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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잘츠부르크 헤매기 1

by 깜쌤 2006. 1. 5.

우리가 표를 구한 오스트리아행 야간 기차는 저녁 8시 44분 발이다. 혹시나 싶어서 저녁 8시 반에는 기차에 올라서 우리 좌석을 찾아갔다. 컴파트먼트 형식의 객실이어서 분위기는 아늑했지만 낮의 열기 때문에 실내가 뜨거웠다. 국제 열차라면서 에어컨도 안틀어준다고 불평을 해댔다.

 

 

뭐든지 모르면 물어야하고 책을 가지고 있으면 살펴봐야한다. 일단 배낭을 풀어두고 나서 객차 안을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나는 원래 기계를 다루는 것이 조금 둔한 편인데 사람이 여러명 있으니까 함께 깨우쳐가므로 평소보다는 조금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남들은 쉽게 아는 것도 나는 좀 늦게 깨달아지는 편이라는게 문제다.

 

 

출입문 위를 보면 여러가지 스위치들이 줄을 서 있다. 그러고 보니 실내에서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스피커 소리 조절까지도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기차가 출발한 뒤에 에어컨을 작동시키니 비로소 찬 공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사회는 철저히 자기가 알아서 하게 되어있다. 자율적으로 일을 처리해 가야 한다는 말이다. 대신 양심적으로 하되 책임은 자기가 지게 되어 있었다. 자동 열차정지 장치까지 실내에 갖추어져 있어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모르고 조작했다가 기차가 급정거 해서 거액의 벌금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 온다.

 

그러므로 여러가지 조작 버튼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한국처럼 "대강대강 대충대충 그까이꺼 머" 하는 식으로 나오면 이 동네에서는 벌금이나 물게 되어 있다.

 

3일동안 정들었던 베네치아를 빠져 나가자 신시가지가 나타났다. 여기에서 우리 칸에  두 사람이 더 들어왔는데 한사람은 곱상한 여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고릴라처럼 덩치가 큰 머슴애였다.

 

차표검사는 자주 하는 편이므로 표없이 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곧이어 해가 졌으므로 우린 기차안에서 책이나 보고 버틸 수밖에 없었다.

 

도착시간이 새벽 4시 11분이므로 깊은 잠을 자기도 글렀다. 국경을 넘어야하는데 절차를 잘 모르고 있으니 신경이 곤두서인다. 내가 리더이므로 그런데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어야 하니 정신적으로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한밤중에 국경을 넘어 서는 것은 분명한데도 출입국 수속 절차가 없다. 셍겐 조약 국가들끼리는 국경 통과 절차가 없다고 그러더니만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출입국은 거기에 해당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국경 넘기가 엄청 편하다. 밖은 캄캄하고 기차는 끊임없이 달리고......

 

그러다가 새벽 4시 반경이 되어 드디어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배낭을 매고 내린다. 춥다. 새벽이어서 그런가 싶지만 하여튼 춥다. 우린 자고 있는 사이에 알프스를 넘어 중부 유럽으로 들어온 것이다.

 

새벽의 잘츠부르크 역사는 썰렁했다. 지하도를 따라 나오니 곧바로 역대합실로 연결된다. 역 밖으로 나오니 지도에서 봐둔 커다란 광장만이 어둠 속에서 괴물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다시 역 대합실에 들어갔다. 날이 새려면 한두시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배낭 속에서 여름 파카를 꺼내 입었다. 대합실내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버텨야 했다.

 

오늘 제일 먼저 할 일은 여관을 구하는 일이다. 그런데 잘츠부르크는 지금 여름 음악축제 기간이다. 그러니 호텔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란다.

  

 

새벽 5시 반이 되어 두사람을 역에 남겨두고 가장 나이가 적은 한샘군과 내가 여관을 구하기 위해 시내로 나가 보았다. 일단 역 앞 광장에서 마주 보는 거리로 가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건 신시가지이다. 그러니 작은 호텔을 찾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헤매다가 보니 잘차흐 강이 나온다.

 

다시 배낭여행 안내서를 꺼내서 구시가지 쪽으로 향했다. 도시는 조용한데 청결하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뜸했다. 아직도 어두컴컴한 거리를 헤매는 것이 좀 그렇다.

 

 

그렇게 무작정 헤매기를 거의 한시간 반 가량 한것 같다. 구시가지로 들어서 보니까 작은 가게는 많아도 여관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그래서 다시 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잠시 길을 잃어버려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연히 배낭여행 안내서에 나오는 펜션 엘리자베스를 찾은 것이다.

 

 

바로 위 사진에 나오는 건물이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펜션이다. 워낙 널리 알려진 곳이므로 방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지 일을 보는 아가씨도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을 보니 통통한 아가씨가 안쪽에서 일하는 것이 보였다. 노크를 했더니 문을 열어준다.

 

"아가씨, 우린 오늘 새벽에 이탈리에서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예약을 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일행이 4명인데 방이 있는지 알아봐주실래요?"

"죄송합니다만 저는 그냥 식당 일만 하는 사람이어서 그쪽은 잘 모르거든요. 우리 보스가 8시 경에 출근하니까 그때까지 바깥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린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빤히 보이는 입구 밖 벤치에 앉아서 하염없이 보스가 출근하기를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7시 45분경이 되자 늘씬한 아가씨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는데 우리보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바로 보스였던 것이다. 아리따운 아가씨가 얼마나 친절한지 우리 형편을 알고는 컴퓨터 화면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드디어 방을 구해주는 것이었다. 아침식사를 포함해서 하루밤에 44유로씩하는 방으로 두개를 예약하고 돈을 지불했다.

 

드디어 묵을 숙소를 구한 것이다. 너무나 쉽게 가장 싸고 깨끗하고 친절한 펜션을 찍어 구한 것이다. 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기차역에 가보니 두 양반이 궁금한 표정으로 우릴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배낭을 어깨에 걸쳐매는데 힘이 솟는다. 철길을 가로 질러 이번에는 최단거리로 이동했다. 짐을 풀고 다시 한번 더 아가씨와 교섭에 나섰다. 잘츠부르크에 하루를 더 머루르기 위해선 미리 방을 예약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예약 상태를 살펴보던 아가씨가 한참만에 방을 찾아냈다.

 

"한 방은 44유로, 다른 방은 49유로짜리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론 오우케이죠."

 

이제 이틀 간은 방구할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시내 구경을 하러 가면 된다. 가자, 시내로~~~!! 마리아와 트랍 대령 일가가 우리를 기다리는 그 곳으로 어서 가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