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시인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비둘기 가슴에 모두 금이 갔다'고 하지 않았던가? 비엔나 길거리 비둘기들의 가슴은 어떤 상태로 있는지 궁금하다. 녀석들은 모두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었다.
그냥 태평스럽게 길가에서 먹이를 찾고 있었기에 적어도 먹이 문제 때문에는 가슴에 금갈 일이 없었지 싶다.
일인피디 겸 리포터겸 어나운서 겸 제작자일까? 지나가는 사람과 교섭을 하더니 녹화와 녹음을 시작했다. 우리보고 말을 붙여오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었다. 나중에 이 친구는 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한번 더 부딪혀야 했다.
중심가를 따라 한참을 왔으니 이젠 이 부근에서 유적지를 만나야 하는데 반응이 없었다. 다리도 슬슬 앞파오고 비도 한번씩 흩뿌려주니 기분은 영 말이 아니게 생겼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조금만 더 내려가면 된다고 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유적지구를 만났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 외곽을 흐르는 도나우 강과 시가지를 두르는 환상선이 있는데 보통 그 안쪽 지구를 링크 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어지간한 유적지나 사적지는 거의 모두 링크 안에 자리잡은 구시가지 쪽에 몰려 있으므로 구경하기가 편한 것이다.
구시가지 한가운데 슈테판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고 그 부근에 돌아가면서 시청사, 국회의사당, 자연사박물관, 구 왕궁이 몰려 있으므로 슈테반 성당을 찾기만 하면 구경은 다 한 것이나 진배없다.
이제 우리들은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 부근까지 다 온 것이다. 두 박물관 사이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이 끼여 있어서 찾기가 쉽다.
뮤지엄 쿼터에서 보면 거대한 동상이 하나 보이고 양쪽에 웅장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기가 바로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이다. 이쪽으로는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처럼 걸어오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와도 된다. 사진의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자연사 박물관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그녀는 카를 6세의 장녀로서 나중에 1736년에 프란츠 슈테판과 결혼한 오스트리아 공주 출신이다. 아버지였던 카를 6세가 사망한 뒤 합스부르크가의 모든 영토를 상속하며 오스트리아를 실제로 통치한 독특한 경력의 여자였다.
프랑스와 경쟁하던 유럽 최강국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로 여성이 즉위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낀 다른 나라들을 달래기 위해 남편을 황제로 세우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들과 공동으로 통치하기도 하면서 정치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였던 유능한 여자로 이름이 드높다.
그녀가 낳은 16명의 자녀 가운데 하나인 마리 앙뜨와네뜨는 니중에 프랑스로 시집가서 루이 16세의 왕비가 되었다가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마는 비극을 겪기도 했다.
비도 슬금슬금 오고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했으므로 오늘은 자연사 박물관 한군데만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맞은 편에 있는 미술사 박물관은 내일 보면 되는 것이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굳어버린 동상으로 남아 지금까지 쭈욱 오스트리아의 영욕을 지켜보고 있지만 유럽 역사에 밝지 못한 우리들에게는 가슴 깊숙히 들어와 자리잡지는 못한다. 그녀와 그녀를 보필한 신하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자연사 박물관 앞에는 귀여운 아기 코끼리 한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입장료는 8유로였는데 막상 입장하고 보니 전시물의 종류와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한 수집품들이 방방마다 꽈악 채웠는데 거기에 질려서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실내에서는 전시물에 대한 촬영이 금지되므로 소개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튼 할 수 있는 말은 이렇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다."
경상도 사람가운데 뻥튀기기와 과장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말로 한번 더 표현한다면 이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우와~~ 이기 다 머꼬? 미친나? 머가 이리 만노? 이기 머 이런기 다있노 말이다. 참말로 천지삐까리데이"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어서 그런지 내부 장식에도 고전미가 묻어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박물관과는 다른 독특한 멋이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나오는 길에 입구 부근에 만들어진 수족관 전시실에 들러 보았다. 사실 나의 중요한 관심분야 가운데 하나가 열대어기르기이다. 형편만 된다면 사방을 수초가 가득 심겨진 수조로 채우고 민물열대어를 종류별로 길러보는 것이지만 겨울 난방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으므로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이 녀석은 해마(海馬)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열대어는 열대 민물고기를 말하는것이다. 바다에 사는 열대해수어를 기르기 위해서는 조금 더 복잡한 장치가 들어가므로 돈이 더 들게 되어있다.
열대해수어의 아름다움도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지만 거기까지 도전해 본다는 것은 경제적인 무리가 뒤따르므로 애시당초부터 꿈을 접고 사는 것이다.
상업적인 성격을 띄지 않는 열대해수어 수족관으로는 싱가포르의 창이 공항에서 본 것이 가장 그럴듯했다. 규모나 시설, 관리면에서 제일 낫지 않았을까 싶다.
바깥으로 나오니 구름이 낮게 깔려서 그런지 으시시하게 추웠다. 미술관은 내일 둘러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이용해서 집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갈땐 걸어갔으므로 올땐 타고 오자는 의견이 많았기에......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이 미술사박물관이다. 가운데 동상이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고....
비가 내렸다. 추웠다. 한여름 저녁이었는데 말이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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