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2

by 깜쌤 2006. 2. 28.

갈수록 더 많은 비가 오기 시작했다. 기차가 멈출때마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모두 다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었다. 가끔씩은 차창 밖으로 동화 같은 마을이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난히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 지도를 살피던 나는 이 부근 쯤에 시기쇼아라라는 도시가 나타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 이쯤에서 퀴즈 문제를 내어보자. 시험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그냥 통과를 외치고 지나가시기 바란다. 그럼 내가 임시 선생이다.  

 

"어허, 저쪽에 있는 학생은 벌써 손들고 난리구먼 그래. 답을 말하라는 것이 아니고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번호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라는 거다. 그럼 문제 나간다. 문제를 못알아 맞히는 학생은 문제 많은 학생이다. 노래로 할테니 잘 듣기다.

 

루마니아하면 생각나는 그 사람?(심수봉씨의 그때 그사람 처음 시작 부분으로 했다 치자.)

 

1) 브리콜리

2) 멜랑콜리

3) 도라콜라

4) 드라큘라

5) 코카콜라

 

1번을 찍은 사람은 안봐도 뻔하다. "맨날 배고파"를 외치는 학생이다. 2번을 찍은 학생은 우울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3번을 선택했다면 콜라 중독증 환자이다. 4번을 택했다면 마늘, 십자가, 성경 기피증 환자일 가능성이 높다. 5번을 찍은 사람들은 정말 문제 많다. 뭐가 사람이고 상품인지 구별이 안되니까.....

 

머리를 굴려 정답없음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두뇌의 소유자이지만 고전 읽기 방면엔 조금 약할지도 모른다. 정답은?  두구두구두구~~~~~~~~~~~~~~~~~  

 

 

여긴 시기쇼아라라는 도시다. 기차는 잠시 서 있다가 그냥 지나가버린다. 하지만 여기가 바로 루마니아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 블라드 쩨빼시 3가 태어난 곳이다. 그런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맞다. 당연하다.

 

그런데 그 양반이 바로 소설 드라큘라의 실제 모델이 된 분이다. 이제는 아시겠다고? 역시 드라큘라 백작이 유명하긴 유명한가보다.

 

여기 이 도시는 독일계 민족인 색슨족에 의해 건설되었지만 뒤에는 헝가리 사람도 와서 살고 루마니아 사람도 와서 살고 하는 바람에 주민 구성성분이 복잡해져 버린 얄궂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스케스푸르츠라고 부르고 헝가리인들은 세그스바르라고 부르며 루마니아 인들은 시기쇼아라라고 한단다. 여기에서 한국인 여학생 두명이 탔다. 브라쇼프에 머물다가 오늘 아침에 여길 보기 위해 왔다는 것이다.

 

호텔팩 여행을 다니는 아가씨들이었는데 터키를 출발하여 불가리아를 거쳐서 여기까지 왔단다. 다음 행선지는 헝가리라니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아가씨들이다. 불가리아 상태를 물었는데 물가가 싸고 아름답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기쇼아라 관광은 그렇게 끝냈다. 여기에서 브라쇼프까지는 약 한시간 반 가량의 거리이므로 이제는 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슬슬 내릴 준비를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시골을 지나가는 것 같다. 시골 경치를 즐기는 가운데 드디어 드디어 브라쇼프 역에 도착했다. 2층 플랫폼에 내려서 역으로 빠져 나오면 대합실은 일층에 있다. 우리가 나오자 삐끼들이 와 달라붙는다.

 

루마니아는 집시 본부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나라다. 그 말은 소매치기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배낭을 모으고 우리를 찍은 많은 삐끼 중에서 한 사람을 상대로 해야 했다.

 

영어가 아주 빠르고 유창한 청년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이 청년은 여행자의 심리를 꿰뜷고 잇어서 일단 론리 플래닛 루마니아 편을 꺼내 보여준다. 자기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보여준 뒤 자기를 소개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다.

 

이름이 누구냐고? 혹시 루마니아를 여행하실 뜻이 있는 분들을 위해 밝혀드린다. 미스터 이반 가브리엘이다. 론리 플래닛에 이름이 오를 정도라면 일단 신빙성이 있다는 이야기지만 다 믿기는 좀 그렇다. 그의 말인즉 이렇다.

 

 

"4인용 방이 있는데 두 명이서 각각 따로 잘수 있을 뿐 아니라 루마니아 민박 체험을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당연히 당신들을 시내까지 태워준다. 택시 요금도 내가 낸다. 어떠냐? "

 

 이 정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아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보통 수가 넘는 고수라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그는 드라큘라 소설의 무대가 된 브란성 관광 투어를 일인당 10유로에 제안해 왔다. 모두 6명이니까 싸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단번에 대답하기 보다는 의논해 보고 대답해 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미스터 가브리엘의 승용차를 타고 기차역에서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시내까지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 길을 떠난 것이었는데......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