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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동화 속의 동네, 잘츠캄머구트 - 10

by 깜쌤 2006. 1. 27.

 

잘츠부르크의 마지막 밤을 보기 위해 다시 구시가지로 나갔다. 오늘은 오페라 감상을 위해서이다. 대성당이 있는 광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 비치는 화면을 보는 것이지만 그들의 문화를 알아본다는 의미를 부여해가며 밤 외출길에 나선 것이다. 오늘 이 글속에 넣어 둔 사진은 모두 김영화님께서 찍으신 것임을 밝혀둔다.

 

밤에 보는 호헨잘츠부르크성도 아름답다. 오히려 야경이 더욱 더 아름다운 것 같다. 광장에 찾아가니 이미 만원이 다 되었다. 우리는 제일 뒷자리에 간신히 앉을 수 있었다. 9시가 되자 진행자가 올라와서 아주 간단히 오늘의 오페라에 대한 안내를 하고나서 곧 시작되는 것이었다.

 

 

모두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자동차 통행을 완전하게 제한해 두어서 그런지 자동차 경적이나 소음이 없어서 그런데로 볼 만했다.

 

 

 

오늘 상영하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코지판투테(Cosi fan tutte)"이다. 조수미씨가 이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를 부른 것을 몇 곡 들은 것 외에는 기초상식이 깜깜하므로 할 수 없이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잠깐, 오늘이 1월 27일이니까 모차르트의 생일이다. 일단 그 분에게 경의를 표해두자.

 

모선생! 생일 축하합니다.  정말 당신은 250년전의 대단한 팝스타였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보다 나은 위대한 모스트 그레이티스트 짱 울트라 초 수퍼 스타이셨습니다.

 

 

이 정도 해두면 그 어른도 섭섭해하시지는 않을 것 같다. 모차르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은 왼쪽 카테고리 "영화로 공부하기"의 "아마데우스"편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코지 판 투테는 '여자란 모두 이런 것'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대본은 이탈리아어로 쓰여졌고 로렌쪼 다 폰테 라는 분이 꾸민 것이라고 한다.

 


때는 18세기,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는 나폴리란다. 연주시간은 2시간 37분 정도로 길다는데 그 날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보았다. 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등장인물을 잠시 소개해 보자.

사관 페르란도, 사관 굴리엘모, 굴리엘모의 친구인 철학자 돈 알폰조, 굴리엘모의 애인인 피오르딜리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피오르딜리지의 여동생 도라벨라는 페르란도의 애인으로 등장한다. 그외 시녀 데스피나와 병사들, 시민, 가수, 악사, 하인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다 폰테에 의해 1789년에 발표된 희가극이라고 하는데 여자의 마음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란다.소문에 의하면 당시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의 부탁으로 작곡했다고도 하는데.....

 

 


스크린을 보면 대강 내용은 짐작이 된다. 정확하게 이해를 못해서 탈이지 그냥 줄거리는 따라 갈 수 있었다.  

 

한참을 보는데 뒤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렸다. 한국인이다. 아마 늦게 다른 데를 구경하다가 오신 분들 같은데 우리 한국인 특유의 큰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내 귀에도 거슬렸으니까 말이다. 보던 관객들이 뒤를 보며 힐끗거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눈총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무신경하게 떠들고 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뒤로 나가서 한마디를 하고 말았다.

 

 

 

"조금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해 주시지요. 많은 분들이 두 분 대화를 듣고 방해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제서야 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한참 뒤에 보니 사라지고 없었다. 11시가 되어도 끝날 기미가 안보이므로 일어서기로 했다. 그래야 내일 아침에는 비엔나로 출발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가 그 자리를 떠나서 잘차흐 강 다리를 건너 시가지로 들어서자 검은 예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한국인도 몇몇이 보이길래 물어보았더니 모차르테움에서 방금 연주회 하나가 끝났다고 한다.

 

그러니 길거리에 예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그렇게 넘쳐나는 것이다. 아하...... 이런곳도 있구나..... 이렇게 사는 수도 있구나 싶었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 위대한 한 사람의 음악가가 수백년이 지난 뒤에도 이런 식으로 후손들을 먹여 살리는구나. 바람이 조금은 싸늘하게 느껴지는 여름밤의 잘츠부르크였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