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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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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자네들도 마흔이지? 2

by 깜쌤 2006. 1. 11.

자네들도 알다시피 나는 여기서 교직생활의 첫발을 내디녔네.  난 그때 참 어리버리했었지. 원래 생긴 것도 그런데다가 속은 좁고 용렬했고(이런 표현을 이해하는지 모르겠네) 어리석은 사람이어서 자네들을 진정한 사랑으로 잘 감싸주지 못했었다네.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함과 모자람 뿐이었구먼...... 이제 이 나이 되어서 생각하니 너무 부족했었다는 생각뿐이네.

 

 

자네들은 모를테지만 나는 선생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네. 어떻게 하면 빨리 사표내고 교직에서 나갈까 하는 그런 생각으로만 살았었다네. 내 꿈은 공부를 더해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것이었지만 그것은 꿈으로만 끝나고 말았다네.

 

그때 영어공부나마 조금 해둔 덕에 지금은 어설프나마 배낭매고 세상을 헤매고 다니게 되었지.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그래서 생긴 것 같네.....

 

 

자네들의 모교는 이렇게 흔적으로만 존재한다네. 나도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며 살지. 경북 북부 어느 산골짜기, 여기보다 더 못한 학교지만 말일세.........

 

 

그늘이 좋았던 플라타너스 나무는 허리 이상을 잘려나간채로 간신히 버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네.

 

 

지금은 자네들의 모교를 어떤 대학교에서 문화원 정도로 쓰는 것 같더군...

 

 

자네들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아름다운 어린 시절을 보낸 것 처럼 나는 거기서 소중한 내 청춘을 보냈다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교육대학 가서 너무 농땡이를 많이 쳤다네. 내가 원하는 공부를 못했다는 이유로 정말 교직 과목엔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살았었지. 지금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후회스럽지 뭐....... 자네들에겐 더욱 더 미안하고.....

 

그런데 아동발달 이론과 아동 심리학 강의만은 열심히 들었었네. 왜냐고? 담당교수님이 워낙 별스런 분이어서 빠져나갈 길이 없었거든.... 어허허허허!!! 

 

 

이 포도원이 기억나는가? 이젠 포도 나무는 간 곳이 없고 낯선 정원수들이 뿌리를 박고 자기 터인양 살고 있더구먼....

 

 

그래, 참 많은 세월이 흐른거지.

 

 

자네들이 뛰놀던 뒷뜰도 이런 모습으로 남아 있다네. 모두들 다 보고 싶다네.

 

 

일주일에 한번씩은 숙직 근무를 했었지. 순길군의 아버지께서 찾아오셨던 그 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네. 지금은 낯선 사람들이 사는 것 같더라. 

 

 

왜 이렇게 자네들이 보고 싶은지 모르겠네. 저번에 동기회를 한다며 초청을 했을때 나는 의도적으로 사양을 했네. 자네들이 모처럼 회포를 푸는 자리에 늙다리가 끼어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쎄. 나보다는 자네들의 만남이 더 소중한 자리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늙으면 적당하게 물러가주고 자리를 피해주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지. 나야 근본이 몰락한 그저 그런 가문 출신이어서 잘 모르지만 내 주위의 명문대가들 자손은 그렇게 처신하더구먼. 그래서 배우고 깨달은 것이지.

 

 

내가 젊었을 때 우리 선배님들과 동네 어르신들은 그렇게 처신을 하더구먼. 그냥 한번 얼굴을 내밀고는 슬며시 사라져 주는 미덕의 아름다움을 이제야 깨달은거지.

 

 

여기 이 운동장에서 보낸 아름다운 시절이 그리운가? 이젠 그 모든 아름다운 추억들은 자네들 아들 딸 몫일세. 그게 인생길이라네.

 

 

그때도 경주 시가지가 저만큼 물러나 있었지.

 

 

저수지엔 사라진 왕조 천년의 역사가 갈대 숲속에서  하늘거렸고......

 

 

제일 왼쪽 마지막 교실에선 낯선 아줌마들이 내다 보더구먼. 내가 손을 흔들었더니 그분들도 손을 흔들어 주시더구먼......

 

 

못안 동네 낚시터엔 얼음이 두텁게 얼어있었네. 상욱군에게 낚시를 배운 곳이지.

 

 

상숙이, 오경이.... 유 행이..... 또 누가 있나? 남순옥이도 있었지? 자기 이름이 빠졌다고 삐지지 말기 바라네. 너무 오래전 이야기여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네.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자네들도 살아가느라고 정신이 없지?  이제는 같이 늙어가네 그려.

 

 

천마총 앞을 지나는데 어떤 양반이 장난을 쳐두었네. 교차로를 고자로로 개명시켜 두었구먼. 덕분에 한번 웃고 지나가네. 어허허허허허허허허~~

모두들 행복하시게.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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