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윽고 마침내 at last, 발라톤 퓌레드 역에 도착했다. 2시가 조금 넘었으니 약 3시간 가량 기차를 탄 셈이다. 완행열차의 즐거움이자 슬픔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도 즐겁다.
이렇게 스프레이로 그리는 그림도 예술의 한 종류라고 하던데 이런 예술을 하시는 분들께는 참으로 죄송한 이야기지만 공공 시설물에는 제발 좀 안했으면 좋겠다. 내가 사진을 찍자 약간 뚱뚱한 차장이 와서 한마디 거들었다.
"No good"
역사 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걷기전에 부다페스트로 돌아가는 표를 구하기로 했다. 대합실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보니 4시경에 돌아가는 기차가 있었다. 일단 표를 먼저 구하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이제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여유밖에는 없다.
돌아갈 차표를 먼저 확보해두는 것이 여행의 기본 요령이다. 특히 배낭여행자는 그렇게 챙겨두어야 한다. 시간이 급하게 역에 도착해서 차표를 사려면 말은 안통하는데다가 마음만 급해지므로 진땀이 다 나는 법이다.
시간이 급하게 생겼다. 발라톤 호수지대를 찬찬히 둘러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제 수박 겉이라도 핥아보고 수박 맛을 평가할 처지가 되었다. 그래놓고는 수박 이야기를 하려니 낯이 간지럽다. 이때는 철면피가 부럽다.
역을 나와서 앞으로 쭈욱 뻗은 내리막 길을 걸어갔다. 으흠, 구멍가게가 하나 있구나. 아이스크림을 파는가보다. 이따 하나 사먹어 줄테다.
도로 가로 자리잡은 집들이 단정하다. 아마 모두 민박집으로 쓰는 모양이다. 여기서 짐을 풀고 호수가를 자전거로 다녀 본 뒤 페리보트를 타고 군데군데 자리잡은 여러 마을들을 방문해봐야 하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그러길래 일정을 빡빡하게 잡으면 안된다. 특히 배낭여행은 더욱 더 그렇다. 느슨하게 여유있게 일정을 잡는 것이 기본이다. 더구나 우리는 쉰이 넘은 쉰세대 아닌가? 체력도 부치지 힘도 모자라지 품위도 지켜야지...... 어휴, 여행하기도 힘이 든다.
독일어 식으로 읽어보면 괘스테하우스가 되니 틀림없는 민박집이다. 단어에 움라우트가 들어가므로 독일어 아니면 터키어겠지만 터키인들이 여기까지 원정 여행을 올리는 없으므로 독일어로 짐작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영어와 발음이 비슷하게 연상되는 말이 있으니 이건 독일어라는 확신이 선다. 그렇다면 여긴 독일인들이 즐겨찾는 여행지일테고 물가는 조금 셀 것이다는 식으로 유추가 가능해진다.
그렇지. 짐머 프라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빈방 있음 아니던가? 이야, 여긴 방도 많구나. 아깝다 아까워. 하루 정도는 묵어야되는데...... 그리고 왜 여기 사람들이 무궁화꽃을 많이 심는지도 알아봐야 하는데..... 아깝다.
무궁화는 로즈 오브 샤론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샤론의 장미" 아닌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모르는 사람은 당연히 다 모르게 되어 있다. 헝가리인들의 조상이 마자르인이라고 하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고 그들은 중앙아시아 출신의 유목민족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뭔가 짚이는게 있지 않을까? 무궁화 한송이로 별 상상을 다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거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나중 다른 자리를 빌어서 하자. 지금은 발라톤 호수를 보는게 급선무다.
잠깐, 그러고 보니 이집 정원에도 무궁화가 있다. 그것도 보라색 꽃으로 말이다. 으흠.... 이게 무슨 조화런가?
이 동네 차들은 신형이 많다. 잘 산다는 뜻이다. 물론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들이겠지만 소득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집들 하나 하나마다 모두 다 잘 가꾸었다. 이런 것을 보면 단순히 일인 소득만으로 생활수준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이집은 고급스런 미니 호텔 같다. 주인의 양해를 얻어 찍은 사진이다.
아무리 봐도 부자 동네다. 나는 이런 민박집을 하나 가지는 것이 꿈이다. 은퇴하면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 두었다. 미리부터 준비를 해나가야할 것 같아서 말이다. 말이 앞서면 실수하기 십상인데.....
이번엔 흰색 무궁화 아닌가? 헝가리인들이 무궁화에 대해 집착한다는 증거가 아닐까? 젊었을 때 비교 문화학, 비교 민속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언어 등 여러가지 방면에 공부를 해 두었더라면 좀 좋았을까?
이런 것을 연구해보고 비교해보고 논문을 쓰고...... 그게 내 체질인데..... 아서라.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낯이 붉어온다. 다 지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집도 민박집이다. 으흠..... 여기에도 무궁화! 에라 모르겠다 한곡조 뽑아야겠다. 풍악을 울려보자. 춤추고 노래하고 흰옷 입기를 즐기는 배달 백의 민족의 후예답게 한가락 푼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꼬오~~~ㅊ~~
무궁화 무궁화 마아자르 꽃 발라톤 호수에 우리나라 꼬오~~~ㅊ~~"
색감도 좋다. 크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눈에는 뜨이도록 했다.
저 꼭대기 다락방에 하루쯤 머무르면 좋겠다. 다락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잠자는 소녀 미녀가 침대에서 부시시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이집도 민박집 아닌가? 그러고 보니 완전히 민박 동네다. 우리나라 강원도 ㅍㅊ 같다.
드디어 호수 가로 달리는 큰 길까지 내려왔다. 이젠 호텔이 나오는구나. 내 체질에는 호텔보다 민박집이 낫다.
우리가 걸어 내려온 거리다. 민박집 동네 말이다.
이젠 호수를 찾아간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것으로 보아 이 부근에 선착장이 있을 것이다.
제대로 찾았다. 시장도 나온다. 얼씨구 지화자~~ 구경거리가 생겼네그려.
이 낯익은 기호 식품들이 다 뭐란 말인가? 군침 돌게 만드는구나. 마자르인들이 배달민족으로 하여금 입맛을 돋구는구나.....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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