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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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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4

by 깜쌤 2006. 3. 2.

 

 

틈파산 전망대 바로 밑에 자리잡은 루마니아 할머니 민박집은 허름하지만 정은 넘쳐나는 곳이다. 보신탕 걱정없이 편안히 일생을 보내는 개들이 마중을 나왔다. 아까 보았다고 이젠 짖지도 않는다. 녀석들 하고는.....

 

 

할머니 민박집 화단엔 우리가 흔히 보는 꽃들이 가득했다. 미스터 이반 가브리엘 한바탕 설레발이를 치고 아까 사라지고 난 뒤부터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다. 내 생각에 그는 프로 삐끼다. 그가 실제로 자기 게스트 하우스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못보았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만약 자기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면 일단 자기 집에 손님을 먼저 채운뒤 적당한 커미션을 받고는 할머니에게 손님을 끌어다 주는 구실을 할 것이다.

 

연세가 높고 영어가 안되는 할머니는 약간의 돈을 투자하여 손님이 묵을 방을 꾸며 놓고 이반이 끌어다 주는 손님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이 할머니는 이반의 친척이 될지도 모른다. 하여튼 할머니가 먹고 살도록은 해주니 이것도 그럴듯한 공생관계이다.

 

여기 브라쇼프에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것은 드라큘라 백작 때문이다. 소설의 무대가 되는 곳이 여기 브라쇼프이기 때문이다.

 

 

산꼭대기에 보면 송신탑이 보일 것이다. 그 오른쪽에 보면 브라쇼프라고 쓴 거대한 간판이 보인다. 마치 할리우드 광고판 처럼 말이다. 거긴 나중에 올라가는데 거기서 내려다보는 경치 하나가 또 끝내주는 것이었다.

 

 

복숭아를 사온 우리는 부엌에 멋있게 차려 놓았다. 나는 내일 죽더라도 오늘 이런 멋은 부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멋낼 것도 모양낼것도 없지만 이왕이면 차려 놓기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작은 부엌이지만 냉장고도 있고 청소상태도 양호해서 묵을 만한데 자다가 천장이라도 내려앉을까봐 겁이 난다. 그만큼 낡은 집이라는 뜻이지만 혹시 브라쇼프 가시거든 이 할머니 댁에 한번 가보시기 바란다. 주소? 이런 큰일이네. 주소를 모르네그려.....

 

 

일찌감치 방에 들어온 나는 사진기 가지고 장난을 치기로 했다. 혼자 놀기의 정수를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닌가? 먼저 내 발을 찍는다. 드디어 발에 임금 王자 표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양말 없이 샌들을 신고 다닌 결과이다. 문제는 배에 임금왕자가 새겨져야 하는데 발이라는 게 좀 그렇다.

 

"발가락이 닮았다"를 쓰신 횡보 염상섭 선생은 소설 속에서 태어난 자식이 발가락을 닮은 것을 가지고도 기뻐하지 않으셨던가?

 

 

그래도 우리 방엔 티비도 있다. 이 정도면 준수하지 않은가?

 

 

안쪽 방의 모습이다. 저긴 푸른 동네다. 하지만 나는 싫다. 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엌을 한번 더 소개한다. 맞은 편엔 보일러 실이 딸린 샤워실이 있다. 그러니까 있을 것은 다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멋진 전망이 없어 탈이다. 복숭아와 빵을 뜯어 먹으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과감하게 분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 마늘과 성경책은 놓아두고 가기로 했다. 아직은 아침이고 낮이니까.......

 

집을 나와 큰길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시외버스 정류장까지만 타는 것이다. 백작님의 성까지는 거리가 멀므로 택시 탈 형편이 안된다.

 

 

시외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가서는 표지판을 확인해 보았다. 브란 성 쪽으로 가는 버스는 자주 있는 편이다. 그러니 걱정 할게 없다.

 

 

버스 정류장 승객 대기 장소이다. 버스 정류장에 근무하는 청년들은 유창한 사투리 영어로 우리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조오기, 조오기 가서 보면 브란성 가는 버스 시간표가 있응께 보고 타면 되지라. 거시기 한게 있으면 언자든지 와서 물어보랑께로."

 

뭐 그런 식으로 영어 대답이 나왔다. 억양이 특이해서 내 귀에 그렇게 들렸다는 말이다. 드디어 버스가 왔다. 좌석 확보를 위해서 빨리 타야한다.

 

 

버스 앞에 브란 이라고 써 놓았으니 그냥 타면 된다. 그래도 버스가 완전 구닥다리는 아닌 것 같다.

 

 

"담배 피지 말그라이"

"운전 기사 어른께 말걸지 말그라이"

"예수님께서 지켜보고 계신다이"

 

뭐 그런 의미인것 같다. 코쟁이 관광객과 얼굴 노랗고 거무튀튀한 우리를 태운 버스는 드디어 브란 성을 행해 출발했다.

 

 

우리나라 시골 동네를 자나는 것 같다. 시멘트 담장이 왜 저리 촌스럽고 흉물스러운지 모르겠다.

 

 

시가지를 벗어난 버스는 작은 벌판을 달렸다. 갈수록 사람들이 조금씩 타기 시작해서 서서히 만원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서부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조금 뒤쳐진 것 같아도 이제는 조금씩 퓽요로워지는 것 같다. 목가적인 분위기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하늘은 파래지기 시작했고 날씨는 상쾌하게 개이기 시작했으니 오늘 우리들은 백작나으리를 만날 수 있지 싶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