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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헝가리! 헝그리~~ 18

by 깜쌤 2006. 2. 27.

발라톤 호수가로 도로가 지나간다. 그 도로를 따라 시장이 서 있는 것이다. 사실 여행에서 시장을 가보는 재미는 상당한 것이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시장만은 꼭 가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거기에는 사람사는 냄새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분은 초상화를 그려서 먹고 사는 모양이다. 우리보고 미소를 지어준다. 웃는다는 것! 그것을 할줄 모르는 사람들은 배낭을 안매는게 좋다. 좀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남을 보고 미소지을 여유가 있는 자만이 배낭을 맬 자격이 있을 것이다.

 

 

시장을 거쳐 나오니까 드디어 호수가 나타난다. 발라톤 호수는 시시한 호수가 아니다. 헝가리에서 바다 구실을 하는 호수라고 보면 된다. 왜? 어떤 곳에서는 수평선이 보일 정도니까 말이다.

 

부다페스트에서 남서쪽으로 9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이 호수는 헝가리 국민들에게는 바다로 여겨질 정도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진 우리 나라는 그런 의미에서 복받은 나라이다. 평생 바다를 못보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말이다. 해수욕을 즐기기가 어려운 이 나라 사람들은 여름이면 발라톤 호수에 와서 호수욕을 즐긴다고 한다. 여름에는 수온도 28도 정도로 올라간다니까 호수욕을 즐기기엔 따봉일 것이다.

 

 

호수를 둘러싼 언덕에는 여기 저기 성채도 있고 마을도 있다. 사실 물을 끼고 있는 경치가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 아닌가? 호수 바로옆에 자리잡은 마을이 더 아름답지 깊은 골짜기에 포옥 파묻힌 마을이 더 아름다운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는 알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자가용 제트기, 고급 요트, 웅대한 저택 정도는 갖추어야 서양사회에서 부자로 인정받는 모양이다. 여긴 요트들이 깔렸다. 대여용이겠지만 요트 정도는 즐길줄 알아야 조금은 고급 인간답게 산다는 소리를 듣는가보다.

 

물론 나는 요트 근처에도 못가본 사람이니 고급 인간이 되긴 그른 것 같다. 그럼 우리는 결국 따라지 인생인가보다. 이야기가 너무 비약했다. 요트 근처에 못가보았다고 졸지에 따라지 인생이 되었으니 비약과 도약이 심해도 너무 심했다.

 

  

뭐 말이 그렇다는 것이니 너무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하여튼 발라톤 호수엔 요트가 많았다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호수가로는 레스토랑이 자리잡았다. 한시간 반의 여유밖에는 없는 우리들인지라 부지런히 싸돌아다녀야 할 처지지만 발뒤꿈치가 당겨오는 나로서는 속도를 낼 처지가 못된다. 장애인의 비애를 슬금슬금 맛보는 처지에 이르기 시작한다.

 

 

붉은 지붕과 노란 벽, 검은 나무기둥과 청록색의 차양...... 이 정도의 색감각이면 제법 준수하다. 거기다가 하얀 펜스...... 헝가리사람들도 그리 만만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이렇게 들끓는데도 시끄럽지가 않다. 나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복작거리고 북덕거리는 분위기..... 남을 배려하고 같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그런 분위기가 좋다.

 

 

내가 아무래도 물욕이 있는 것 같다. 요트가 다시 눈에 들어오는 이유가 뭘까?

 

 

저쪽 구석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여들어 있다. 궁금해진 나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파인 김동환 선생의 시에 이런 귀절이 있지 않은가?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불어서오나"

 

"산너머 저 산 너머 행복이 있다길래" 행복을 찾아 떠났다는 카알 붓세의 싯귀처럼 무엇이 존재하는가 싶어 궁금해진 나는 찌루찌루와 미찌루가 파랑새를 찾아 길을 떠난 것 처럼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써놓고 봐도 내가 조금 또라이 기질이 있는 것 같아 우스워진다.

여기서 저길 가는데 무슨 거창한 시가 다 등장하는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여튼 이런 버릇은 못말린다.

 

그러니 우리집 아내도 이런 나를 아예 포기하면서 살아간단다. 저 깜쌤이라는 양반은 여름만 되면 방랑벽이 도지는데다가 약간 이상한 기질이 있다는 것을 알므로 아예 안말리고 산다고 남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다.

 

 

맞은 편 숲이 수평선처럼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호수가 정말 크긴 큰가보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곳에 가보니 백조떼가 노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사람을 졸졸 따라 다니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길들여진 존재가 된 것 같다. 

 

 

호수 선착장엔 배를 타고 떠나는 사람, 도착하는 사람, 한바퀴 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우린 그냥 헤매는 사람들이었지.

 

 

 

백조!

겉으로는 네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여도

우아하고 고귀한 자태를 뽐내며

으스대며 사는 것 같아도

너도 생존해 나가기 위해 

네 몸의 유기체 조직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

물 속의 네 발은 쉴틈없이 노젓기 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을 나는 안단다.

너도 먹고 살기 힘들지?

인생이나 조생(鳥生)이나 힘들긴 마찬가지란다.

 

 

우리 인생들은 살기 위해 돈이라는 요물을 만들고

그걸 벌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

너희들은 그 사실을 모르지?

그냥 공짜로 먹이를 던져주는 것으로 보이지?

 

 

호수가의 여름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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