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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동화 속의 동네, 잘츠캄머구트 - 2

by 깜쌤 2006. 1. 19.

잘츠캄머구라는 곳이 그렇게 단순한 지방이 아니다. 이 지역 속에는 많은 호수들이 펼쳐져 있고 호수 부근에는 곳곳마다 그림같은 풍경을 자랑하는 마을들이 숨어 있는 곳이다. 수많은 마을들 가운데서 나는 상크트(장크트) 볼프강 마을을 찾아가는 것이다.

 

 

버스 양편으로 초지를 거느린 낭만적인 풍경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중국 북부나 서부의 초원이 야생미를 간직한 것이라면 이런 초지들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이런 풍경도 좋다.

 

 

몇년전 KBS에서는 상크트 볼프강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음악 사랑에 대해 방송을 했었다. 그 장면을 녹화해 두었다가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는데 한결같이 반응이 좋았다. 그랬기 때문일까? 수많은 동네 가운데 볼프강 마을을 찍어서 지금 찾아 가는 것이다.

 

 

사방으로는 알프스의 줄기 산들이 마을을 감싸듯이 자리잡았고 중간에는 길다란 호수가 위치했다. 잘츠캄머구트 지역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오스트리아 연방주 가운데 여러 곳에 걸쳐져 있는 곳이지만, 분위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여기도 오스트리아가 자랑하는 티롤의 일부라고 해야 하지 싶다.

 

 

예전부터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들이 휴양을 하기도 했고 돈많은 부자들이 여유있는 은퇴생활을 했던 곳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지도를 가지고 살펴보면 우리가 버스를 갈아탄 바트이쉴이 잘츠캄머구트의 중심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바트이쉴은 배낭여행자의 바이블 격인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인구는 약 일만 삼천명 정도로 나와 있다. 적당한 크기의 작은 읍 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싶다.

 

 

아무리 봐도 예쁘긴 예쁘다. 초지와 집들이 어울린다. 유럽의 집들은 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있다고 하더라도 얕으막해서 밖에서 안이 훤하게 보이도록 되어 있다. 물론 안 그런 곳도 있다. 담이 없으므로 풍경이 한결 돋보이는 것이다.

 

 

캠프장 옆을 지난다. 우리 나라에서는 캠핑 가서 아무곳에나 텐트를 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유럽은 그런 곳이 아니다.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프장은 정확하게 지정되어 있고 유료인 경우가 많다.

 

배낭여행자들은 캠프장을 찾아가서 텐트를 빌려서 묵을 수도 있다. 그게 돈 절약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우린 오십대 늙다리들이다. 그랬다가는 아침에 팔다리는 물론이고 허리가 안펴지는 고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볼프강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작은 터널을 지났는데 터널을 빠져나오자말자 환한 경치가 좌악 펼쳐져서 다 온줄을 금방 알아차리겠다. 처음부터 탄성이 나온다. 그래! 땅위에 이런 곳도 있단 말이지?

 

 

시진찍기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김선생은 사진기부터 챙겨서 절경을 찾아 나서고 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경치를 감상하기로 했다. 흩어져봐야 부근에 맴돌것이 빤하므로 사람을 잃어버릴 염려가 없어서 좋았다. 우린 아까 건너편 산밑으로 버스를 타고 지나 온 것이다.

 

 

호수엔 유람선이 떠 다니지만 중국 신강성의 천지를 떠다니는 유람선들처럼 요란한 스피커 소리가 없으니 좋다. 경치가 아무리 좋으면 뭣하나? 살면서 함께 관리를 해야할 사람들 수준이 낮으면 쓰레기장으로 변하는데....

 

 

꽃들로 가득찬 미라벨 궁전과 그 정원에서 따온 이름이어서 그럴까? 미라벨 펜션의 할머니는 마당을 청소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집 전체가 꽃으로 둘러쳐진 것 같았다.

 

 

흰색 벽과 나무색 난간들, 펼쳐놓은 파라솔 색깔들이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그래, 인간이 이렇게도 살 수 있다. 이런 집에서 며칠 묵어야 하는데.....

 

 

론리 플래닛에 의하면 민박은 최저 20유로선 정도면 가능한 모양이다. 일인당 요금이 그렇다는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여기서 며칠 묵는 것이 효과적인데...... 그놈의 일정이 빡빡하니 묵어가긴 다 틀렸다. 그러기에 여행은 느긋하게 해야한다.

 

 

14세기 경에 만들어졌다는 순례자의 교회를 바라보고 있는 호텔의 잔디밭이다. 참, 느긋하게 사는 양반들이다. 호수가에 파라솔을 펼쳐두고 경치를 구경하거나 해바라기를 하며 산다는 말이지?

 

 

각도를 잡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카메라 방향을 돌려가며 셔터를 눌러 보았다. 나는 잘 찍지도 못하는 솜씨이므로 이렇게라도 해서 좋은 장면 하나라도 건져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모터 보트를 타는 사람들도 있다. 분위기로 보아 물 위를 떠가는 것이라고 해서 당국에서 모두 다 모두 오케이 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 이동네는 어린아이들 보기가 어렵다. 부유층들이 특히 많이 오거나 아니면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기 때문일까?

 

 

호수 물이 맑았다. 팔뚝만한 고기들이 호수 가 도로에서 다 보일 정도였으니까.....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여름에는 호수에서 수상스키를 타고 겨울에는 산에서 스키를 탄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겨울이면 여기 호수도 얼어붙지 않을까 싶다.

 

 

그림 같다는 표현이 진부하긴 해도 이럴때 쓰는 말이지 싶다.

 

 

사람들 얼굴에 악기가 없다. 그저 모두 순하고 선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호객꾼들이 없으니 그게 너무 신기하다. 호수가에 있으면서 가게엔 비치바라고 적어 두었다. 하긴 이런 장소도 비치가 될 수 있는 모양이다.

 

 

유일한 20대 청년 한샘군은 벤치에 앉아서는 넋을 놓고 경치에 취해 있다. 그래, 우리 모두 다 취하자. 여긴 술이 필요없는 동네지 싶다. 경치에 취하면 그만인 것을 왜 술에 취한단 말인가?

 

 

경치에 취하면 되지......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