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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고마우이~~

by 깜쌤 2006. 1. 20.

 

 

친구가 왔습니다. 내외가 같이 오셨으니 더욱 더 반갑습니다. 하지만 워낙 내외가 수수하고 부담이 없는 분들이어서 대접하기가 편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감포를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 한잔을 하기로 했습니다.

 

논어 첫머리에 나온다고 그럽디다.

"먼 곳에서 친구가 스스로 찾아오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운 문장들이죠. 다 얻어들은 풍월들이지 실제로 제가 논어를 열심히 읽어 본 것은 아닙니다. 저는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제가 경주 시내 지리에 워낙 어두우니 어디로 모셔야 할지를 모릅니다. 그래서 보문 호반의 찻집으로 갔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곳입니다. 

 

지난 여름 이탈리아를 갔을 때 이 연극의 무대가 되는 도시를 그냥 스쳐 지난 것이 아직도 후회됩니다. 맨날 사는게 이런 식이니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호수가에는 사람 발걸음이 없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뿌려댑니다. 가라는 가랑비도 아니고 있으라는 이슬비도 아니고 오락가락하다가 햇살드는 여우비도 아니니 더욱 더 스산합니다.

 

 

찻집은 언제 봐도 정갈합니다.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은 따로 있습니다. 블로그로 치자면 달콤한 쿠키네(http://blog.daum.net/cookie0720) 댁 같은 곳입니다. 정갈함과 단정함, 그리고 포근함이 감도는 그런 카페를 좋아합니다.

 

 

박사 학위를 가진 이 친구는 학위를 따고서도 아무에게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여든이 넘으신 노모에게도 안 알릴 정도로 수더분하고 꾸밈이 없습니다.

 

옷차림도 그냥 그렇게 해서 다니지만 속은 꽉찬 분입니다. 술만 퍼마시고 다니던 어리버리한 제가 신세를 참 많이도 졌습니다.

 

 

같이 배낭을 매고 그리스와 터키를 다녀보기도 했습니다. 영어 독해 실력이 출중한 양반이어서 제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도움을 많이 주었는지 모릅니다.

 

 

좋은 친구를 둔다는 것은 인생의 행복 가운데 하나라고 확신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술 때문에 걸어다니는 시간보다 굴러 다닌 적이 더 많았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나는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위치 하나는 기막히게 잘 잡은 카페입니다. 대형 유리창을 통해 내다보는 보문호의 경치가 그저 그만입니다.

 

 

입구 한쪽의 잔디밭에는 까치 한마리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보통 아내가 활달하면 남편이 기가 곱다든지 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이 친구 내외는 어떻게 그렇게도 부드러운 사람들끼리 잘 만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보문호 일부분은 아직도 얼음에 덮혀 있습니다.  한 열흘동안 아주 따뜻한 날씨였지만 해동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친구간에도 서로 이익을 계산해야하는 세태가 좀 그렇고 그렇습니다. 거시기 하다는 말이죠.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나도 그런 속물적인 인간 속에 당연히 들어 갑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쩌면 제가 계산을 더 많이 하는지도 모릅니다.

 

분재원에 들렀다가 친구 내외는 또 무덤덤하게 씨익 웃으며 떠나 갔습니다. 다음에 또 언제 만날지......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친구가 갔습니다. 먼 곳에서 친구가 스스로 찾아오니 즐거웠지만 이젠 허전함이 더 큽니다. 회자정리라더니 인생이 항상 그런 일의 반복이지 싶습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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