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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자녀교육, 초등교육/내반 아이 일류만들기

첫만남~~

by 깜쌤 2006. 3. 5.

3월 2일은 아이들에게는 엄청 소중한 날입니다. 선생님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지난 2월 21일 오후에 2006학년도 담임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는 6학년을 가르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제 경우 6학년 담임교사는 올해로 22번째가 됩니다. 보통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 교사를 안 맡으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수업 부담이 많은데다가 요즘 아이들이 워낙 별나서 예전처럼 말을 잘 듣지 않으므로 고학년 보다는 저학년 담임이 훨씬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인근 P시의 어떤 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 희망자가 한사람도 없었다고 그러더군요.그러나 나는 주로 6학년들을 가르쳤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장사 종류가 있습니다만 사람을 기르는 장사라면 단연 교사가 으뜸이지 싶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른이 되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추억가운데 하나가 초등학교 시절이라는 이야기가 많고 보면 초등학교 교사는 정말 할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가운데서도 아이들 가슴 속에 가장 깊이 각인되는 학년이 6학년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아 6학년 담임은 아주 의미가 깊은 것이기에 할만 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6학년이 9개 반이나 됩니다. 아이들은 시업식 첫날 예전 학년의 위치에서 줄을 섭니다. 담임선생님이 발표될 때 아이들 반응을 보면 무섭다고 소문난 선생님이 있는 학년의 아이들은 반응이 독특합니다.

 

한숨이 나오고 탄식 소리가 가득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반응을 쉽게 보여주므로 자세히 관찰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식이 끝나면 새로운 반을 찾아가야 합니다. 아이들을 교실에 넣어두고 담임 선생이 교실마다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찾아가도 되지만 운동장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5학년 마지막 날 5학년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A반, C반, F반 (혹은 가반, 나반 다반) 하는 식으로 미리 알려주었으므로 품에서 A반, B반이라고 씌여진 종이를  꺼내들기만 하면 아이들이 보고 찾아 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학년 부장 선생님께서 준비하신 학반 표시 종이를 꺼내 드셨지만 나는 빈손으로 그냥 가만히 서서 보고만 있습니다. 아이들은 영어 글씨를 쭈욱 보고 있다가 빠진 글자를 찾아서는 내가 그반 담임선생일 것이라고 짐작해서 제 앞으로 몰려 옵니다.

 

이럴때 나는 아이들 반응을 아주 유심히 살펴둡니다. 반을 찾아서 헤매는 아이가 누군지, 누가 늦게 찾아오는지를 살펴 둔다는 말입니다. 늦게 오는 아이나 반을 찾아 헤매는 아이는 판단력이 늦거나  생각 수준이 조금 모자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이미 나에 관한 소문이나 정보를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제발 깜쌤이라는 선생님에게만 걸리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품고 있었지만 그 꿈이 무참히 깨어지고 난 지금에는 처음부터 순한 양떼들처럼 기가 죽어 있습니다.

 

그게 이미지에서 오는 효과입니다. 싱가폴 하면 엄격한 법집행이 이루어지는 나라, 프랑스라면 예술의 나라..... 하는 식으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처음 생각나는 그 이미지는 너무도 중요한 것이기에 교사는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보면 우리반 아이들은 앉아 있습니다. 아이들을 앉히면 시야가 낮아져서 앞에서 이야기하는 교사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늦게 찾아오는 아이들을 위해 제일 앞에 앉은 아이를 골라 반 표시 종이를 들고 서있게 합니다. 교사가 들고 서 있어도 되지만 그럴 경우 아이들을 살펴보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듭니다. 

 

이제 다른 반 아이들은 새 교실로 찾아갑니다. 당연히 우리 반 아이들도 교실에 들어 가야합니다. 이때 교사의 첫마디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사의 목소리가 약하거나 특이할 경우 아이들 눈에 비친 교사의 이미지는 단번에 흐려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나는 종이에다가 미리 준비한 필기도구로 6학년 몇반이라고 표시를 한 뒤 손가락으로 교실 위치를 가르쳐 줍니다. 그런 뒤엔 일으켜 세우고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처음부터 조용한 자세로 말없이 행동하게 되는 것이죠.

 

뭘 그런 계산까지 다 하느냐고요? 그런 심리적인 계산 안하고 살아도 얼마든지 선생할 수 있습니다. 직업 유지하는데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교사는 아이들과의 게임에서 지는 상태로 출발하게 되는 것이죠.

 

이기고 진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니까 좀 그렇습니다만 한주일 뒤부터는 아이들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고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변해 무법 천지가 되는 빌미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교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 됩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