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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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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동화 속의 동네, 잘츠캄머구트 - 5

by 깜쌤 2006. 1. 21.

 

이건 완전히 유격훈련 수준이다. 고생도 이런 고생이 따로 없었다. 쉰 넘은 나이에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돈 몇푼 아낀다고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걸어 올라오겠다는 생각을 한 내 자신이 서글퍼졌다.

 

그런데 산에서 내려다 본 경치 한 장면만으로 그런 생각이 싸악 가시고 마는 것이니 인간의 마음이란 참 요사스럽기도 하다.

 

 

철로보선 사무실일까? 아니면 철로 감시 순찰 겸 산림요원의 막사일까?  근무 하시는 양반과 손 한번 마주 흔들고 또 올라갔다. 이젠 끝까지 가보고 말거다.

 

 

그러다가 철길 옆으로 살짝 비껴서 숲속으로 들어가 보니 미니 저수지가 있었다. 물도 맑고 시원해서 받아 마셨다. 이 정도 물이라면 약수라고 해도 되겠다. 손수건을 적셔 얼굴도 닦고 다시 출발했다.

 

 

드디어 중간역까지 왔다. 목표 지점은 아직도 저 위에 있지만 시간 계산을 해보니 정상까지 다녀 오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오늘 중으로는 반드시 잘츠부르크까지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내일은 비엔나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 사이로 보이는 철로를 보면 기차는 더 올라가고 있음을 알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풍경이 일변한다. 드디어 위로 고산지대 특유의 초원이 펼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치를 본다는 것은 행운이며 낭만적인 일이다. 하이디와 피터는 저 위로 염소떼를 몰고 올라간 모양이다. 그러길래 안보이지..... 

 

 

젖소들도 보이고 염소들도 보인다. 저 위에.....  

 "하이~~ 하이디~~~ 널 찾아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왔단다. 클라라는 어디 있니?  하이디~~  프랑크푸르트에선 몽유병으로 고통 받았었지?"

 

사실 하이디는 엄밀히 보면 독일 아이가 맞지 싶다.

 

 

하지만 오스트리아도 게르만 민족이고 독일어를 쓰니 사실은 독일권이다. 예전에는 독일이 오스트리아 권이었겠지만 이젠 역사 역전이다.

 

 

휴게소에서 물을 사와서는 정신없이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땐 컵도 필요없다.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그래도 한샘군이 나보다 젊다고 나를 위해 수고스럽게 가서 사온 것이다. 

 

 

내려가는 길을 찾아보았다. 올라 온 시간을 계산해 본 결과 지금 내려가야만 약속 시간에 맟춰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동차가 여기 있는것으로 보아 내려가는 도로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다시 철길로 갈까 아니면 저 사람들처럼 등산로를 따라 갈까 망설였다. 시간이 없을 땐 아는 길로 내려 가는 것이 정석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철길로 내려가는 것이 된다.

 

 

내려갈때 내려가더라도 사진은 찍어두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기억력 자체가 사라져 가는 쉰세대이므로 사진이라도 봐야 그날 일이 기억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치는 중국 운남성 여강(여행 절대 추천 도시)옥룡설산 경치와 비슷하다. 하지만 그쪽은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젠 정말 내려가야 한다. 정상에 가면 트랍 대령과 마리아가 결혼식을 올린 성당이 보인다던데.....

 

 

저 구름이 피어오르는 그 너머엔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구름의 모습으로 봐선 절벽이 있지 않을까 싶다. 구름을 보고 지형을 생각할줄 알게 되었으니 이젠 거의 반풍수가 되었다. 고산지대도 조금 다녀보니까 짚이는게 있다.

 

 

확실히 여긴 호수 지대라는 말이 맞긴 맞는가보다.

 

 

시간만 넉넉하면 기어이 올라가 보련만 발걸음을 돌린다. 예전 가수 최병걸씨 노래가 생각났다. "발길을 돌리려고 바람부는대로 걸어도~~~" 아싸~~ 신났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부른 노래는 그게 아니고 이거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때~~"

 

 

"그럼 얘들아 안녕! 나중에 하이디가 오면 못만나고 간다고 꼭 전해 주어야해~~ 안 전해주면 갈비 먹으러 다시 돌아 올거야~~~ 한꺼번에 불고기를 이십인분씩 먹는 한국 씨름 선수들을 떼거리로 몰고 올거야"

 

 

내려가는 길에는 무릎이 그냥 앞으로 쉽게 꺾인다. 경사도가 심한 까닭이다. 아하! 그래서 사람들이 지팡이 비슷한 것을 들고 다니는 것이로구나.

 

 

내가 새라면 그냥 날아서 내려 갈텐데...... 우리 인간들은 누구나 날고 싶다는 꿈을 꾸지 싶다. 그래서 하나님께선 인간들이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껴보도록 잠수를 허락하셨던가 보다. 물속을 잠수한다는 것은 하늘을 나는 것과 이치와 원리가 같지 않은가 말이다.

 

 

올라 오는 것보다는 내려가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결국 나는 그 고통을 지겹도록 겪게 되는데 이날 이후 발뒤꿈치가 부어 오르면서 죽을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고통은 루마니아에서 절정을 이루었었고 터키까지 이어졌다.

 

  

내가 꿈꾸는 그 집까지 내려왔다. "오가며 그 집앞을 지나노라면......" 애국심이 투철하신 분들은 내가 이노래를 부른다고 시비 걸어오지 않을까 싶어서 겁이난다. 현제명씨는 친일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해서 바로 얼마전에 대구시 홈페이지에서 삭제되는 망신살이(?)를 겪었단다.

 

 

그가 친일파가 확실하든 아니든 나는 "그집앞" 노래를 불러 본다. 그런데 말이다. 이상한 일이 있다. 친일파를 그렇게 미워하는 피플들 가운데 일부 사람들이 일제 카메라, 가전제품, 자동차, 영화, 노래는 또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인 보기가 좀 어려웠었다. 그 녀석들은 다 어디가서 노는 것일까?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