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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동화 속의 동네, 잘츠캄머구트 - 3

by 깜쌤 2006. 1. 20.

이 친구는 친절했다. 정확한 영어로 천천히 그러면서도 또박또박 배를 타는 법, 행선지에 관한 설명을 조목조목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런 사람들의 작은 친절이 그 나라에 관한 인상을 결정 짓는 것이다.

 

얼마전에 경주에서 택시를 탔었다. 놀랍게도 그 운전기사는 우리 식구 모두가 내릴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어디로 모실까요?"는 아예 없었고  요금을 드려도(나는 '주어도'라고 하지 않고 '드려도' 라고 표현하고 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아예 없었다. 인상? 무뚝뚝 그 자체였다. 

 

 

문득 이런 대화가 생각났다.

 

"인간아, 인간아..... 왜 사니?"

"냅둬유우~~, 그렇게 살다가 죽을랑께유........"

 

어떻게 사느냐는 모두 다 자기 몫이다. 인생이라는 시계는 같이 가는 것이며 주어진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다. 먼저 죽느냐 나중에 죽느냐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누구에게나 스물네시간은 주어지는 법이고 어느 누구에게도 시계바늘의 속도는 동일한 법이다.

 

 

왜 어떤 나라는 선진국이 되고 어떤 나라는 후진국이 되며, 어떤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고 어떤 사람들은 짐승처럼 살다가 죽어야 하는 것일까? 모두 그게 다 업보이며 업이며 카르마일까?

 

인간답게 산다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런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해결해두어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행복에 대한 만족지수가 높다는 인도인들이 과연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헤매고 다니는 오스트리아 인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무엇이 인간답다는 기준이 되는 것일까? 

 

우리 한국인이 보기에는 일본 만큼 악질적인 나라도 없는것 같지만 왜 일본은 선진국이 되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일까? 우리는 의인들만 사는 착한 나라이며 일본은 악인들만 가득한 나라라고 여겨 지진이라도 나서 일본 열도가 물속으로 가라앉기를 바란다면 그런 생각이 과연 옳은 일일까?

 

 

나는 말장난 하는 사람도 아니며 어설픈 개똥철학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여행을 하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조금씩 고민해보긴 한다는 것 뿐이다.

 

 

아무리 봐도 여기 이동네의 조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잘 가꾸어 두었다. 몇번 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처럼 좋은 자연 조건을 갖춘 나라가 과연 지구위에 몇 나라 정도 되겠는가?

 

 

그런데 왜 우린 스위스가 아니고 싱가포르가 아닌가? 왜 우린 갈라져야 살아야 하며 으르렁 거리고 살아야 하는가? 소위 누가 말하는 "악질반동 미제국주의자놈들" 때문인가? 아니면 "쳐죽이고 때려죽여도 시원치않을 일본 제국주의자놈들의 간악하고 더러운 저주받을 흉계" 때문일까?   

 

 

여행을 하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았다. 100달러 짜리를 수북하게 빼들고 잘난 척하며 돈을 펑펑 써대는 그런 사람들도 많이 만나 보았다. 그들과 나와는 차원이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한국인들도 부지기수로 만났었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 나 혼자 잘났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그냥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는 것이다.

 

 

호수가를 산책하던 우리들은 등산 열차를 타고 샤프베르그 산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어쩌면 저 산위엔 하이디가 나를 마중나올지도 모른다. 피터도 있을 것이고 하이디의 할머니가 치즈를 들고 빵 한덩어리 뿐인 소박한 밥상으로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산으로 올라가자. 난 걸어간다. 정상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지만 나는 걸어갈 것이다. 다 못올라가면 그냥 돌아서서 내려오면 된다.

 

 

일단 문구점 겸 기념품 가게에 들러 이 아가씨에게 잘츠캄머구트 지역 지도를 한장 샀다. 지도는 여행자에게는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품이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두고 싶다고 하니까 기꺼이 응해 주었다.

 

나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어지간하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승락을 받아둔다. 내 개인의 초상권이 침해당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면 남의 초상권은 당연히 존중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부장과 허부장은 기차를 타고 올라 가시기로 했다. 여기 이 자리에서 오후 4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두고 헤어졌다. 기차를 타기 위해 기다라는 사람들의 줄이 길었다.

 

 

샤프베르그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기서 기차를 타면 된다. 기차라니까 거창하게 긴 그런 열차를 상상하실 게 아니다. 달랑 한두칸 정도 연결해서 올라가는 작은 기차를 말한다.

 

 

사진의 오른 편을 보면 작은 오솔길이 보인다. 그리로 따라 올라가면 된다.

 

 

증기 기관차가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르는 길이 험하긴 험한가 보다. 미니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기관차의 머리가 앞쪽으로 숙여져 있다. 험한 길을 오르면 경사때문에 저절로 수평으로로 잡히는 모양이다. 그러면 내려올때는?

 

 

빨간 색 객차를 단 예쁜 기차가 우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걷는 속도보다 조금 빠르다고 보면 된다. 우린 철저한 경제 논리로 일관하여 수인선 협궤도 걷어내어 버린다. 무작정 수지타산을 따지는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철로 옆으로 그림같은 작은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길을 못 찾으면 철로를 따라 올라가도 된다.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었더니 그렇게 올라가기를 권해왔다.

 

 

철길 옆으로 난 길이 보이지 않는가? 양쪽으로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야생화가 앙증맞은 모습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한샘군이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표지석이 철로 옆에 있어서 그걸 보며 따라가면 거리까지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드디어 내가 꿈꾸는 집이 나타난다. 이런 곳에 사는 것이 내 꿈이다. 난 출세하고픈 욕망이 없는 사람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더구나 없다.

 

 

그냥 그렇게 착하고 순진하게 사는게 꿈이다. 사내 자식이 야망도 없냐고 반문하고 싶으신가? 당연히 야망도 있다. 내 꿈은 초일류 수퍼 교사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가장 잘 가르친다고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선생이 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이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것 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과는 차이가 나는 거리 먼 이야기다.

 

교장, 교감은 안하느냐고?  그게 내 인생의 목표였으면 이미 젊었을때부터 다른 모습으로 살았을 것이다. 나는 내 그릇의 크기를 안다. 지나친 꿈은 내게 해로운 것이다.

 

 

이런 집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이 꿈이다. 좋은 포도주를 구해 두었다가 술을 즐길 아는, 그야말로 즐길 줄 아는 그런 친구를 불러 한잔 대접해 보내는 것이 내 희망사항이다.

 

 

 

꿈이 그렇다보니 나는 나날이 더 어리버리해져 간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