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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향수(鄕愁) - 2

by 깜쌤 2006. 1. 15.

 

강변에서 안개가 피어오릅니다. 낮에 보는 안개여서 그런지 더욱 더 감회가 새롭습니다. 

 

 

예전엔 이 들판에 모두 양파가 아니면 마늘을, 그도 저도 아니면 보리라도 심었지만 이젠 휑하니 그냥 남아 있습니다.

 

 

나무 가지엔 새들이 소복이 앉았습니다. 예전엔 참새나 굴뚝새들이 많았습니다. 이젠 새들 이름도 기억이 안납니다.

 

 

날이 점점 개입니다. 안개가 조금만 더 짙었으면 훌륭한 산수화를 포착할 수 있었을텐데.....  날이 맑으면 저 산너머 팔공산 모습이 뚜렸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금성산이 보입니다. 저산도 한때는 화산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한 시오리만 더가면 공룡골짜기가 나옵니다.

 

 

게이트볼 구장엔 어른들의 발걸음이 끊어졌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가 봅니다.

 

 

뒷산에 올라봅니다. 멀리 보이는 강물이 모두 얼어붙었는가 봅니다. 교회의 뾰족탑이 하늘을 찌릅니다.

 

 

구름이 낮게 깔려 내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습니다.

 

 

 

겨울 날이지만 비가 와서 촉촉합니다. 이른 초봄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고향이라고 가도 친구들이 없으니 나그네가 된 기분입니다.

 

  

경치는 정겹지만 앙상한 가지에 걸쳐놓은 까치집에 새들의 흔적이 없었습니다.

 

 

저기 저 강둑에는 제 어린 시절이 남아 있을 겁니다.

 

 

황금색 소나무 한그루가 낯선 풍경을 환하게 밝혀주는 듯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인생길도 그리 짧은 것은 아니었지 싶습니다.

 

 

저 인생길 너머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삶은 그렇게 계속되는가 봅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갈 지(之)자 모양의 길이 생각나는 겨울 날입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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