겠지만 매달 좌석이 이동하므로 거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때 떠들도록 놓아두면 교실이 소란스러워집니다. 종이를 집어든 그 자리에서는 펴보지 못하게 하고 자기 자리에 가서 뒤집어 보게 합니다. 이제 청소가 결정되었습니다. 종이에다가 달을 적고 자기 이름을 기록하게 합니다. 그런 뒤 이 종이를 거두어서 보관하면 됩니다. 보관장소도 교사가 1급 비밀 문서를 숨기듯이 하지 말고 아이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 놓아두면 됩니다.

 

 

청소 정하기도 일종의 미니 이벤트로 하면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합니다. 적당한 효과 음악을 넣기도 하고 박수를 치게 하면 모두 다 즐겁게 참여합니다. 선거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 가자는 언론의 주장이 이런 것을 해보니까 이해가 되더군요.

 

 

청소 정하기 행사 하나로도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 - 학교는 그래서 행복한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소하는 요령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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