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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세뱃돈 받던 날이 그립습니다!!

by 깜쌤 2006. 1. 30.

 

세뱃돈을 못받아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한지가 30년이 다 되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에 다니고나서부터는 그냥 주기만 했지 받아 볼 상황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잘 살고 못살고를 떠나 옛날 옛날 한옛날 그때 명절엔 시골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설날 같은 명절이 되면 도회지로 나갔던 사람들이 설빔을 해입고 한껏 멋을 내며 고향을 찾아 왔습니다. 한쪽 손엔 백화수복 같은 청주를 들고 말이지요.....   

 

 

 

된장 간장 담그기기도 연중 행사에 들어갔습니다. 설날에 그런 일하는 사람은 물론 드물었지요....

 

 

 

이제 이런 모습은 기록영화 속에서나 존재하지 싶습니다. 흰옷 입은 아낙네가 머릿수건을 쓰고 음식을 장만하고 메주를 만들던 그런 날은 내 기억속에만 존재합니다. 설날 분위기도 이젠 기억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시골 계시는 부모님께 장독대에 남아있는 옹기들을 버리지 마시라고 당부를 드리고 왔습니다. 연세가 높으신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시는 그날까지도 시골을 벗어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장독대에 박힌 옹기 하나하나의 가격도 다 외우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런 옹기 한개 한개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때문이기도 하고 흘러가버린 시절에 대한 향수때문이기도 하며 추억만들기 차원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땐 육남매가 자랐습니다. 피붙이이긴 해도 어렸을 땐 생존경쟁적인 면에서 보면 과자 부스러기 떡 나부랭이 한개라도 더 집어먹기 위한 경쟁자이기도 했고 삶의 동반자이기도 했습니다.

 

 

 

소를 타본 기억은 없지만 논밭일은 제법 했습니다. 그땐 소가 큰 재산이었습니다. 그러길래 대학을 상아탑이라고 하지 않고 우골탑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중고등학교나 대학 등록금을 대기 위해선 가장 큰 재산인 소를 팔았던 집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이젠 제 머리 위에도 제법 진한 서리가 내려 앉았습니다. 인생은 흐르는 물 위에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쓰는 일 같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한분씩 사라져 가시는 것을 보면 내차례는 언제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도 동네 할머니 한분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평생 동안 고생만 진탕 하셨던 분들입니다. 광복과 전쟁을 겪고 혁명과 경제발전을 경험하신 파란많은 세상을 사신 분들인 셈입니다. 이젠 한분 한분 다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동기들의 모습도 떠오릅니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기가 어렵듯이 그들도 날 기억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들도 이번 설에 모두 고향을 다녀 갔을 것입니다. 단발머리 여학생들은 고향 찾기가 더 어렵겠지요......

 

 

 

고향엔 이제 사람들이 없습니다. 세배 드릴 어른들도 안계시니 세뱃돈 받을 기회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는 중입니다. 

 

 

 

청운의 꿈을 키웠던 소중한 공간들은 점점 사그라들어서 퇴락하고 있습니다. 거기 살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이젠 기차안에서 서로 마주 앉아 갈지라도 얼굴을 모르니 반가워 할 도리조차 없게 되었습니다. 

 

 

어무이요! 아부지요!! 오래 사시소! 어무이 아부지도 어무이 아부지의 어무이 아부지가 그립지요? 세뱃돈 받고 싶으시지요?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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