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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옛날의 금잔디 Long Long Ago (고향)

폐교를 밟아보며~~

by 깜쌤 2006. 3. 19.

 

한 십사오년전에 산골짜기 학교에서

아이들 여덟명을 데리고

2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어쩌다가 날씨 따뜻한 봄날에

그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폐교가 되어

한의원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시골 학교의 서글픈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려옵니다.

 

 

 

 

그때 내가 가르친 반에는

아이들이 달랑 여덟명 뿐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평균 오리, 십리씩은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들이 태반이어서

저희들끼리 놀려면 십리씩은 걸어가야 했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은

이십대 중반이 넘어섰지 싶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놀던 교실은

이제 살림 공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2년을 살았습니다.

 

 

 

 

 

교정은 예전 모습대로이지만

땅이 너무 넓어서 그런지

가꾸는 손길이

구석구석 세밀하게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명자나무는 그대로 쑥대밭처럼 변하는 것 같습니다.

꽃이 피면 빨갛게 물이 들어서

너무 보기가 좋았는데.....

 

 

 

 

 

 

화단의 매화 나무도

그냥 그대로 있습니다.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이유없이 차별하셨던

영감님도 생각이 납니다. 

 

 

 

 

 

 

매화 밑으론

원추리들이 밭을 이루었습니다.

7월이면 노랗게 물들 것입니다.

여기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모두 그때의 꿈을 간직하며 살아가지 싶습니다.

 

 

 

 

 

매화 향기가 사방에 그득했습니다.

벌들도 계절을 잊어버리고 일찍 나왔더군요.

며칠 뒤에 밀어닥친 꽃샘 추위에

죽은 녀석도 있지 싶습니다.

 

 

 

 

 

한 아이는 매일 국수만 먹고 살았습니다.

아침도 국수, 점심은 과자, 저녁은 라면....... 

어머니가 안계시는 아이였는데

아버지가 요리를 하실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 아이도 결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릅니다.

그 아이들과의 만남은

이제 물 위로 흘러버린 이름들이 되어

세월의 흐름속으로 가버렸습니다.

 

 

 

 

여름날, 비가 많이 와서

학교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이 넘치면

학교 운동장에 미꾸라지가 꼬물거리기도 했습니다.

 

 

 

 

 

학교 뒤 저수지에는

우렁이가 그렇게 많았었습니다.

나는 그 우렁이들이

모두 각시로 변하는 줄 알았습니다.

어렸던 시절에...... 

 

누나 국어 책에서 그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책에 굶주렸던 아이여서 그런지

무슨 책이든지 활자만 박혀 있으면 다 읽었었습니다.

친구집 벽에 벽지 대신에 바른 신문기사도

일부러 찾아가서 다 읽었었습니다.

 

 

 

 

 

"쌍무지개 뜨는 언덕"도 그때 읽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기차타러 나가는

누나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보기도 했습니다.

누나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었거든요.....

 

이젠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정말 오래 전 이야기죠.....

 

 

 

 

 

 

 

이 학교에서의 추억도 그렇습니다.

정말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세월의 흐름 앞에는

굵은 나무도 삭아갑니다.

몸에는 구멍이 뚫리고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고 난 뒤에는

이 나무도 그루터기로만 존재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이 그립습니다.

그립습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젠 조금씩 깨닫습니다.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되풀이 같습니다.

 

좋은 사람, 싫은 사람, 미운 사람, 고운 사람......

사람,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운 이여! 

나는 오늘도 우체국에 와서 편지를 쓰노라"고 하시던

시인의 구절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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