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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11

by 깜쌤 2006. 3. 11.

초록의 숲 속에 자리잡은 붉은 색 지붕들을 머리에 인 전통가옥들이 전체 풍경을 살려내는 것 같다. 그것이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유난히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도시 외곽쪽으로는 현대식 아파트들이 자리잡았다. 신도시와 구도시의 모습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 같다.

 

 

이젠 골고루 비교를 해보셨으니 무엇이 더 도시를 돋보이게 하는지 삼척동자라도 알아차릴 수 있지 싶다.

 

 

루마니아!

그렇게 만만한 나라는 아닌 것 같았다. 단순한 국민소득으로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판단이라고 본다.

 

 

들판에 햇살이 드니까 더욱 더 밝은 느낌이 들었다. 중부유럽의 우중충한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역시 나는 밝은 햇살이 좋다. 햇살, 햇살 하니까 무슨 간장 광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산꼭대기 성채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아직도 잠자는 공주가 살고 있을까?

 

 

허허, 그것 참......

 

 

 

이젠 전망대에서 내려갈 시간이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케이블카 출구의 모습이다. 올라갈때 가지고 있던 표가 없으면 다시 돈을 내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하므로 표 간수를 잘 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표 검사는 철저히 하는 편이었다.

 

 

 

민박집 이층의 모습도 자세히 살펴보니 제법 운치가 있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나는 그대로 민박집에 들어왔지만 틈파산 경치에 흠씬 취한 여흥을 살리기 위해 쇠고기를 사와서 요리를 해먹자는 의견 일치에 따라 시장을 봐 왔다. 쇠고기를 제법 많이 사 왔다.

 

 

오른쪽 저 안쪽에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사신다.

 

 

이렇게 쇠고기를 사 온 것은 좋았는데 남자 4명이 무슨 요리를 한단 말인가? 그래서 할머니께 요리를 부탁해보기로 했다. 나중에 수고비만 조금 드리면 되지 않겠는가 싶어 무조건 할머니를 모시러 갔다.

 

말이 안통하니까 오시라는 시늉을 했더니 기꺼이 따라 오셨다. 고기를 보여 드렸더니 단번에 눈치를 채시고는 요리 도구를 가지러 가신다. 루마니아 말로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우리가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런데 할머니께서는 독일어 비슷한 발음을 내시길래 예전에 배운 독일어 단어를 몇개 주절거려 보았더니 이내 반색을 하시며 독일어로 이야기를 걸어 오셨다.

 

애고, 이젠 일났다. 독일어 대화를 해야 하는데 아는 낱말이 없으니 난감함 그 자체이다. 아이들 말로 하면 '대략 난감"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할머니께서는 어렸을 때 독일인들과 독일어 대화를 해보셨고 현재도 이 도시에 독일인들이 조금 살며 독일 사람들이 자주 구경 온다는 것이다.

 

 

나는 할머니 옆에서 이야기를 거들고 기분을 맞춰 준다. 오늘 할머니 기쁨조는 머리 허연 영감쟁이인 미스터 어리버리다. 최고라는 표시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었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먼저 쇠고기를 익힌 뒤에 소금간을 하고 간장 비슷한 것도 넣고 토마토 소스 속에 넣고 푸욱 익힌 쇠고기 토마토 찜 요리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셨다.

 

 

아, 그날 우린 이역만리 루마니아에서 루마니아 전통 쇠고기 요리를 먹은 것이다. 루마니아 전통 할머니표 손맛 토마토 쇠고기 찜 요리라면 훌륭하지 않은가?

 

 

얼마나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기분좋게 요리를 해주시는지 나는 옆에서 연신 알랑방귀를 뀌어야 했고 추켜주어야 했으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수십번 반복해야했던 것이다.

 

 

루마니아 할머니 만세!!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다시 한번 더 만세!!

브라쇼프 틈파 산 밑 민박집 할머니 만세!!

 

 

그렇다. 여행은 이런 재미로 한다. 말한마디 안통해도 인간과 인간의 교감이 이루어지는 재미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말을 잘해야 상대가 감복하는 것이 아니다. 할머니의 성의가 너무 고마워 10유로 정도를 쥐어 드렸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잠시 잠깐만 틀어주는 가스 보일러도 일찍 켜서 목욕도 하고 샤워도 하고 때도 밀고........ 그러다가 너무 기분을 내는 바람에 한샘군이 가스를 너무 누출시켜서 민박집 전체를 홀랑 구워먹을 뻔 했던 것이다.

 

가스 보일러 밸브를 틀고 이내 불을 붙여야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상태로 있다가 늦게 불을 붙이는 바람에 손에 화상을 입은 것이었다. 일났다. 일났어....... 손을 보니 벌겋게 달아 오른 것 같다.

 

비상약품 통을 꺼내어 화상 연고를 발라주었다. 비상약품은 모두 다 챙겨 다녀야 한다. 나는 그런 준비 하나만큼은 우리 팀멤버들에게 철저히 하도록 강조하고 대비시킨다. 한국에서 가져간 화상약으로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큰일날뻔 했다.

 

결국 우리는 이 일로 불가리아에 가서는 병원치료를 받는 경험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