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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5

by 깜쌤 2006. 3. 5.

이젠 여러분들도 척 보면 알지 싶다. 도박 때문에 인생의 전반기를 씁슬히 보내야했던 개그맨 황누구누구씨의 유행어처럼 "척 보면 앱(압)니다"라고 나와야 하지 싶다. 뭘 아느냐고?

 

  

성의 모습을 보라. 이런 성은 전투용 성이 아니다. 이건 거주용 성이다. 그렇다면 저 탑 꼭대기에는 공주가 살고 있어야 한다. 무시무시한 용이 감시를 하는 가운데 우리의 불쌍하고 어여쁜 공주는 여러분들을 기다리며 낮이나 밤이나 눈물로 시간을 메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창을 꼲아잡고 방패를 확인하고 백마를 다그치며 성을 향해 돌진해 가자. 돌진~~

 

 

But, 그러나, 꿈깨기 바란다. 그건 동화책 속에 나오는 옛날 옛날 간날 간날의 이야기고 지금은 성 앞에 상업화된 거리가 들어서서 가게가 즐비한 것이다. 도로가에 아름다운 카페가 자리잡고 있었다. 정원 분위기가 독특했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거리의 모습이다. 길 양쪽으로는 조금은 수준이 떨어지는 기념품 판매점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도 이젠 품질의 고급화를 이룰 때가 되었지 싶다. 설악산 등긁개나 한라산 효자손이나 그놈이 그놈이고 똑같은 판박이라면 그게 무슨 기념품인가?

 

 

루마니아가 유럽에서는 후진국이라고 해도 이런 길거리를 보면 그런대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여튼 유럽인들의 안목 하나는 우리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이들을 가르쳐보면 색채감이나 표현력이 한참 뒤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우수작품을 보여주고 색감에 대한 강의를 한 뒤 작품을 만들게 하면 단번에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느끼지만 일상 생활에서 예술적인 감각이나 색깔에 대한 감각을 기를 기회가 사라지면 기껏 가르쳐놓은 것도 말짱 도로묵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길거리의 간판 하나부터 새롭게 예술적으로 디자인하고 부착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효과는 크지 싶다. 뭐 크게 거창하게 창의성이 미래를 먹여주느니 살리느니(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어쩌고 저쩌고를 외치지 말고 실용적인 것에서부터 하나씩 적용해서 고쳐 나간다면 우리도 얼마 안가서 아시아의 스위스 정도로 자리매김 할 수 있지 싶다.

 

   

드라큘라 복장을 하고 얼굴을 흉측하게 분장을 한 죽마 탄 청년이 거리를 누볐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눈에 잡은 이 청년은 공포 체험관의 직원인 것 같았다.

 

 

죽마 타는 솜씨가 아주 능숙해서 거침없이 거닐고 있었다.

 

 

이제 입구가 점점 가까워진다. 저 언덕 위 성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성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을지 너무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차림새는 조금 뒤떨어지는 편이었다. 서부 유럽에 비교해서는 아직도 많이 가난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그런 것을 보면 정치가들의 사명과 소명 의식은 남달라야 할 것이다.

 

한마디 당부하노니 제발 자질과 능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남 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욕심들을 버리기 바란다. 머리가 희미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고 지도자가 무능하면 인민들이 죽어나는 법이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을 덧붙여 보자. "선생이 희미하면 학생들이 고생한다." (쌤님들, 죄송합니다~~)

 

루마니아 백성들도 심성은 착한 것 같다. 차우체스쿠 같은 또라이 지도자를 만나 수십년간을 고생한 것을 보면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란 성 위로 흰구름이 지나갔다. 때로는 흘러갔고 가끔은 스쳐가기도 했다.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며 큰 꿈을 꾸었던 날들이 어제 같은데 수십년 세월이 지난 지금, 초라한 배낭 하나 달랑 매고 떠도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으니 내꿈도 이젠 말짱 꽝인 셈이다.

 

 

루마니아 아가씨들이 크게 예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이 동네는 미인이 많지 않은 동네인가 보다. 코마네치는 어느 동네 출신일까?

 

 

매표소까지 온 우리들은 표를 샀다. 당연히 사야지 안사고 들어갈 수 있겠는가? 매표소 지붕에 녹색 이끼가 가득해서 어찌 조금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입장을 해서 성으로 향하는 비탈길을 오르는 중이다. 옛 민가의 지붕이 독특했다. 이끼가 이렇게 끼는 것으로 보아 습한 기후이거나 아니면 이 지역 자체가 습기 많은 곳일수도 있겠다.

 

 

성으로 오르는 길이다. 예전엔 기사가 말을 타고 달려 오르지 않았을까? 발뒤꿈치가 아픈 나는 절뚝거리며 천천히 따라 올라가야만 했다. 고통스러웠다.

 

 

지붕 너머로 매표소가 보인다. 쌍으로 솟아오른 것은 굴뚝일까? 굴뚝이라면 산타 할배가 고생깨나 하시겠다.

 

 

드디어 바위 위에 자리잡은 브란 성의 흰벽이 등장했다. 그렇게 크지는 않은 성이지만 분위기는 조금 그렇다.

 

 

 

입구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마당을 한가운데 두고 하얀 벽들이 사방을 둘렀다.

 

 

마당 겸 정원 한가운데는 우물이 있다. 아무리 성의 위치가 좋아도 우물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므로 샘의 존재 여부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우물이 확실히 보인다. 우물에다가 펌프 시설을 해서 사용한 것 같다.

 

 

이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내부벽은 흰색으로 칠해서 제법 환하게 되어 있었다. 창살 틈으로 밖을 보면 관광객들의 모습이 비친다.

 

 

성채 밖으론 민가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아름다운 소설을 배경으로 해서 그렇게 공포스런 소설을 만들어낸 소설가도 보통 이야기꾼이 넘는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