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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향수(鄕愁) - 1

by 깜쌤 2006. 1. 14.

정신없이 아침을 먹고는 15분을 걸어서 경주역에 갔습니다. 아침 8시 24분에 영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탑니다. 경주 시가지를 벗어난 열차는 무열왕릉 앞을 지납니다.

 

 

역마다 다 서는 기차여서 정감이 묻어납니다. 나는 기차 타는 것이 좋습니다. 배낭여행을 가도 어지간하면 기차를 타고 다니려고 노력합니다. 중국에서는 서른 몇시간씩 가차를 타보기도 했습니다.

 

 

차창에 어리는 풍경이 너무 좋아서 기차타기를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닐때 아버지를 따라 무작정 기차타고 한없이 가본적도 있었습니다. 중학교부터는 기차 통학을 했으니 기차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건천역까지 오는데는 순식간입니다.

 

 

건너편에 오봉산이 보이고 선덕여왕의 전설이 스민 여근곡도 저 멀리 나타나 보입니다.

 

 

김유신 장군의 전설이 어린 단석산도 보이는군요.

 

 

花山역입니다. 역이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기차 색깔과 표지판이 어울린다 싶어서 찍어 본 사진입니다.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된 뒤 달라진 변화가 조금씩 보이는 듯 합니다.

 

 

여긴 신령스런 곳일까요?

 

 

花本역입니다. 여기도 꽃 화(花)가 들어갑니다.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자욱한 안개를 보니 중국 사천성 도강언시를 둘러싼 청성산이 생각납니다. 두번씩이나 가 봐도 그때마다 안개속에 묻혀 있었거든요......

 

 

드디어 고향 역에 내렸습니다. 손님이라고는 나를 포함해서 모두 네명이 내렸습니다. 이 정도만 해도 많이 내린 것이죠.

 

 

안개에 젖은 역 건물과 뒷산이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해냅니다.

 

 

무궁화호 기차 수준이라면 유럽의 기차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내가 타고 온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떠나갑니다. 무슨 대중가요 한 소절 같습니다.

 

 

이별 장면 중에서 기차 이별이 제일 슬프다고 합니다. 애인을 입영열차로 보내는 아가씨들은 그런 장면을 못 잊는다고 그러던데..... 그리스를 헤맬때 입영열차를 탔었습니다. 한밤중에 멈춰서는 시골 역마다 아가씨들이 울고, 어머니가 울고..... 애절한 장면이 많더군요.

 

 

기차가 지나가고 난 뒤엔 고요가 남았습니다.

 

 

고요함 만이 안개 속에 묻어 떠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시골역 대합실엔 정적만이 남아 있습니다.

 

 

고향엔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십니다. 빨리 뵙고 싶습니다.

 

 

나는 초등학교를 다른 곳에서 다녔으므로 여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있다고 해도 세월이 많이 흘러버렸으므로 얼굴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정지용 님의 "향수"가 떠올랐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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