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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사람답게 밥먹기

by 깜쌤 2006. 3. 7.

보통 초등학교에서는 개학 둘째날부터는 학교 급식을 합니다. 아이들이 질서가 잡혀 있지 않다고 해도 당장 점심을 먹어야하므로 식사 지도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당이 있는 학교를 가보면 그 소란스러움에 기가 막힐 정도입니다. 아마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고급 음식점에서도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다니고 떠드는 형편이므로 학교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을겁니다.

 

아이들이 떠든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하면 그 습관이 굳어져 안하무인격으로 떠들고 예의없이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우리 한국 사람들도 해외여행시 많이 떠드는 축에 들어갑니다.

 

요즘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들은 우리보다 더 심하게 떠듭니다. 공항이고 비행기 안이고 호텔이고 상관없이 떠들고 소란스럽게 합니다. 때와 장소를 불문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래서 저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머무는 호텔이나 여관에는 가지 않으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각 교실 앞에는 이런 식으로 식판과 밥, 국 반찬을 실은 급식차가 배달되어 있습니다. 이 일은 급식소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수고를 해주십니다. 식사당번으로 정해진 4명이나 5명 정도의 아이가 급식차를 교실에 끌고 들어와서 교실 전면의 교사용 책상 옆에 갖다 놓은 뒤 식판, 국통, 밥통, 반찬통, 수저의 순으로 배열하도록 해둡니다.

 

식사 당번은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정해도 되고 수업 태도가 나쁜 학생들을 시켜도 되며 지원을 받아 해도 됩니다. 그것은 교사의 재량에 속하는 행위이므로 알아서 하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도 치밀한 계산하에 정해서 시킵니다.   

 

 

 

이런 식으로 배치합니다. 책상이 연결되는 곳에는 음식이 든 통을 절대로 놓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누가 책상 한개라도 건드리면 음식이 든 통이 떨어져서 뒷감당하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으로 배열이 끝나면 이제 차례대로 나와서 먹도록 합니다. 교사인 저도 제가 먹을 양만큼 제가 떠 갑니다. 어지간하면 이런 것 정도는 아이들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맛있는 반찬의 경우 앞에 오는 아이들이 많이 가져가려고 하므로 양과 갯수를 정해줍니다. 앉아있는 순서대로 나오도록 하되 다른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될 동안 조용히 자기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자율적으로 음식을 떠가기 위해 줄을 서도록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줄에는 5명 정도만 서있게 하고 다른 아이들은 책을 읽도록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만 교실안에 질서가 잡혀서 떠들거나 장난치거나 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통제하지 않거나 정밀한 이런 시스템을 짜두지 않으면 교실안에는 소란이 벌어지고 시끄러워져서 난리가 난 것 같은 상황이 발생합니다. 

   

 

제일 앞쪽에 앉은 4명의 아이들 좌석을 비우게 했습니다. 그런 뒤 앞에서 설명한 것 처럼 책상위를 깨끗하게 치우고 4개의  책상 위에 식판, 밥통, 국통, 반찬1, 반찬2, 반찬3 통을 놓고 마지막에 수저통을 놓습니다. 좌석을 비운 아이들은 교실내에 마련해둔 다른 공간에 가서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보도록 해줍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 모두 다 책을 보면서 대기합니다.

 

 

이런 식으로 음식을 받아서 교사에게 보인 뒤 지나가게 합니다. 학년초에는 이렇게 해서 편식하는 습관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일 것입니다.

 

 

이때 아이들이 지나치게 싫어하는 음식을 강제로 많이 가져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역효과를 발생시킵니다. 저학년 아이들은 심지어 토하기도 하고 다 못먹어서 우는 일까지 생깁니다. 앞글에서 이야기한대로 6학년 정도가 되면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되 먹기 싫은 반찬은 적은 양이라도 가져가서 먹도록 하면 됩니다.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음식을 담은 뒤에는 다른 아이와 부딪히지 않도록 한쪽 방향으로만 걸어가서 자기 자리에 앉도록 합니다. 배식을 받은 상태에서 아이가 뒤로 돌아서서 자기 자리로 가도록 허락을 하면 부딪혀서 쏟을 수 있으므로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젠 조용합니다. 모두 조용히 앉아 식사를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으나 조용하게 대화를 하도록 합니다. 그러면 드디어 교실이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로 변합니다. 작은 웅성거림만 있게 되는 것이죠. 

 

 

이젠 식사를 즐기면 됩니다. 마지막 학생이 자기 음식을 떠 간 뒤에 더 먹고 싶은 아이들이 나와서 음식을 가져가도록 해줍니다. 그러면 모두 다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음식이 모자라게 되면 그 차례에 걸리는 아이가 급식소에 가서 더 받아오게 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왼손으로 먹든 오른손으로 먹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왼손잡이를 무리하게 오른 손으로 먹도록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깨끗하게 식사를 해서 밥풀 한개라도 남지 않도록 시킵니다. 실제로 이렇게 시켜보면 아이들이 식판을 심하게 긁어대어 소음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걸 예방하기 위해 밥을 한수저 정도 남겼다가 깨끗이 닦아먹게 합니다. 그러면 소음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깔끔하게 됩니다. 식사를 다 한 아이는 조용히 일어나서 배식을 할 때와 같은 요령으로 움직여서 원래 식판이 있던 자리에 가서 식판을 곱게 포개어 놓은 뒤 수저통에다가는 수저를 놓고 나가게 합니다.

 

그런 뒤 사물함에서 치약과 치솔을 들고 화장실에 가서 양치질을 하게 하면 됩니다. 제일 늦게 식사를 끝낸 아이가 식판을 가져다 놓으면 식사당번이 와서 차례대로 정리한 뒤 급식차에 싣고 가면 되는 것이죠.

 

닭뼈 같은 것은 나중에 다른 빈 식판에 담아서 내어 놓습니다. 그러면 잔반 통에도 뼈가 들어가지 않게 되어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고 결국은 자원 낭비가 줄어드는 것이죠. 식사당번이 뒷 정리를 끝냄과 동시에 교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 교실에 냄새가 배이지 않을 뿐더러 오후 수업을 깔끔한 기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는것이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선진국은 시스템이 움직이는 사회라는 것이고 후진국이나 독재국가는 법과 시스템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가 인치(人治)를 한다는 것입니다. 교실 안에도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구성하면 교사가 없어도 조용하게 배식활동이 이루어지고 질서가 있는 가운데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설마 그렇게 될까하고 의심이 나신다면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은 말을 잘 듣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격적으로 대하고 시스템을 잘 짜면 얼마든지 잘 되게 되어 있습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