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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세상사는 이야기 1 My Way (完)

욘석들이 쌤을 속여?

by 깜쌤 2006. 1. 8.

 

"선생님! 저 @###  초등학교 졸업생 유리인데요..... 오늘 시간나세요?" 

 

 아침에 전화를 받았더니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다. 그 동안 졸업시킨 아이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만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면 거의 다 기억하게 마련이다. 

 

일년중 최고로 바쁜 오늘, 이 바쁜 날에 찾아오겠단다. 일단 내 형편을 이야기했더니 미루기가 곤란하단다. 다음 주일에 오면 안되겠느냐고 이야기해두었다.

 

 

 

정말 오늘은 분단위로 뛰어다녀야 할 판이다. 

 

 

  9시 50분엔 집에서 출발, 10시 15분 교회 도착

 10시 20 : 찬양대 연습 - 참석은 기본 의무이다.

11시 00분 : 대예배 참석 - 여긴 절대적으로 참석해야 할 자리이다.

12시 정각부터 13 :40분까지 ##업무 담당 -  이건 절대 자리를 지켜야 할 일이다. 어지간하면 자리를 안비운다.

13시 50 분 - 14시 10분 : 청년부 참석(잠시 살짝 들어갔다가 오늘은 인사만 하고 중간에 핑계를 대고 빠져 나와야 한다)

14시 00분 : 한시간 동안 오후 예배 찬양 연습 참가 - 여기도 반드시 참가해야 할 자리이다.

15시 00분 - 16시 00분 : 오후 찬양예배 - 찬양 순서가 있으므로 빠지면 안된다.

16시 00분  - 공동의회 및 제직회 : 오늘은 내 날이나 마찬가지이다.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고 질문하시면 답변을 하고 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세운 계획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이러니 오늘은 꼼짝할 틈이 없다. 시간 봐가며 뛰어다녀야 할 판이다. 더구나 공동의회와 제직회에서는 내가 보고드리고 설명할 중요 안건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이런 열린 사이버 공간에서 자세히 쓸 처지가 못되므로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늘 찾아 온댄다. 멀리서 버스를 타고 말이다.  

 

 

얘들과 나는 못잊을 추억이 있다. 부끄럽고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얘들을 가르칠때 어쩌다가 단체로 티비 출연을 했다. 이용식씨와 이다도시씨가 기습 촬영하러 다녔던 프로그램.....

 

그러니까 최불암씨와 임백천씨, 그리고 누구더냐, 거 왜 38 세금 추적팀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미남 총각 텔런트 모모씨가 함께 나온 그런 프로그램에 나와 함께 출연했던 아이들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밝히지 않을 예정이다. 하여튼 이 녀석들이 치밀하게 준비해서 쌤을 속여 먹였다. 그러니 나도 못잊을 아이들인데 이제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그때 그 전략을 구사하여 기습 방문을 한 것이다. 그 녀석들 많이도 컸다.

 

대예배후 내가 꼭 자리를 지키면서 할 일을 하는데 평소 존경하는 집사님이 오셔서 연락을 해 주신다.


 

"카페 앞 마당에 한번 가보시지요. 제자라는 아이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있습디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 잠시 양해를 구하고 카페 앞에 가보니 글쎄 낯익은 얼굴들이 바글바글하는 것이다. 거기서 이 멀리까지 찾아왔구나 싶어 마음은 한없이 반가운데 갑자기 애들 이름이 생각이 안나는거다.

 

내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실망을 할텐데..... 한창 나이일땐 30분 만에 60명 아이들 이름도 다 외웠었는데 이젠 다 헛방이다.

 

그 중에 한 아이는 충남 공주에서 일부러 찾아왔다. 졸업과 동시에 충남 공주로 이사를 갈때 내가 얼마나 섭섭해했는지 모른다. 사실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까 싶어 마음이 저려오기까지 했던 아이도 왔으니 가슴이 싸아해져 왔다.

 

나같은 어설픈 선생이야 길거리에 널널할텐데 뭐 못잊을 추억이 있다고 이렇게 찾아오는가 싶다. 너무 고맙고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그래. 요녀석들아! 그때 날 속여서 이용식씨와 이다도시 씨와 함께 기습촬영하니 그렇게 흐뭇하던?" 

 

 

카페로 들어오라고 해서 차 한잔과 머핀 하나씩을 안겼다. 대접 할게 그것 밖에 없으니 미안하기만 하다.

 

"얘들아, 오늘 정말 미안하다. 정말 오늘은 너무 바빴단다. 일 끝내고 집에 오니까 6시 반경이 되었더구나. 정말 오랫만에 만난 너희들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주었구나. 모두 다 건강하고 멋진 학창시절을 보내기 바란다. 한마디 더 할게 있다. 너희들과 함께 한 예전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하지 싶다. 모두들 사랑한단다. 알러뷰~`"

 

 

아무리 봐도 귀엽기만 하다. 어허허허~~ 그 녀석들~~~

 

 

모두들 반듯하게 잘 커 주었다. 선생은 이 맛에 하는가보다.

 

"얘들아, 다음에는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모아서 우리 집으로 한번 쳐들어오렴."

  

 

"오늘 집에 잘 다녀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글과 사진을 올린단다. 그리고 내 얼굴 들어간 사진은 미안하지만 일부러 안올렸단다. 미안하다. 모두들 다 건강하고 행복하기 바란다. 거듭 거듭 알러뷰~~~"

 

이런 날은 살맛이 난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였지만 보람은 넘치는 날이었다. 더 자세히 쓰려니 무슨 자랑이나 하는 것처럼 비칠까 싶어 이 정도에서 멈추어야겠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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