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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11 - 마지막 날

by 깜쌤 2005. 12. 29.

 

오늘은 좀 조용한 동네로 들어가서 골목길을 누벼보기로 했다. 최종 목적지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과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이다. 쉽게 말하면 산 마르코 광장 바다 건너편 부근 어디라는 말이다.

 

 

야간 기차만 타면 되므로 낮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호텔 카운터에 가서 체크 아웃을 하고 요금을 지불하고 열쇠를 반납하고는 배낭을 맡겨 두었다. 체크 아웃을 한 뒤 어지간하면 배낭을 맡겨두는 것이 좋다. 물론 큰 배낭을 말한다.

 

여든이 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잠시 나오셔서 카운터 일을 보시는 것 같은데 얼마나 친절한지 모른다. 좋은 대접을 받으려면 나 자신부터 친절해져야 한다. 그리고는 상대방에게 자주 칭찬하는 말을 던져야 한다.

 

오늘은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역 앞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늘상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로 가보는 것이다. 역에서 나와 조금 광장 왼쪽을 보면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라고 여기면 된다. 

 

 

다리 옆에는 매점이 잇어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우린 뭐 특별히 살 것도 없어서 그냥 눈요기 정도만 하고 물러섰다.

 

 

건너편 동네는 사람들 왕래가 뜸한 편이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더욱 더 편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골목 위에 나무를 걸치고 위에다가 집을 지은 경우도 있었다.

 

 

동네 골목과 작은 광장엔 파라솔을 펴고 미니 카페를 만들어 둔 곳이 보인다. 우리로 치면 구멍가게 앞 미니 음식판이라고나 해야할까? 묘사할 만한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건물 외관을 칠한 회벽이나 시멘트가 떨어져 나가 벽돌이 앙상하게 드러난 곳도 보였다. 골목 수로엔 어김없이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고 빨래들이 널려 있기도 했다.

 

 

수로를 건너뛰어야 하는 곳엔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 같으면 나무 판자 한두개 걸쳐두는 것으로 만족했을테지만 이 사람들은 돌을 사용해서 튼튼하게 다리를 놓았다.

 

 

뒷골목으로는 낡고 후진 집들이 즐비했다. 사실 여행에선 이런 것을 보고 다녀야 제맛이다. 지나치게 상품화된 것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참맛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어디가서 일하는 것일까? 사람 보기가 힘들다. 한국 농촌도 아닌데....

 

 

작은 다리에 걸터앉아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그런데로 재미있는 광경이 많다. 다리 건너편 하얀 집이 눈에 쏘옥 들어왔다. 흰색이 주는 아름다움은 산토리니 섬에서 워낙 강렬하게 느껴본터라 이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다.

 

 

건물 현관 부근에 장치된 초인종들도 앙증맞다.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감각이 엿보였다면 지나친 말일까?

 

 

그러다가 나는 기막힌 광경 하나를 목격하고 만다. 골목에 매여진 빨간 보트 한척이 주변의 풍경을 살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나야 그냥 어설프게 막 찍는 사진이기에 그렇다쳐도 이런 모습을 보면 사진작가인 김선생은 곧잘 흥분하신다. 괜히 내가 들떠서 그분을 빨리 오시라고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불렀다.

 

 

 

나도 요리조리 카메라를 돌려가며 찍어본다. 어떻게 하면 빛과의 조화를 잡아둘 수 있을까하고 생각해보지만 아는게 없는지라 그냥 무턱대고 셔터만 눌러보는 것이다.

 

 

이번에는 골목 끝에 자리잡은 종탑을 넣어보았다. 좀 더 선명하게 나오면 좋으련만.......  카메라의 한계이지 싶다.

 

 

이번에는 원근감을 살려보았다. 그게 그 사진이지만 찍는 나는 요모조모로 머리를 굴려본 것이다. 내 머리 컴퓨터 성능과 사진기 성능이 안따라 주는게 문제였다.

 

 

그러다가 드디어 동네 광장에 다다랐다. 아직 리알토 다리를 건너자면 한참 남았다는 느낌이 든다. 자그마한 소녀가 엄마 심부름을 가는 것일까? 깡총걸음으로 광장을 가로 질렀다.

 

 

여유롭고 한가한 분위기이다. 우리도 앉아서 쉬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갈길이 멀기 때문이다.

 

 

그렇다. 광장에는 나무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네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가 있어야 제격이듯이 광장에는 나무 그늘이 필요하다.

 

 

골목은 한없이 계속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가는 것일까?

 

 

그러다가 동네 서점을 만났다. 책이라면 워낙 사족을 못쓰는 위인인지라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서 밖에서 사진만 찍어보았다.

 

 

드디어, 이윽고, 마침내 재래 시장까지 왔다. 지도 상으로는 이 부근에 리알토 다리가 있는 것이다. 이젠 위치가 대강 짐작이 된다. 지도 한장만 있으면 되니까 목표를 찾는 것은 너무 쉬운 것이다.

 

어리

버리