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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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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13 - 마지막 날

by 깜쌤 2006. 1. 2.

운하 가엔 이런 길이 존재했다. 길가에 앉아 - 20세기 후반 70년대를 주름잡은 통기타 가수 김세환씨 노래 제목같다- 지나가던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몸을 추스려 일어선 우리들은 더 잃을 것도 없는 미련을 팽개쳐두고 아카데미아 다리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 갔던 것이다.   

 

 

갑지기 뒤골이 서늘해서 돌아다보니 코네리해리슨 포드가 우릴 노려보고 째려보고 있었다. 경상도 아이들 표현으로 치자면 눈꼬시고 있었던 것이다.

 

"저, 선생님들..... 우리가 머 잘몬한거라도 있는기요?  한번씩 바달라꼬요? 아~~ 예~~ 잘 알았심데이. 자주 보러 갈낍니더. 그거는 이해가 되는데요 초록괴물 슈렉은 와 같이 나와 있는데요? 동거하는교?"

 

 

헛소리를 속으로만 쬐끔하다가 집어치우고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아카데미아 다리 부근에서 이번엔 광장을 만났다. 나그네에게 광장은 유익한 존재이다. 특히 남부 유럽의 광장에서는 적어도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므로 더욱 더 반갑고 편리한 존재인 것이다.

 

 

이 광장은 붉은색 벽돌로 둘러 쌓였다. 광장 한구석엔 보통 어딘가에 분수가 있거나 수도가 있어서 물이 흘러 나온다. 여행가서는 물을 사서 마시는게 좋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한다. 하지만 남부 유럽에서는 예외인 것 같았다. 그런대로 물맛이 뛰어날뿐 아니라 깨끗하기 때문이다. 

 

 

햇볕이 드는 쪽엔 사람하나 보이지 않는다. 인간도 안보인다. 호모사피엔스들은 다 어디로 놀러갔는 모양이다.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오데가? 비행기 타고 날랐나? 잠수함타고 꺼졌나? 땅굴파고 토꼈나?"

 

물론 이 노래를 신세대들은 모른다. 구닥다리 우리들만 아는 노래다.

 

 

 

어째 탑이 삐딱해보였다. 피사의 사탑(斜塔)이 여기에도 있나보다. 여긴 베네치아이니까 베네치아의 사탑인가 보다. 동네 전체가 슬며시 기울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 구역은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여긴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그렇지, 이래야 사람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들지. 광장 한구석의 인물상과 작은 카페들이 잘 어울린다.

 

 

드디어 아카데미아 다리에 거의 다 왔다. 저기 눈 앞에 펼쳐지는 다리가 바로 아카데미아 다리이다. 이제 여러분들은 베네치아 핵심부의 다리들을 거의 다 구경한 셈이 되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기차역앞의 다리도 보셨고 리알토 다리는 지겹도록 보셨으며 아카데미아 다리가 눈앞에 있으니 이젠 다 본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의 다리 오른쪽에 울창한 몇 그루의 나무 밑으로 살살 가보았더니, 글쎄..... 

 

 

바로 이런 경치가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본 베네치아 경치중에서 난 여기를 최고로 꼽고 싶다. 적어도 내눈엔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니 오해하시지는 말기 바란다.

 

 

운하엔 수상버스와 수상 택시들이 분주히 오갔다. 물론 엔진소리가 요란하지는 않았다. 여기 이동네 출신 배들까지도 벨칸토 창법을 구사하여 음악적으로 다니는 동네가 아니던가?

 

 

운하 건너편의 집 정원이 볼만 했다. 깔끔하다. 이건 완전히 내 취향이니 내가 반할 만도 한 것이다. 내라는 인간은 사람은 시커멓고 인물도 별로인 것이 이런 것을 보면 그저 좋아 못사는 형편이 되고 만다.

 

 

이제 아카데미아 다리를 밑에서 본 모습이 나타났다. 손님을 기다리는 곤돌라 맨의 차림새도 말쑥하거니와 다리 부근의 아름다움도 보통이 넘었다. 양산 무늬도 범상치 않았다.

 

 

나는 결혼해서 지금까지 음식 타령만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덕분에 아내의 요리 실력이 완전히 꽝이 되고 말았다. 남편 입맛이 까다로우면 아내들 요리솜씨가 좋아진다고 한다. 물론 지금 세대들에겐 통하지 않는 말이다.

 

반찬투정도 잘못하면 패스트 푸드, 정크 푸드로 끼니를 떼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쩌다가 콧대 도도한 여자라도 만났다면 순식간에 이혼사유가 되어 아내 학대죄로 위자료나 물어주는 팔자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나는 음식을 깔끔하게만 해주면 그냥 먹는 편이다. 지저분하지만 않다면 그냥 먹는다는 뜻이다. 물론 조금 뭐해도 먹는다. 그런 인간이니 아름다운 경치만 만나면 그냥 뿅하고 맛이 가는 것이다. 맛이 가도 많이 간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다리위에 서서 산마르코 광장이 있는 쪽을 본 모습이다. 이만하면 아름답지 않은가 말이다.

 

 

건물 하나하나의 색상도 부드럽고 깔끔하고 청결해서 무엇하나 나무랄데가 없는 구역이다.

 

 

손님을 기다리는 곤돌래맨들의 맵시도 단정하고 장사터도 정갈했다. 무엇보다 색감이 뛰어나다는 인상이 들었다.

 

 

참, 나..... 너무 아름다우니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게 인공미라고 하는가 보다.

 

 

오늘 우리가 목표로 삼은 성당도 저만큼 앞에 다가서 있다.

 

 

운하쪽으로 면한 건물 앞엔 보트를 대기 편하도록 선착장들이 만들어져 있다. 보트를 묶어두는 기둥 하나하나도 모두들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빨간색 작은 보트와 빨간 사나이는 또 뭔가?  이런 엑스트라까지 등장해주니 사진 찍을 수 있는 여건은 다 갖추어지는 것이다. 와, 오늘 완전히 복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오! 베네치아!!

 

 

완벽한 아름다움의 도시 베네치아여~~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