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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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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연탄 때시우?

by 깜쌤 2006. 1. 24.

거실이나 사무실에 나무 장작을 때는 구닥다리 난로나마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기난로나 가스난로를 켜두어도 좋지만 나는 이런 장작 난로가 좋습니다. 우리집 방 가운데 하나는 연탄 부엌입니다.   

 

남들이 모두 기름 보일러로 교체할때도 내가 고집을 부려 방 한칸만은 연탄보일러로 남겨두었습니다. 이제는 기름값이 비싸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가 봅니다. 시골에서는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는 분들이 많이 는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짐작합니다.

 

연탄 한장에 약 300원이니 하루 두장을 때면 600원이 됩니다. 그러면 한달에 2만원만 하면 잘잘 끓는 방에 몸을 지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동안 한 3년 잘 나가던 연탄 보일러에 이상이 생겼는지 걸핏하면 물통의 물이 야금야금 사라지는 것입니다.  

 

 

아침에도 물을 부어보고 저녁에도 물을 부어보고 했지만 보릿자루에 뭐 새듯이 솔솔 빠져나가기만 하니 어디엔가는 물이 새는 모양입니다. 할수 없이 앞동네 사시는 동네 기술자분을 수배해서 모셔두고는 한번 손을 보았지만 혐의가 가는 부분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의심스러운데 용의점을 찾지 못했으니 탐문 수사는 그만두고 과학수사를 벌일 시점이 된 것입니다. 누수 탐지기 회사에 연락해서 사람을 부르면 1회에 15만원 정도를 주어야 한다니 기가 찹니다.

 

 

그래서 할수없이 아는 사람 많고 발이 넓은 금강초롱님께 SOS 긴급무전연락을 드렸습니다. 설비 하시는 분 가운데 성실하신 분 없냐고 말이죠. 사실 일을 해보면 알지만 이런 소소한 잔고장에는 기술이 좋은 사람보다는 성실한 사람이 훨씬 더 필요한 법입니다.

 

 

그래서 알음알음으로 알게되어 모셔온 분이 바로 이분이십니다. 경주시내에서 설비를 하는 청우설비신사장님이시죠. 우선 인상이 좋고 순수합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착하고 성실하다고 소문이 나셨으니 맡겨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어른이 또 되게 바쁘신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많이 해오는 모양입니다. 아파트에 계시는 분들은 잘 모르실 테지만 단독주택에 살려면 여기저기 손을 자주 봐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손보는 재주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닐 장판을 걷어내고 의심나는 부분을 확인해 봅니다. 일단 방에서 부엌으로 나가는 부분에는 구멍을 뚫어 놓습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을 다 뜯어내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 폐기물이 엄청 쏟아져 나옵니다. 날이 추운 겨울이니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합니다. 현재 바닥위에다가 새로 놓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때 미장일을 할 경우 방바닥 높이와 문지방 높이간에 조절만 잘하면 되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부분은 작은 쇠톱으로 끊어 냅니다. 하여튼 연장이 반 일을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닥에 엑셀 파이프를 깝니다. 굽이쳐 나가는 부분은 시멘트 못으로 고정하고 철사로 묶습니다. 묶는 요령은 따로 다 있더군요.

 

 

파이프가 밀리지 않도록 이런 방법으로 고정을 시켜 나갑니다.

 

 

이렇게 묶어두면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 다 공개했다가 설비하시는 분들께 욕얻어 먹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전문가의 시대이므로 이렇게 다 공개를 해두어도 흉내내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압니다.

 

   

시골에서 조용히 사는것이 꿈이므로 나중을 위해 자료를 확보해 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뭘 알아야 뭐라도 하지요.....

 

이번에는 시멘트 일 준비를 하십니다.

 

파이프 중간중간의 빈 공간에는 시멘트와 모래를 섞은 것을 채웁니다. 미장하는 시멘트처럼 질게 섞는 것이 아니더군요.

 

 

군데 군데 이렇게 부어 놓습니다.

 

마지막 보일러 선이 밖으로 나가는 길은 미리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적당하게 채운뒤에....

 

 

흙손으로 고르기를 합니다. 이 연장 이름이 흙손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몇년동안 우리 집 방을 데워주었던 녀석입니다. 이제 수명을 다하고 은퇴했지만 종말은 이런 식으로 비참합니다.

 

 

다시 또 시멘트를 섞어서.....

 

 

이제 미장일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내공이 필요합니다. 두께를 잘 측정하고 바닥을 맨드름하게 고르는 것은 무엇보다 큰 기술이죠.

 

 

 

두분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큰 소리 내시는 법도 없고 이야기도 사브작사브작 나즈막하게 하시면서 사이좋게 의논을 하십디다. 이런 분들은 처음 봅니다.

 

 

이젠 며칠간 양생을 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날이 추우면 시멘트가 얼어버리니 추운 날엔 작업하는 것이 곤란한 모양입니다.

 

 

혹시 설비 일을 맡기시려면 이 번호로 전화를 해보십시오. 기억해두어서 손해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청소를 깔끔하게 합니다. 시멘트가 마르고 나면 자국이 허옇게 남으므로 도시 미관에 좋지 않다는 것이죠. 이렇게 하여 1차 작업은 끝이 났습니다. 이제 2차 작업을 위해 오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