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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by 깜쌤 2006. 2. 18.

졸업식을 어제 17일에 가졌습니다. 담임을 하고 나서 직접 가르친 뒤 졸업시켜 보낸 횟수만 해도 이미 21번이나 되니 참 오래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거의 졸업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선생의 가장 큰 재산은 가르쳐서 졸업시켜 보낸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이 꽃을 만들어서 달아주러 왔더군요. 제가 졸업하던 그날이 생각났습니다.

 

 

강당이 좁아서 운동장에서 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차가웠기에 옷을 두툼하게 입으라고 권했습니다. 모두 앉아서 대기합니다. 앞에는 졸업생들이, 뒤에는 재학생들이 앉아 있습니다. 얘들은 얼마나 말을 잘 듣는지 제가 올라가서 손가락 신호만 하면 그저 입다물고 조용해집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제가 폭력을 휘두르고 상소리를 해서 아이들을 휘어 잡는 것으로 알지만 결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처음 만나는 재학생들도 단 5분만 시간을 주면 조용하게 만들어줍니다. 자랑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가르친 아이들입니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습니다.

 

 

이쪽도 저희반 아이들이죠. 얼굴 표정을 보면 춥다는 표정이 그득합니다.

 

 

정각 10시, 졸업식을 시작합니다.

 

 

나는 정한 시각이 되면 시작하는 것을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깁니다.

 

 

 

상을 주고 받는 시간입니다.

 

 

동료선생님들 모습입니다. 모두 다 훌륭하신 분들이죠. 인품이나 실력면에서는 제가 제일 처지는 편입니다.

 

 

재학생들도 조용합니다. 좋은 강당이나 극장에서 엄숙하게 식을 하면 좋지만 형편이 이러니 아이들 보기에도 미안합니다.

 

 

 

이제 선후배 사이에 보내는 글과 남기는 글을 주고 받는 시간입니다.

 

 

졸업식 노래를 불러야죠.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저도 그 노래를 부르고 졸업했습니다. 가르쳐주신 은사님들 상당수는 이 세상분들이 아니지만 한분 한분 생각은 다 납니다.

 

수십년 전에 부른 노래를 지금도 부른다는게 감동적입니다. 

 

 

"우리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3절은 다같이 불렀습니다. 가슴이 짠해 오는 순간이죠.

 

 

이젠 마지막으로 교가를 부릅니다. 초, 중학교 교가는 아직도 부를 수 있는데 고등학교 교가는 왜 생각이 안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교실에 들어왔습니다. 졸업증서, 기념앨범, 여러가지 상장...... 모두 어제 다 확인을 해두었으므로 한명씩 졸업장(=졸업증서)만 나누어 줍니다.

 

 

마지막 기념 촬영 시간입니다.

 

 

교실 물건도 말끔하게 정리를 다 했으므로 남긴게 없습니다.

 

 

이 사진들을 아이들이 퍼 갈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편입니다. 헤어지는 슬픔..... 그런 말은 요즘 아이들에겐 통하지 않습니다.

 

 

이젠 마지막 노래를 부릅니다. 매일 오후 집에 갈때 부르던 노래를 기념으로 부르는 거죠. 마지막 인사를 하고 한명씩 앞문으로 나가면서 악수를 하고 보냈습니다.

 

 

그런 뒤 사진을 찍고 싶은 아이들은 또 들어와서 교실에서의 또 다른 추억거리를 만듭니다. 사진촬영이라는 추억거리 말입니다.

 

 

학부모님들도 거의 다 오셔서 인사를 합니다. 저 같이 모자라는 선생에게도 수고했다는 인사를 남겨주시니 너무 고맙지요. 점잖고 교양있는 분들이어서 얼마나 제가 마음편하게 가르쳤는지 모릅니다.

 

 

그저 한장면이라도 더 남기려고 합니다.

 

 

모두들 행복한 인생이 되기를 바랍니다. 얘들에게 욕은 얻어먹지 않아야 하는데...... 약 30여년전에 가르쳐 보냈던 아이들이 이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오늘 식사라도 한번 하자고 합니다. 그래서 이젠 나가야지요.

 

제자들이 만나자고 하는 장소를 두시간 전에  미리 살펴보고 왔습니다. 30년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갑니다.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얘들은 3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제가 그때까지 살아나 있을른지 모르겠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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