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정이 바쁘다. 일단 링크 바깥으로 나가서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의 묘지를 들렀다가 쇤부른 궁전도 가야하고 그리고 다시 링크 안으로 들어와서 어제 못본 구왕궁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일은 비인을 출발하여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가야한다. 그러니 바쁜 것이다. 유스호스텔을 나와 길건너 편에 있는 비인 서부역으로 갔다. 부다페스트까지 가는 국제열차 표를 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묵은 유스호스텔 부근에 삼성 광고판이 자랑스럽게 위용을 자랑한다. 사실 삼성의 위상은 해외에서 절대적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나라안에서는 못잡아 먹어 환장한 듯이 으르렁 거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삼성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니까.......
서부역 매표 창구에 가서 줄을 선다. 서양인들은 줄을 서서는 끈질기게 기다리다가 자기 차례가 오면 아주 세밀하게 확인하고 묻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나도 그렇게 한다. 줄을 서서는 불평하지 않는다. 대신 내 차례가 되면 철저하게 물어본다.
포스트 잇 종이를 꺼내서 몇월 몇일 부다페스트 2등석 4장이라고 써서 주면 역무원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어설픈 영어로 데데거리지 않아도 된다. 이런 요령은 기억해 두는 것이 편하다. 넉장을 쉽게 구했다.
좌석 예약비까지 합해서 46유로였다. 2005년 여름 환율로 봐도 우리돈 5만 몇 천원으로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린 유레일 패스를 구입하지 않고 패스 없이 다녔다. 그래도 충분히 이익이었다.
동부 유럽을 거쳐 터키까지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유레일 패스가 없어도 되는 것이지만 서부 유럽만을 다닐 여행자라면 유레일 패스 구입 건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더 심사숙고하는 것이 옳은 일이지 싶다.
내일 출발하는 기차표도 구했으니 이젠 지하철을 타고 쇤부른 궁전까지 가면 된다. 어제 저녁 시내 지도를 펴두고 몇번이나 연구를 하고 배낭여행 안내서인 론리 플래닛과 다른 책을 보고 확인해 둔 것이므로 편하고 정확한 방법일 것이다.
역 구내 담배가게 겸 잡화점에서 비엔나 일일 패스를 5유로에 샀다. 이 패스 한장이면 시내버스, 트램, 지하철을 24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덕인 것이다. 처음에 지하철을 타고 가서는 나중에 트램으로 갈아탔다. 같이 간 청년 한샘군이 이런 정보를 쉽게 확인해주어 우리 늙다리들이 편했다.
지하철 내부이다. 지금은 하천 위를 지나치는 것 같다.
지하철은 우리 나라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무엇보다도 깨끗하고 편하다. 이탈리아 로마의 지하철은 살인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요리조리 갈아타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한 끝에 쇤부른 궁전 부근의 지하철 역에 도착했다. 지금 여기 이글 속에서 몇번을 타고 어디에서 내리고 하는 식으로 써도 되지만 그럴 경우 일정이 다르면 헛것이 되므로 이런 식으로 여행한다는 정도로 쓰는 게 오히려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부 유럽쪽의 서양인들 사회는 철저히 자율을 강조하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하되 책임도 당신이 지라는 식이다. 그러므로 자주 묻기보다 안내판이나 게시판 같은 것을 철저히 살펴두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
다녀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물을 일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나이든 할머니들에게 묻는 것이 나은 것 같았다. 더구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드디어 쇤부른 궁전에 도착했다. 규모? 거대하다. 구경거리? 무궁무진하다. 입장료? 없다. 대신 건물마다 따로 받는다. 중국인들 같으면 바가지 씌우려는 심보로 어마어마하게 받겠지만 이네들은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받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처럼 가난한 여행자들에게도 욕먹을 일이 없는 것이다. 중국인? 돈이라면 죽고 못사는 사람들이다. 삼국지나 수호지, 서유기 등을 너무 좋아해서 중국에 대해 환상을 지닌 사람들은 (죄송한 이야기지만) 꿈깨기 바란다.
중국인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다. 서부 유럽을 포함한 백인들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어설픈 존재들이 아니다. 이 세상에 녹녹한 존재들은 없다. 이런!!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가르칠려고 덤빈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용서하시기 바란다. 그런 뜻은 결코 없으니까.....
처음엔 매표구를 못 찾아서 당황했다. 그냥 막 들어오도록 해 두었기 때문에 더욱 더 당황스러웠다.
거대한 앞 마당은 너무 크기만 해서 가로질러 걸어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쇤부룬 궁정은 아름다운 분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면에 아름다운 분수가 자릴 잡았다.
궁전의 중심이 되는 본 건물은 황색이다. 이 건물을 사랑한 마리아 테레지아가 이 색깔을 특별히 더 좋아했다는 말이 있다. 문득 한 10여년 전에 가본 베르시이유 궁전이 생각났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와 필적하는 유럽 명문 집안이 오스트리아 제국의 왕가인 합스부르크 집안이다. 두 집안의 왕궁 격인 쇤부른 궁전과 베르사이유 궁전은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 모양이다.
정문 쪽을 본 모습이다. 관광객들이 떼거리로 몰려들고 있었다. 궁전 내부를 보려면 요금이 비쌌다. 돈이 아까워진 나는 쇤부른 궁전 뒤 언덕 위에 자리잡은 글로리테에 가보기를 원했다. 덕분에 1441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쇤부룬 궁전 속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들어가서 머리아 테레지아와 마리 앙뜨와네뜨의 체취라도 느껴 보았어야 하는 건데...... 그 놈의 돈이 무엇인지....
이제 궁전 건물을 옆으로 돌아서 뒷 정원쪽으로 들어 왔다. 이런 곳은 물론 당연히 무료이다. 그러니 나같은 짠돌이는 요런 곳만 찾아다니는 것이지만 대신 알짜배기는 다 놓치고 만다.
저 언덕 위에 보이는 건물이 글로리테이다. 그 앞에 보이는 분수는 넵튠 분수란다. 글로리테는 작은 영광이라는 의미라나 뭐라나.....
여기 정원의 아름다움도 만만치 않다. 꽃들이 만발해서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당 바닥은 이런 작은 잔자갈로 덮여 있었다. 그러니 자갈을 밟으면서 걸으면 자박자박하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글로리테의 위용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멋지다. 저 언덕 위에서 보는 비인 시가지 경치가 일품이라니 엄청 기대가 된다.
앞에 웅장한 분수가 자리 잡았다. 그래서 쇤부른 궁전이라고 하는 것일까?
저 옆으로 난 길을 걸어 올라가 봐야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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