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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루마니아, 로메이니어 3

by 깜쌤 2006. 3. 1.

 

이반 가브리엘의 고물딱지 승용차를 타고 찾아간 집은 브라쇼프 시내를 내려다볼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틈파산 바로 밑에 자리잡은 허름한 전통가옥이었다. 회색 혹은 흰색으로 벽을 칠하고 그 위로 우중충한 붉은 색 지붕을 가진 집들이 연이어 자리잡은 골목에 있는 집이었는데 마당엔 잡초가 수북했다.

 

 

텃세를 하려는지 집마당에 웅크리고 있던 개들이 모조리 달려나와 적의 어린 눈빛으로 우릴 노려보며 맹렬히 짖어대는 것으로 환영인사를 해 왔다.

 

하지만 이런 개들일수록 용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풍산개처럼 아무 말없이 째려보고 있다가 갑자기 덤벼들어서 물어버리는 그런 녀석이 무섭다.

 

 

이건 도대체 언제 지은 집인지 구별이 안된다. 이반의 말로는 삼백년은 되었다고 하지만 유리창을 넣은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니지 싶다.

 

모르지.... 몇십년전에 수리를 하고 개조를 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후지고 쳐지는 집으로 우리는 안내된 것이었다. 흰색 자동차 뒤 노란 나무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글쎄.......

 

 

작은 입식 부엌이 나옴과 동시에 노란색 방이 우릴 환영해주는 것이었다.  침대보도 노랗고 벽도 노랗고......  마티스나 고흐의 그림을 보는 듯 했다. 안쪽 방은 파란색 방이어서 다시 한번 더 놀라야했다.

 

 

침대가 각각 두개씩 놓여있으니 4인실이라는 뜻이다. 아하, 이야기가 이렇게 되어 가는구나. 이반은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떠냐? 너희 동양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집이 아니냐? 그러니 묵을래 말래?"라고 물어오는 그런 느낌이 드는 웃음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는 지도를 꺼내더니 이집의 위치를 표시해주고 시내 중요 유적지를 가르쳐주었다. 

 

잠시 우리끼리 의논을 한 결과 이 집에서 묵기로 했다. 하루를 머물면 4명이 50유로를 내어야하고 이틀을 머물면 일인당 10유로라고 한다. 그래서 이틀을 머물기로 했다.

 

우리돈으로 만이천원짜리 여관에 머무는 것이지만 이 나라 물가로 치면 비싼 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건 틀림없는 민박집이다. 민박집이란 말이다.

 

 

우리가 묵겠다는 표시를 하자 이반은 집주인인 할머니를 불렀다. 나타난 할머니는 이런 분이셨다.

 

 

적당히 살이 붙은 후덕한 인상의 할머니이셨는데 영어는 거의 못했고 독일어가 조금 통했다. 어떻게 아느냐고? 나중에 독일어 실력을 총동원하여 이야기를 해봤었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기대하지 마시라. 내 독일어 실력은 아 베 체 데 에 에프 게 정도를 외우는 것이므로 갓난아기 수준이다.

 

하여튼 할머니와 인사를 하고 나서 짐을 푼 뒤 우리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해야했다. 나가는 김에 기차에서 만난 아가씨들이 묵는다는 호텔에 들러 드라큘라 백작이 등장하는 소설의 무대가 되었다는 브란성 투어에 관한 우리들의 의견을 전달해야 했던 것이다.

 

이반의 행적을 살펴보건데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어 그가 안내해주는 투어에는 참가 안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끼리 그냥 다니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이다.

 

 

이반이 준 지도를 들고 시내에 나갔지만 호텔 찾기가 어려웠다. 요리조리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 끝에 아로 팰리스 호텔을 찾아 아가씨들을 만났다. 4성급 고급 호텔이다.

 

우리가 묵는 민박집하고는 하늘과 땅차이 만큼의 수준 차이가 있다. 여기 호텔은 보안 검색이 치밀한 것 같았다. 프론트에 가서 내 소개를 한 뒤 아가씨들 이름과 국적을 말하고 나서 전화 연결을 해주는 식이다.

 

비가 내렸다. 여우비보다는 조금 더 진한 비, 그렇다고 소나기는 아니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아닌 그런 비를 맞으며 서 있는 대우 티코 자동차 한대가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아참, 루마니아 브라쇼프에서는 1유로에 33400정도로 환전을 해 준다. 환전은 시내에 있는 사설 환전소에서 가능했다. 한사람이 근무하는 작은 환전소였는데 강도가 들기 딱 알맞게 생겼다. 하지만 나름대로 보안대책은 세워져 있으리라.

 

 

 

물가 수준이 싸다고 판단한 우리들은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갔다. 나는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다. 콜라와 함께.....  종업원 아가씨가 영어를 어느 정도 잘 알아들어서 문제는 없었다. 내가 지불한 요금이 10만 5천레이였으니 약 3유로가 정도가 될 것이다. 우리 돈 3500원 정도의 식사인 셈이다.

 

 

 

점심을 먹고는 집에 들어와서 쉬기로 했다. 어제 밤 늦게 기차를 탔기에 피곤한데다가 비가 오는 날씨여서 돌아다니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초라하고 사람들 표정은 어두웠다. 비가 오기 때문에 그랬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과일을 사기로 했다. 가난한자의 여행에서 제일 도움이 되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과일이다.

 

 

재래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깨끗하다. 물산도 비교적 풍부했고 상인들도 친절했다. 하지만 아직도 활기는 부족한 것 같다.

 

 

우린 복숭아를 샀다.

 

 

꽃집이 이렇게 자리잡은 것으로 봐서 그들의 정서도 메마르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린 주로 행사용으로 꽃을 팔지만 이 사람들은 생활 속에서 꽃을 즐기는 것 같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