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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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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10

by 깜쌤 2006. 3. 9.

 

다른때 같으면 걸어서 올라갈 것이지만 발이 너무 아프고 당기니  어쩔수 없이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다. 돈 아깝다. 케이블카 승강장은 우리가 묵는 민박집 뒤에 자리잡고 있었다.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잠시 루마니어 읽기 공부에 들어갔다.

 

 텔레카비나 틈파니까 틈파는 산 이름이 확실하다. tele는 영어에서 먼 거리를 나타내는 접두사니까 대강 짐작이 된다. cabina는 혹시 영어의 cabin과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먼거리를 움직이는 상자나 오두막집이 되니까 등산용 케이블카라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루마니아어는 라틴어 계열의 언어이니까 영어 의미를 거꾸로 되짚어 가면 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내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일까? 20인이 탈 수 있고 초당 6미터의 속도로 움직이며 소요시간은 2분 20초가 아닐까?

 

자세히 보면 다 짐작이 된다. 그러므로 배낭여행자는 눈치만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올라간다. 올라간다. 쭈우욱~~

 

 

꼭대기에 도착한 우리들은 전망대 부근의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했다. 여긴 루마니아다. 물가가 싼 편이므로 한잔 정도는 마시고 가야 한다.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에선 못 마셨지만 여기서는 커피라도 한잔 해야 한다.

 

사람좋은 ㅎ부장은 맥주를 시켰고......

 

 

나는 커피를 시켰다. 창가에 앉은 우리는 바깥 경치를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 밑에는 방금 우리들이 다녀온 광장과 구시가지가 자리잡았다. 한눈에 다 들어온다.

 

 

통일된 지붕이 가져다 주는 이 아름다움을 어디에 비하랴?

 

 

신시가지 쪽으론 현대식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그런 것은 별로 보고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건 여행자라면 다 가지는 공통적인 심리이리라.

 

그러므로 높으신 분들이여~~~ 제발 우리도 특색있는 아름다운 미려한 도시를 만들고 가꾸어 나갔으면 한다. 특히 우리 전통가옥은 제발 함부로 마구 없애지 마시기 바란다.

 

기와집이나 초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세금 감면혜택도 좀 주고 새로 기와집을 짓는 분들에겐 건축 지원금도 주되 적당한 선에서 증축과 개축은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준 뒤 관리를 잘 해서 한국 전통 도시를 많이 만들어 보존하도록 하자.

 

제발 좀 볼품없는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만 대량으로 허가해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아파트가 나쁘다는게 아니라 아파트라도 싱가포르처럼 다양한 모양의 아파트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시 미관에 신경을 좀 쓰자.

 

"시골 선생 주제에 말이 많다고요? 아, 예..... 죄송합니데이. 지가 뭐 압니까? 별로 알지도 못한 민초가 지꺼린 헛소리라 생각하시고요, 노여움을 푸시기 바랍니데이. 너무 괘념치 마시소. 예, 심기를 불편케 해서 죄송합니데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랍니데이."        

 

 

우리가 차를 마신 카페의 내부 모습이다. 우리만 앉아 마시려니 조금 그렇다.

 

 

창가엔 화분과 꽃병들을 놓아서 분위기 하나는 삼빡하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없는가 싶어서 궁금해 했는데 나중에 보니 관광객들은 모두 뒤편 야외 좌석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즐기고 있었다. 졸지에 우리는 바보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상당히 풍요로워 보이지 않은가? 바보가 보기엔 그렇다는 뜻이다.

 

 

"바보가 한마디만 더 합니데이.지붕 색깔도 통일하고 높이도 적당하게 조절하면 안되겠는교? 불편하다꼬요? 예, 알겠심데이. 앞으론 헛소리 안할낍니더."

 

  

카페를나와 전망대를 찾아간 우리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 촬영에 열을 올렸다. 난 처음에 프랑스 빠리를 아름답다고 창찬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았다. 괜히 외국물을 먹어서 잘난척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에펠탑에 올라가 보고 난 뒤에는 완전히 생각을 달리 했다. 도시는 아무렇게나 만드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도시에는 그 도시를 나타내는 색깔이 있어야 하고 기능이 살아있어야 하며 먼 훗날을 대비한 기본구상이 깔린 설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무계획적인 개발은 볼품없는 시멘트 덩어리만 양산한다.   

 

 

저번 글에서 나는 저 아래 광장의 풍경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해 드렸다. 저기가 스파툴루이 중앙 광장이다. 광장 중앙에는 1420년에 새워진 시청사 건물이 아직도 당당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이 도시는 처음엔 독일인들이 건설했다고 한다.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고적도시로 손색없는 도시가 아니던가? 중국 운남성 서쪽 리지앙이라는 도시에는 우리 나라 기와집과 비슷하게 닮은  건물들이 좌악 남아있다.

 

송나라 시대의 건물들이라니까 우리나라 역사와 비교해서 치자면 고려시대 후기의 건물들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나중에 리지앙(=려강)을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이미 다녀오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런 이야기가 되었다.

 

 

무엇이 개발이고 무엇이 보존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려강을 중국 최고의 도시로 손꼽고 싶다. 어리버리한 내 느낌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무계획적으로 마구잡이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보면 눈물이 다 난다. 정말 통곡할 일이다.

 

 

 

어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

으허허허허허허허허허~~~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허허허허허허허허허~~~

으어~~~~~~~~~~~~~~~~

 

브라쇼프에서는 그렇게 속으로만, 속으로만 웃다가 내려왔다.

허허롭게 웃다가 내려왔다. 어리버리하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